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와 마음읽기
온순한 작은 양 떼
(기적의 100달러)
신경숙 데레사 독서치료전문가

도주하던 인질 강도가 한 기자의 차를 박살 내고 가버린다. 경찰들은 그 강도를 쫓아가고, 혼자 남은 기자는 엉망이 된 자기 차를 보며 내리는 빗속에서 허탈하게 서 있다. 그때 어떤 사람이 가까이 와서 차를 주며 그냥 가지라고 한다. 그것도 아주 비싼 차를 말이다. 이 말에 당황해하는 기자에게 그 사람은 “Pay it forward”(받은 도움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라)라고 하고 사라진다. 이에 충격을 받은 기자는 이 말에 대한 추적을 결심한다. 이는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의 첫 장면으로, 원작은 소설 ‘트레버’이다. 트레버의 작가 캐서린 라이언 하이디는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차에 불이 나 죽을 뻔하였는데 그곳에 있던 낯선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살았다. 이후 자신을 도와주고 조용히 사라진 그 사람들의 선행을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인 트레버는 막 중학생이 된 11살 소년으로, 사회 선생님의 과제 ‘세상을 변화시킬 방법’을 고민하다 ‘도움주기’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이는 내가 어려움에 처한 세 명을 도와주면, 그 사람은 도움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다른 세 사람에게 그 갚음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그 세 사람이 또 다른 세 명에게 도움을 주어 선행이 퍼져나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선행을 시작으로 주변의 여러 사람이 변화된 삶을 살게 된다.
‘기적의 100달러’(2002년, 두란노)라는 책이 있다. 이는 위 영화를 감명 깊게 본 캘리포니아의 데니와 리사 벨레시 목사 부부가 이 방법을 자신의 교회에 그대로 적용해 본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그들은 먼저 교인들에게 ‘하늘나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100명에게 100달러씩 주며 다음 세 가지를 약속하게 한다. 첫째, 이 돈은 하느님이 주신 것임을 잊지 말 것. 둘째, 이 돈을 하느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사용할 것. 셋째, 그 결과를 90일 후에 다른 사람과 나눌 것이었다. 90일 후 교회에는 2000명이 넘는 교인이 모였다.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지는 100달러로 말이다.

선행이 퍼져나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
결과는 교회가 감동으로 넘쳐났다고 한다. 불치병 어린이 환자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일을 시작하여 창고에 하나 가득 아동 도서를 모으게 된 사람, 노숙자에게 담요를 사주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는 데 사용한 사람, 또 ‘예수’라는 영화를 상영하는 일에 돈을 쓴 사람도 있었다. 아기를 유산하거나 아이를 잃은 가정에 꽃을 보내거나, 미혼모의 보조금, 교도소의 전교를 위한 헌금, 멕시코의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 기금, 중국의 신학생을 위한 장학금 등으로 쓰이기도 했다. 또한 열 명의 친구가 동참하여 6000달러로 불어나는 일도 있었고, 100달러가 90일 만에 1만 3000달러가 되어 돌아오기도 했다. 이렇게 그 100달러들은 여러 곳에서 다양한 기적을 만들어 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느낀 공통점이었다, 그들은 돈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시간까지도 모두 하느님의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큰일을 할 수 있고, 우리 주변에는 늘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함을 깨달았다. 하느님은 항상 우리 기도에 응답하시는 분이라는 믿음도 생겼으며, 교회는 신자들만의 거룩한 집합소라고 생각하던 편협한 인식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고, 인생에서 가장 큰 가치가 무엇인지도 깨달았다고 한다. 
유아 영세자였지만 직장을 핑계로 오랜 시간 냉담하던 50대 독신자 B형제는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바람에 꽤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 있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다시 신앙을 찾아 성사를 보고 본당의 도움을 받으며 그 시간을 이겨냈다. 회복 후 그는 레지오에 입단하였는데, 요즘은 기대와 다른 레지오 사정에 조금 답답함을 느낀다고 한다. 
“제가 힘들 때 본당의 여러 단체가 저를 위해 다방면으로 애써주셔서 저도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레지오를 선택하였는데, 막상 단원이 되고 보니 본당 봉사는 많이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봉사가 적어서 많이 아쉽습니다. 사실 제가 도움을 받을 때 물질적 도움과 노력 봉사 둘 다 큰 도움이 되었지만, 저에게는 두 가지가 서로 다르게 다가왔어요. 물질적 도움은 어느 순간, 사람이 아니라 물질을 기다리는 저를 발견하게 되어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레지오 단원들이 기도와 집 안 청소 등 몸으로 도와주시니 참으로 사랑받는다는 생각에 제 영혼이 정화되는 듯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활동 대상자를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자 그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결과는 그때까지의 작은 일들이 차근차근 쌓여 이루어진 것
‘모든 일의 성과는 결과를 통해서 드러나지만, 그 결과는 그때까지의 작은 일들이 차근차근 쌓여서 이루어지는 것’(교본 318쪽)이니 작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레지오 또한 지금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그 시작은 아주 소박하였다.(교본 23~24쪽) 교본에 ‘레지오는 얼마나 온순한 작은 양 떼에 불과한가!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123쪽)라고 되어 있다. ‘레지오는 지극히 큰 능력을 지니신 동정녀와 결합하고 있는 단원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레지오는 훌륭한 원리 위에 세워져 있으며, 그 원리를 효과적으로 응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123쪽)다. 또한 ‘신앙을 확고히 하고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물질적 힘이 아니라 영신적인 힘’(교본 104쪽)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악에 대항하여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나 혼자의 힘으로 어림도 없다는 생각에 두려운가? 실제로 작은 죄 하나가 또 다른 불행한 결과들을 연달아 일으켜 이 세상에 수많은 더 큰 죄악들을 퍼뜨리고 있으니 나의 노력과 힘은 미약하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뉴먼 추기경의 다음 말을 기억하자! “작은 이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여러분 가운데 계시는 하느님께서는 전능하신 분이시고, 여러분을 위하여 큰일을 하실 것이기 때문이다.”(교본 105쪽) 
결국 ‘가장 미약한 사람이라도 성모님이 지니신 힘을 영혼들에게 전달할 수가 있’(교본 58쪽)고, 실제로 우리는 보리빵 다섯 개가 수천 개로 불어난 사건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이를 위해 우리는 프란치스코 드 살 성인이 권하는 작은 덕행을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정 어린 마음씨와 예의를 갖춘 바른 행동, 인내와 배려, 그리고 이해, 특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감싸 주는 일’(교본 315쪽)이다.

‘보라, 베들레헴 성지는 얼마나 작은 마을이었던가!’(교본 1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