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자리_광주대교구 쌍암동성당 송추월 안젤라
주님의 도구로 쓰이기를
한혜순 수산나 광주 Se.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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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교구 쌍암동성당(주임신부 김관수 시몬) 내 갈릴래아 카페에서 매괴의 모후 Cu. 송추월 안젤라 단장을 만났다. 송 단장은 요즘 작년 가을, ‘광주가톨릭 비움나눔 페스티벌’에서 공연되었던 국악 성무극 ‘낙화’(복음 전파를 위해 동분서주하시다 마침내 순교의 화관을 받고 천상 월계관을 쓰신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그린 공연)가 관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어 앵콜 공연이 있어 연습 중이란다. 그는 본당에서는 노인분과장으로 봉사하며 어버이날, 본당의 날 등 행사 때 민요, 고고장구 등 재능기부와 매일 미사에 참례하며 전례 해설, 그리고 매괴의 모후 Cu. 단장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20250325102228_1907744006.jpg
송 단장은 초등학교 5학년 성탄 미사에 처음 가본 성당에서 중학교 1학년 때 세례를 받았고, 결혼 적령기에 지인의 소개로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을 만났는데 시댁이 여호와 증인임에도 천주교의 끈을 꼭 잡고 있었다. 시어머님은 육 남매의 다섯째 아들인 남편과 사시기를 원하셔서 18년을 모시면서 종교에 대한 갈등이 어찌 없었으랴. 여호와 증인 신도들이 방문하여 성경 공부를 권하자 처음엔 시어머님의 지인들이라 두어 번 응하다 용기를 내어 거절하고 집 가까운 곳의 성당에 거의 매일 나갔다. 고맙게도 당시 남편은 언젠가 성당에 가겠노라고 했기에 가정의 평화를 위해 기다리며 강요하지 않았다.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여 두 달 만에 퇴직금 전부를 잃고 무일푼이 되었다. 세 살, 다섯 살이던 두 아이와 함께 길을 가다 어묵을 파는 가게 앞을 지나는데 군침을 흘리는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잰걸음으로 피하던 가슴 아팠던 기억이 떠올라 지금도 어묵을 볼 때면 목이 멘단다. 그렇게 힘들었던 때, 성당에 다니던 옆집 교우의 아낌없는 나눔으로 굶지 않았는데, 시골에서 가져오는 먹거리를 안젤라 자매의 처지를 알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고 문을 열어두었기 때문이다. 그 고마움과 가난의 바닥을 겪었기에 먹고살 만한 지금,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하다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려운 시기에 국악과 만나다
당시의 힘듦을 견뎌내고자 아이들과 미사에 다니며 주님의 자녀이고자 매달렸는데 지나고 보니 주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셔서 오늘이 있다고 회상한다. 힘들었던 그 시기에 성당 근처 문화예술회관의 무료 국악 수강생 모집을 보고 아이들과 같이 배우며 끼를 발견해 광주가톨릭 평생교육원과 지역 복지관의 평생교육 프로그램 국악 강사와 민요 가수로 활동하면서 지난 2023년 광주 세나뚜스가 주관한 한국 레지오 도입 70주년 식전 행사에서 7천여 명의 레지오 단원들에게 흥겨운 국악 공연을 펼쳐 행사장을 빛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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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를 운영하며 보람 있었던 때를 돌아본다. 2018년, 레지오 확장을 위해 기도하던 즈음 평일 오전 미사에 나오시는 요셉회 회원들이 계셨는데, 그분들을 대상으로 Pr.을 신설하여 함께 기도하고 활동하면 서로 활력소가 되겠다는 생각에 본당 신부님, 수녀님께 말씀드리고 1년 이상 기도해왔다. 하지만 Pr. 신설 직전 코로나로 주춤하게 되었는데 신부님과 수녀님, 레지오 단원들의 관심과 기도가 밑거름되어 2022년 3월, 순명해 주신 여섯 명의 단원들로 ‘기쁨의 샘 Pr.’(초대 단장 김정윤 요아킴)을 신설했다. 
단원들은 성당 마당 청소는 물론이고 사계절 풀, 잔디, 낙엽, 눈 치우기를 하시는 본당의 보배들이시라고 자랑한다. 요즈음은 Cu. 월례회의 시작 전 Cu.와 Pr. 4간부가 함께 레지오 단원들의 영육 간 건강을 위해 십자가의 길을 바치고 있다.

암으로 병세가 깊어가던 남편에게 직접 대세 줘
남편은 생전에 성탄과 부활절에만 성당에 오곤 했는데 작년 6월, 위에서 간으로 전이되는 4기 암이 발견되었다. 이대로는 석 달, 항암치료 하면 일 년이라는 의료진의 말에 기적을 바라며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이 어려움을 본당 신부님께 면담하니 교우들에게 알려 기도를 받을 수 있게 해주셨는데, 특이하게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통증을 못 느껴 고통은 없었으나 암세포는 그대로였다. 9차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점점 병세가 깊어지던 작년 성탄전야에 송 단장은 남편에게 병실에서 직접 대세를 주었고 ‘안젤로’ 세례명을 기쁘게 받아들인 밤, 그때의 벅참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폭설이 내린 지난 1월, 남편은 꼭 잡은 손을 놓고 주님 곁으로 떠났다. 본당 공동체의 넘치는 기도로 고통을 못 느끼고 투병했고, 궂은 날씨에도 교우들의 끊임없는 연도와 입관, 장례미사와 장지동행에 함께 해준 공동체에, 받은 사랑을 되갚으며 앞으로의 삶은 주님과 함께, 주님께서 원하시는, 주님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자 기도한단다. 아직은 남편의 부재가 문득 꿈같기도 하지만 잘 성장해준 두 자녀에게 고맙고 주님을 찬미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게 재능을 주신 주님께 한없이 감사하다고 한다. 
자신을 주님께서 필요한 도구로 쓰시기를 청하는 안젤라 자매의 앞날에 주님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바라며 응원의 기도를 보낸다.
<사진 설명(위로부터)>
- 송추월 안젤라 단장
- 국악 성무극 ‘낙화’ 포스터
- 한국 레지오 도입 70주년 행사 식전 공연(좌) 기쁨의 샘 Pr. 신설 당시 주임 신부님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