내가 기도학교를 하는 이유는 좀 더 재미있게 기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것도 재미나 흥미가 없으면 계속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동안 10기를 하면서 150명 정도가 기도학교를 거쳐나갔는데 기도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신학교에서 기도에 관한 이론적인 강의는 들었지만 직접 구체적으로 이렇게 해보라는 말씀을 들은 적은 없습니다. 집에서 가족들이 함께 기도할 때도 기도서를 틀리지 않고 읽는 것에 몰두하고, 묵주기도를 할 때도 성모송 10개를 빼먹거나 더하지 않게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신학교 시절, 매일 아침저녁의 묵상 시간 때 성경을 읽거나 눈을 감고 묵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잠꼬대할 때도 많았습니다. 부끄럽게도 묵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시간을 보낸 적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수영을 배우려면 기초지식의 강의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입수해서 물에 뜨는 방법, 손과 발을 움직여 앞으로 나가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본당신부 시절 신학교 요청으로 부제품을 앞둔 신학생들에게 이냐시오 영성 묵상 한 달 피정을 몇 년 지도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피정을 하면서 신학생들과의 매일 묵상 나눔을 통해서 그리고 다른 지도 신부님과의 회의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때 묵상과 관상에 조금 눈을 떴다고 할 수 있죠.
오감을 이용하는 묵상과 관상기도는 성경 말씀을 가지고 생각, 상상, 이미지 등을 도구로 삼아 하느님의 친밀한 친교와 현존을 조용히 바라보고 누리는 기도입니다. 이러한 기도는 그리스도교 전통, 특히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 수도원에서 발전했습니다. 기도를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자꾸 내가 주도하면서 무언가 힘을 쓰려고 노력할 때입니다. 이럴 때는 잡념이 그치지 않고 떠올라 기도가 힘들어집니다. 반대로 하느님께 자신을 내어 맡기고 수동적인 상태에서 그분 안에서 쉬는 상태를 지향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우리가 상상력을 동원하고 오감을 통해 바라본다는 것은 그저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관조적 상태를 말합니다. 침묵 속에서 잡념, 이기적인 욕망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성경의 스토리를 현재화시키는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정신과 몸을 완화시키고 집중력을 가지라는 것은 언뜻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묵상기도와 관상기도를 할 때 체험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내려놓고 힘을 빼는 것도 우리 뇌의 집중력이 있어야 합니다.
온라인 영상 등에 과도하게 빠지면 집중력 저하돼
신학교 때 영성 지도 신부님이 “기도에 중독되면 건강도 좋아진다”라고 하셨는데 솔직히 그때는 교만하게 귓등(?)으로 들었습니다. 중독이라면 알코올, 마약, 도박을 떠올렸지요. 요즘은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란 말이 무색하게 돈만 있으면 쉽게 마약을 살 수 있다는 대학생을 중독센터에서 만나 크게 놀랐습니다. 또한 최근 청년뿐 아니라 노인 세대에 이르기까지 자신도 모르게 디지털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중독상태는 스스로도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아무리 결심해도 의지로는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의 영상들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는 쉽게 경험했을 것 같습니다. 알고리즘을 타고 올라오는 영상들에 빠져 몇 시간을 훌쩍 버리고, 밤도 꼬박 새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스마트폰의 짧고 자극적인 ‘숏츠’는 도파민을 만들어 내 쾌감에 중독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든다고 합니다. 당장에야 통증이나 변화가 없지만 점점 정신과 육체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은 뻔한 일입니다.
중독상태에 있으면 몸과 마음의 독소는 어딘가에 계속 쌓이게 됩니다. 옥스퍼드대학에서는 2024년을 대표하는 단어로 ‘뇌썩음(brainrot)’을 선정했습니다. 뇌가 썩다니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고 무섭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온라인 영상 등에 과도하게 빠진 사람들은 집중력 저하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지적 능력, 판단력, 기억력 등도 함께 나빠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최근에 젊은이들도 치매 현상이 늘어나는데 우리를 편리하게 만드는 디지털이 주원인이 됩니다. 디지털 기기가 기억을 저장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대신해 뇌가 퇴화를 거듭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뇌는 반복 경험을 통해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옮겨가는데 디지털 기기에 저장하면, 장기 기억으로 저장할 양이 줄어 뇌가 퇴화하고 치매와 동일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기억력이 저하되어 일상에서 무언가를 깜빡하는 일이 잦아지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TV를 흔히 ‘바보상자(Idiot Box)’라고 불렀습니다. 넋을 놓고 수동적으로 시청하다 보니 비판적 사고 없이 시청내용을 받아들이는 상태를 우려해서 그렇게 불렀습니다. 독서나 대화와 달리 TV는 영상과 소리를 통해 이미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면서 시청자의 능동적 상상을 차단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여유 없이 주어지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물건을 고를 때 광고에서 본 대상을 손쉽게 고르게 됩니다. 광고주들이 천문학적 돈을 들여 광고하는 이유입니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장면은 당연히 뇌가 경계나 공포를 느끼지만 동일한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뇌의 경계 반응이 감소하여 해당 대상을 안전하거나 친숙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묵상, 관상기도는 뇌의 기능을 활성화해
요즘에 사람들이 즐겨하는 명상은 우리 신자들이 하는 기도 중 특히 묵상이나 관상기도의 상태와 비슷합니다. 물론 묵상, 관상기도는 단순한 심리적 위안을 넘어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케 하는 신비 체험을 선사합니다. 기도를 통해 집중력, 자기 통제력이 늘어나는데 과학적 근거가 확실합니다. 기도를 통해 집중력을 가지고 깊이 몰입할 때 공간 감각과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인식하는 활동이 크게 줄어듭니다. 깊은 평온함이나 일체감을 느끼게 되고 공포와 불안,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여 심리적 안정감을 얻습니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기도에 집중할 때 기쁨, 안정감, 만족감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는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묵상, 관상기도는 뇌의 기능을 활성화해 학습, 기억,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이 높아지고 스트레스나 일상적인 자극에 쉽게 불안해하지 않는 뇌로 변화시켜 줍니다. 특히 집중력, 자기 통제력을 관리하는 능력이 강화되어 나이가 들면서 진행되는 자연스러운 뇌 수축과 인지 기능 저하를 지연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반복적으로 마음을 모으는 기도를 하면, 우리의 정신뿐 아니라 몸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기쁜 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