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우리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들 가운데 민주당에서 발의된 3개의 법안을 살펴보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글이 연재되는 가운데 또 다른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바로 진보당 소속의 손솔 의원이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2217327)입니다. 손솔 의원은 모자보건법과 함께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17328)을 발의하여 낙태에 대한 의료 보험 적용을 제안하였습니다. 손솔 의원이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은 지난 호에서 소개해드린 법안들의 내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인공임신중절이라는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바꾸고, 약물 낙태를 도입하며, 낙태 허용 사유를 삭제하였습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낙태에 의료 보험 혜택을 주기 위해서 국민건강보험법에 대한 개정안을 제안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의 개정안이 가지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지난 시간에 잘 살펴보았습니다.
형법 개정 없는 모자보건법 개정의 문제
그런데 우리는 앞서 살펴본 모자보건법 개정안들이 담고 있는 내용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데 그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2019년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모자보건법이 아닌 형법의 낙태죄 규정에 대한 결정이었습니다. 기존의 형법 조문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문제가 되었던 형법 규정을 개정하라는 주문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행하지 못하였고, 그로 인한 입법 공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과 진보당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그와 같은 입법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 제안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형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는 것은 낙태죄가 거의 사라진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이 약물 낙태를 도입하고, 낙태에 대한 보험적용을 하자는 것입니다. 결국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는 것은 현재의 입법 공백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낙태를 더 용이하게 만드는 개정일 뿐입니다. 그리고 모자보건법만을 개정하는 것은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사실을 결정한 법은 모자보건법이 아니라 형법이기 때문입니다.
조배숙 의원의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 발의(의안번호 2214037, 의안번호 2214038)
조배숙 의원의 경우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형법 개정안을 동시에 발의하면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먼저 형법 개정안에서는 처벌 대상이 되는 낙태를 임신 10주 이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반영한 것으로 10주 이내 태아의 낙태를 처벌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더불어 이 개정안에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낙태를 강요하는 죄에 대한 처벌을 신설하였습니다.
조배숙 의원은 형법에서는 10주 이상 태아에 대한 낙태를 처벌하도록 규정하면서, 동시에 모자보건법에서는 예외적인 상황에서의 낙태를 22주 이내로 제한하였습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22주부터 모체 밖에서 생존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연관됩니다.
조배숙 의원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법의 보호를 “모성 및 영유아”에서 “모성 및 태아, 영유아”로 변경함으로써 태아 역시 국가의 보호 대상임을 명시하였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낙태 허용 사유를 규정하던 제14조를 유지하면서, 낙태 허용 사유들 가운데 우생학적 사유만 삭제하고 나머지는 유지했습니다. 이는 형법으로 낙태죄를 처벌함과 동시에 제한된 조건에서만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물론 조배숙 의원의 법률안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부합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톨릭교회는 모든 인간이 수정되는 순간부터 하나의 인격체로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 전면적으로 낙태를 거부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조배숙 의원의 법률안은 최대한 태아의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와 병원의 문제
수많은 태아의 생명과 여성들의 건강 이외에도 낙태가 합법화될 경우 초래되는 문제는 다양합니다. 그 가운데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양심적 거부의 문제입니다. 만일 모자보건법과 같은 법률을 통해서 낙태가 합법화되고 정당한 의료 행위로 인정된다면,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나 병원이 낙태를 강요당할 위험이 생깁니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환자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현재 의료법 제15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①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정당한 사유 안에 의료인의 양심과 전문 지식에 반하는 경우가 포함된다고 해도, 낙태가 의료보험까지 적용되는 합법적인 의료행위로 규정될 경우 의사나 병원에서는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황에 가장 먼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와 가톨릭 의료기관들입니다. 양심의 문제 때문에 혹은 기관의 이념에 반하기 때문에 낙태 시술을 거부하는 경우, 의사나 의료기관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낙태가 허용된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낙태 시술을 거부한 가톨릭 병원이 고발당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된 여러 개정안들 가운데 의사와 의료기관의 양심적 거부를 허용하는 법률안은 조배숙 의원의 모자보건법 개정안뿐입니다. 조배숙 의원의 경우, 낙태를 거부한 의사에게 불리한 처우를 금하고 있으며, 낙태를 시행할 병원은 보건복지부에 신청하여 지정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의 입장과 현재의 상황
그렇다면, 가톨릭교회는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까요? 일단 분명한 것은 가톨릭교회는 모든 시기에 걸쳐서 낙태를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 가톨릭교회가 공식적으로 형법 개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에 대한 전면 금지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명시하였으며, 임신 22주를 전후로 하여 태아에 대한 보호를 달리할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시하였습니다. 형법 개정안은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부합해야 하므로 전기간에 걸쳐서 낙태를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형법 개정안에는 낙태가 허용되는 시기가 규정되어야 하며, 그런 면에서 교회는 어떤 협력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교회는 생명 존중에 대한 입장을 더욱 분명히 표명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