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는 추상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는 공동체이다. 또한 시노달리타스가 실현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서울대교구 도림동성당(주임신부 박정우 후고) 레지오 마리애 사도들의 모후 Cu.(단장 이성태 바실리오), 그리스도의 모후 Cu.(단장 김승환 방지거), 성령의 궁전 Cu.(단장 김영화 소피아)는 영등포구청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특정 개인이 아닌, 도림동성당 세 개의 Cu. 단원들의 이름으로 공로를 인정받은 자리였다. 그뿐 아니라, 요셉의원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은 단원들 또한 상당수였다. 그들은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며 알리기를 꺼렸다. 과연 그들이 실천하는 공동체 삶의 모습은 무엇일까.

2024년 2월 박정우 후고 주임신부로부터 요셉의원에서 봉사자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김영화 소피아 성령의 궁전 Cu. 단장은 다른 꾸리아 단장들과 함께 요셉의원을 방문해, 단원들이 할 수 있는 봉사에 대해 사회복지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쪽방촌 가정방문, 아웃리치(outreach), 급식 나눔 등 세 가지 봉사로 나누어 단원들의 참여를 받았다.
첫 번째, 쪽방촌 가정방문은 사회복지사와 간호사와 함께 주 2회(오후 2~4시) 이루어졌는데 사도들의 모후 Cu. 직속 모든 성인의 모후 Pr.이 전담했다. 단장 강성수 사비노(영등포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모후 Co. 단장)를 비롯한 단원들은 여름에는 시원한 얼음을, 겨울에는 김치를 나르며 좁고 열악한 방을 찾았다. 그러나 이들이 전한 것은 물품만이 아니었다. 단원들은 “쪽방촌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히 물품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하며 오가는 사람 간의 온기”라고 전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단원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한 주민은 부재중인 ‘102호 아저씨’의 것을 먼저 챙긴 뒤, 당신이 받을 몫을 챙겨가기도 했다. 단원들은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다. 그러나 그런 모습에서 더 아름다운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무거운 짐과 힘든 환경 속에서도 봉사를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작은 희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쪽방촌 주민, 노숙인 만나 봉사하며 단원들도 성장
두 번째, 아웃리치 봉사는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영등포역과 공원, 그리고 요셉의원 주변을 돌며 노숙인들에게 빵, 두유, 얼음물, 핫팩 등을 전달하는 활동이다. 사회복지사의 안내에 따라 봉사자들은 조끼를 입고 배낭을 메고 다니며, 노숙인을 만나면 반드시 “전해드려도 될지”를 물었다. 단순히 필요할 것으로 생각해 일방적으로 건네지 않고, 그들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다가갔다. 어떤 이는 봉사자들을 기다렸다가 원하는 물품을 직접 부탁했고, 어떤 이는 거절하기도 했다. 한 단원은, “이전에는 그들을 피해 다녔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봉사를 통해, 지금은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곧 나를 대하는 태도와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고백했다.
세 번째 급식 나눔팀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4~5명의 단원이 참여했다. 자매님들 위주로 배정했고, 혹시 모를 사정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대기조까지 준비할 정도로 꼼꼼히 봉사 배정표를 마련했다. 급식 봉사에 참여한 한 단원은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나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작은 봉사가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나눔과 봉사는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비추는 작은 촛불과도 같다. 단순한 선행을 넘어 우리 공동체를 지탱하는 소중한 가치”라고 말했다. 어둠 속에서 길을 밝히는 등불처럼 나눔과 봉사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다.

지난 6월 도림동성당이 받았던 표창장은 요셉의원에서 이어진 레지오 단원들의 발걸음을 기억하는 자리였다. 교회가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공동체임을 보여주었다. 차갑고 어두운 골목길에서 서로 나누었던 따뜻한 손길, 거리의 사람들과 마주 앉아 나누었던 눈빛, 한 끼의 식사 속에 스며든 정성은 모두 복음의 씨앗이 되었다. 그리고 이는 하느님 사랑을 드러내는 교회의 참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신께서는 힘없는 이들에게 피신처가, 곤경에 빠진 가난한 이들에게 피신처가 되어 주시고 폭우에는 피난처, 폭염에는 그늘이 되어 주셨습니다.”(이사 25.4) 아멘.
<사진설명(위로부터)>
- 요셉의원 봉사 통해 복음 선포
- 영등포구청에서 표창장 수여(좌) 요셉의원 봉사로 감사장을 받은 모든 성인의 모후 Pr. 단원들
- 요셉의원 급식봉사(좌) 쪽방촌 가정 방문을 맡아 봉사하는 모든 성인의 모후 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