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이었네
“부름 받은 나의 신앙생활”
박미화 율리아나 수원 천지의 모후 Re. 회계

20250918094417_685077699.jpg저의 친정어머니께서는 불교 신자이셨지만 많이 아픈 딸을 살려 보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저를 교회에 다니게 하셨습니다. 저는 교회를 몇 년 다니다가 수원으로 발령 나, 수원에 와서 교회를 다니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녀봐도 다니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방황하고 있을 때 직장 동료 여직원이 성당에 다녀 보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얘기하였습니다.
교회를 다니다 어떻게 성당을 다닐 수 있나? 가능한가? 하던 차에, 당시 우리 회사의 기술부 과장님께서 신앙적 자서전 ‘밭에 묻혀 있는 보화’를 주시면서 읽어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개종을 권유했던 동료도 일단 성당에 다녀 보라고 하였습니다. 동료의 권유에 성당 문 앞까지 갔지만 개종은 쉽게 결단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성당을 몇 주 나가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결국 교리를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조원동 주교좌성당에서 가톨릭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1988년 7월 23일 세례를 받고, 1996년 12월 15일 견진성사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대모님께서 알뜰살뜰 보살펴 주시면서 주일미사는 절대로 빠지지 말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주일미사만 참석하다 2002년 10월 망포동성당으로 교적을 옮겼습니다. 당시 회사 업무가 많아 종종 늦게 퇴근할 때가 있었지만 미사가 있는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가능한 한 미사를 봉헌하며 나름 신심을 키워갔습니다. 
어느 주일, 본당 주보에 산악회 회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성당 산악회에 가입하면서 다른 신자분들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누었습니다. 당시 대건안드레아 산악회 회장님은 신앙적으로 리더 역할을 잘 해주셨고, 총무 안젤라 자매님은 레지오 주회합에 참관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말씀을 듣고 참석해 보았으나 레지오가 무슨 단체인지도 모르고, 내용을 모르니 딱히 마음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본당 산악회에 가입해 봉사 시작하고 레지오도 입단 
20250918094417_451732201.jpg대건안드레아 회장님이 봉사활동을 말씀하셔서 회원이신 카타리나 자매님과 함께 봉사하기로 했습니다.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13~17시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사랑보금자리에서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봉사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어르신 20여 분을 모시고 있었는데 우리는 어르신 숙소 청소, 밭작물 가꾸기, 주방일, 난방 준비 등을 도와드렸습니다. 봉사활동은 보람 있었고, 배움의 장소였으며, 또한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천상의 터전이었습니다. 매번 봉사하고 돌아온 날이면 마음이 부자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미사 중에 주임 신부님께서 1인 1단체 봉사활동을 하라고 하셔서 생각하던 중 프란체스카 바다의 별 Pr. 단장이 레지오를 권유하여 입단했습니다. 이끌어 주신 단장님께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서가 끝나고 4개월쯤 지난 2017년 7월 회계로 임명되었는데 걱정이 앞섰습니다.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봉사 직책을 맡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회계 직책이 그나마 제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코로나로 비대면으로 주회합을 하던 시기인 2020년 11월 1일 바다의 별 Pr. 단장이 되었고, 2021년 7월 14일 Cu. 회계, 2022년 1월 7일 Co. 회계, 그리고 Co. 부단장으로 선출되어 봉사했습니다. 오랜 신앙생활을 했으나 여러 가지 핑계로 봉사활동을 못 했는데 늦게나마 레지오에 입단해 봉사 직책을 맡게 된 것도 주님 안에서 성모님의 부르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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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800km 완주, 낮은 봉사자로 최선 다할 것
오래전 회사 다닐 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다고 얘기했던 걸 딸 로마나가 기억하고 2024년 가을 산티아고 순례길을 권하며 설명회 참석 자료를 주었습니다. 집을 떠나 40여 일을 외국에20250918094417_267790514.jpg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망설이다 2025년 5월 8일로 예약했습니다.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2025년 2월 2일 레지아 회계로 선출되었고, 부족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성모님의 부르심이라는 마음으로 순명하였습니다.
하지만 몇 개월 전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기에 송구스럽지만 단장님께 말씀드렸고, 단장님을 비롯한 레지아 간부님들과 전 회계님의 도움으로 2025년 5월 8일~6월 19일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마음 놓고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이 모든 일이 주님 안에서 성모님의 보살핌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낮은 자세로 모범이 되는 봉사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3년 전, 친정아버지께서 선종하시기 직전에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성호경 긋는 법과 간단한 기도를 가르쳐 드렸는데 병상에 앉아계시면서 기도하시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장례미사를 드렸고 아버지 가시는 길은 아름다운 꽃길이었을 것으로 생각하며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절에 열심히 다니셨던 친정어머니께서도 오래전 개종하신 후 성당을 다니셨습니다. 친정아버지께서 성당 다니시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셔서 불편해하시면서도 레지오 활동을 하셨고, 수전증 때문에 성서 필사는 못하셔도 성경 통독을 세 번째 하고 계신 저의 멘토이신 친정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가족들과 지인들도 입교하도록 도움을 주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의 남은 숙제인 것 같습니다.
<사진설명(위로부터)>
- 사랑보금자리에서 봉사 활동
- 입단과 바다의 별 Pr. 단원들
- 산티아고 순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