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요. 사례금은 15만 원입니다. 맞지요?” “예, 맞습니다.” 평범한 이 대화가 도덕성 실험에서는 문제가 되었다. 대학생 11명에게 ‘도덕성에 대한 인터뷰’를 제안하며 사례비로 10만 원을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몇 명은 15만 원을 그냥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돈을 받기 전 인터뷰에서, 받아야 할 금액보다 더 많이 받으면 남은 금액을 돌려주겠다고 대답했던 터였다. 물론 이것도 실험의 일부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당황하며 부끄러워했다.
이 실험은 EBS의 인간탐구 대기획 5부작 “아이의 사생활” 프로그램 중 ‘도덕성’에 관한 내용이다. 이 프로는 방대한 참여 인원과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된 심리과학 프로그램으로 당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도덕성에 관한 이 실험의 결과는 우리는 스스로 도덕적이라고 여기지만 실제 일상에서는 생각보다 도덕적 행동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 도덕은 인류가 집단생활을 하면서 생존을 위해 힘을 모으고자 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유일하게 인간에게만 발견되는 특성이다. 우리는 나와 상관없는 일에서는 도덕성을 지키는 판단을 내리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도덕적 판단이 달라지기도 한다. 각자의 상황과 대상에 따라 도덕적 행위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도덕적 기준이 특정 상황에서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확신시키는 과정’을 ‘도덕적 이탈’이라 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비도덕적 행동을 스스로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여 도덕적 행동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자기 비난을 피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러니 도덕적 이탈의 정도가 클수록 자신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죄책감은 작아진다.
‘정당화’는 강력한 도덕적 이탈의 사고 과정
그렇다면 어떤 사고 과정이 있기에 도덕적 이탈이 일어날까? 이에 대해 사회학습이론의 창시자이며 스탠퍼드대학 교수인 앨버트 반두라는 다음 몇 가지로 설명하였다. 첫 번째는 ‘정당화’로 나쁜 행위가 오히려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도덕적 목적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자비한 테러리스트가 자신의 살인 행위를 자랑스러워하며 영웅인 듯 행동하거나, 신의 이름으로 행하여지는 전쟁이나 종교박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인간이 정당화하지 못하는 악행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만큼 정당화는 강력한 도덕적 이탈의 사고 과정이다.
두 번째는 ‘완곡한 표현’이다. 총격을 ‘타겟 맞추기’라고 하거나, 전쟁에서 민간인 사상자를 ‘부차적 피해’, 혹은 거짓말을 ‘다른 버전의 이야기’로 부르는 것 등이다. 이는 분명 비도덕적인 일이지만 표현을 달리함으로써 중립적이거나 어쩔 수 없었던 일로 여기게 한다. 세 번째는 ‘유리한 비교’로 자신의 악행을 자기보다 더 큰 악행과 비교하여 자기가 한 것은 악행도 아니라며, 오히려 자기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폭행을 연쇄살인과 비교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네 번째는 ‘책임 전가’로 자신의 비도덕적 행위는 명령에 따른 것으로, 주어진 의무를 다했을 뿐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치 때 유대인을 학살하던 전범들에게서 볼 수 있는 사고 과정이다. 다섯 번째는 ‘결과 왜곡’이다. 이는 비도덕적 행위의 결과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대상자의 고통이 그리 크지 않을 거라며 결과를 평가 절하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유대인 학살이나 인디언 박해 등은 대상자를 인간 이하로 보는 ‘비인간화’의 사고 과정이고, 환경 오염처럼 행위의 주체가 모호하여 쉽게 비도덕적 행동을 하게 하는 ‘책임 분산’의 사고 과정도 있다. 반두라에 의하면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도덕적 이탈의 사고가 작동하게 되면 도덕적 행동에 실패하여 누구나 비인간적인 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꾸리아 단장인 B자매에게는 40대 대녀가 있는데, 사춘기 딸의 일탈을 종교로 해결하고자 영세하고 단원이 되었다. 대녀는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이가 별 변화를 보이지 않자 실망하여 냉담의 위기에 처했고, 옆에서 지켜보던 B자매는 대녀에게 부모 상담을 강하게 권유했다 한다. 그 결과 대녀도 아이도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이에 B자매는 말한다.
“대녀는 아이에 대한 걱정만 많고 정작 행동은 성실치 않았습니다. 다소 젊은 나이라 간부직을 맡았지만 사춘기 딸을 핑계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기도 했지요. 심지어 아이를 돌본다는 이유로 거짓말도 자주 하는 등 문제 행동이 많았습니다. 저는 이런 부모의 행동이 자녀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 판단해 상담을 권했고 다행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대녀는 ‘너무 착하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해 어떤 상황이든 나에게 이익이 되는 일만 선택하며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라고 말하더군요. 변화는 이렇게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성모님의 군사인 우리는 한 번의 비도덕적인 행위도 조심해야
‘죄는 이 도덕의 세계를 흔들어 놓을 뿐만 아니라, 그 세계에 속한 사람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힌다.’(교본 451쪽)는 말처럼 죄는 영혼의 독이다.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뱀의 머리, 즉 자기 현시, 이기심, 자만심, 자부심, 자기애, 자기만족, 출세욕, 아집 등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를 유혹한다.(교본 53~54쪽 참고) 또한 죄는 죄를 낳아, 작은 죄 하나가 또 다른 불행한 결과들을 연달아 일으켜 세상에 수많은 더 큰 죄악들을 퍼뜨리게 될지도 모른다.(교본 451쪽 참조)
그러니 성모님의 군사인 우리는 한 번의 비도덕적인 행위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원죄 없으신 성모님은 당신의 발로 뱀의 머리를 힘 있게 밟고 계시지 않은가! 이는 ‘하느님께서는 동정녀에게 뱀의 머리를 바수는 힘을 주셨고, 그분과 결합하는 사람들에게는 죄악을 이겨내는 힘을 주셨’(교본 44쪽)기에 우리에게도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레지오는 성모님이 ‘뱀의 머리를 바수는 당신의 영원한 사명을 완성하시는 일에 대리자로서 활용하시는 사도직 단체’(교본 45쪽)이다. 그러니 내가 성모님의 군단에 속해 있다면 나는 이미 예언된 승리를 향해 진군하고 있는 것이다. ‘성령께서 레지오를 품어 보호하시고, 악의 세력에 맞서는 끝없는 싸움은 성령의 권능에 힘입어 승리’(교본 70쪽)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모님의 군단, 이 얼마나 죄악을 이겨낼 수 있는 훌륭한 장치인가! 우리가 할 일은 일상의 모든 면에 레지오 정신이 깃들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뿐이다.(교본 303쪽 참조)
‘도덕적인 성장 없이 물질적인 성장만 있다면 그것은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교본 1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