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은 수호천사 기념일입니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천사를 보내시어 지키게 하신다는 믿음을 상기시키는 이 날, 한 가지 물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천사는 어떤 관계였을까요? 성경과 교회의 문헌들은 이 물음에 풍성한 이야기로 답합니다.
신약성경: 마리아에게 파견된 천사, 결정적 순간의 매개자
성경은 세계사의 결정적인 갈림길마다 하느님께서 천사를 통해 당신 뜻을 알려주신다는 것을 증언합니다. 그 정점에 마리아와 가브리엘 천사의 만남이 자리합니다. 신약성경에서 마리아와 천사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대목은 ‘주님 탄생 예고’ 장면입니다(루카 1,26-38). 하느님께서는 갈릴래아 나자렛의 처녀 마리아에게 가브리엘 천사를 보내시어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루카 1,28) 하고 인사하게 하시고, 그리스도를 잉태하리라는 소식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이에 마리아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루카 1,38) 하고 응답합니다.
이 만남은 구원 역사를 여는 결정적인 순간에 하느님께서 천사를 통해 인간과 소통하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때 가브리엘은 특정한 사명을 띠고 파견된 주님의 사자(使者)로 등장합니다. 즈카르야에게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알릴 때도 같은 가브리엘 천사가 파견되었습니다(루카 1,19). 요셉이 꿈에서 지시를 듣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는 장면(마태 1,20-21)이나 이집트 피신을 지시받는 장면(마태 2,13)에서는 ‘주님의 천사’가 등장합니다. 필요한 순간마다 ‘주님의 천사’가 하느님의 뜻을 전하러 온다는 것입니다.
신약 외경: 마리아의 보호자로서의 천사
2세기 중반에 저술된 「야고보 원복음」은 마리아의 출생과 유년기를 전하는 대표적인 문헌입니다. 이 문헌에서 마리아는 세 살 때 성전에 봉헌되어, “주님의 성전에서 비둘기처럼 자라났고, 천사의 손에서 양식을 받았다”(「야고보 원복음」 8)라고 합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이 보내신 천사들에게서 직접적인 양육과 보호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문헌은 ‘주님 탄생 예고 장면’을 확장하여, 마리아가 물을 길으러 우물에 갔을 때 천사의 음성을 먼저 듣고, 이후 집 안으로 돌아와 천사를 눈으로 대면하는 두 단계의 과정으로 묘사합니다(「야고보 원복음」 11). 훗날 동방 및 서방 그리스도교 성화에 빈번히 등장하는 ‘우물가의 주님 탄생 예고’ 장면은 바로 이 외경 전승에서 비롯했습니다.
6~7세기경 확립된 「차명-마태오 복음서」는 성전에서 자란 마리아의 일상을 더욱 구체적으로 전합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지내던 마리아는 오후 세 시부터 ”하느님의 천사가 나타나 그 손에서 양식을 받을 때까지 줄곧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차명-마태오 복음서」 6,2)라고 합니다. 마리아가 매일 천사의 돌봄을 받았음을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마리아의 영면」 계열의 문헌들에서는 천사들이 마리아의 지상 생애 마지막 순간, 곧 영면(Dormitio)과 승천(Assumptio)의 순간을 호위하는 구도가 나타납니다.
천사들이 마치 마리아의 ‘수호천사’처럼 어린 시절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줄곧 함께했음을 묘사하는 이 문헌들은 훗날 전례력의 주요 축일과 성미술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교부들의 통찰: 천사보다 존귀하신 분
교부 문헌에서는 마리아를 천사들보다 높은 위치에 두는 신학이 전개되었습니다. 431년 에페소 공의회는 마리아를 ‘테오토코스’, 곧 ‘하느님의 어머니’로 공식 선포하였습니다. 이는 마리아 개인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마리아가 잉태하고 낳으신 아기가 참으로 하느님이시라는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을 지키기 위한 선언이었습니다. 이러한 신학적 흐름 속에서 8세기 교부 코스마스는 마리아를 향해 “케루빔보다 존귀하시고 세라핌보다 비교할 수 없이 영광되신 분”(「성금요일 카논」 제9 비가)이라고 칭송했으며, 이는 동방 교회의 전례 찬가로 확고히 정착되었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케루빔은 하느님의 계약 궤를 호위하며(탈출 25,18-22), 세라핌은 하느님의 어좌 곁에서 끊임없이 ‘거룩하시다’를 외치는 존재입니다(이사 6,2-3).
코스마스를 비롯한 교부들이 마리아를 천상 군대의 최고 계급과 대비시킨 것은 ‘말씀의 육화’ 신비를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교부들은, 마리아가 단순히 하느님을 보좌하는 것을 넘어, 하느님의 말씀(Logos)을 직접 태중에 모신 진정한 ‘하느님의 어머니’이기에 그 어떤 천사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천사들이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사람을 지키는 종이라면, 마리아는 그 하느님을 당신 몸 안에 모신 분이기에 천사들보다 더 큰 존귀함을 지녔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구원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천사의 역할을 조명하면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마리아에게 그리스도의 오심을 알리셨음을 보여 줍니다. 외경 문헌은 어린 마리아를 양육하고 마리아의 생애 마지막을 호위하는 천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교부들은 마리아가 천사들보다 존귀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이 세 가지 흐름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하느님께서는 피조물인 인간을 홀로 두지 않으시며, 천사들을 파견하시어 당신 섭리를 계시하시고 늘 보호하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찾아오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귀 기울이고 ‘예!’하고 응답했습니다. 어머니 마리아처럼, 천사가 찾아오는 순간, 부르심의 순간을 알아채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표징의 성모> 이콘
(13세기 러시아 야로슬라블의 구세주 수도원)
마리아의 가슴 중앙에 아기 예수가 자리하고 있다. 예수는 오른손으로 강복하고, 왼손으로는 두루마리를 쥐고 있다. 강생의 신비를 표현한 이 그림은 마리아가 하느님의 말씀(Logos)을 잉태한 거룩한 거처임을 보여 준다. 양쪽 모서리에는 두 대천사가 성모자를 향해 경의를 표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wiki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