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포도 산지 라 리오하와
이라체 수도원
신미영 미카엘라 청주교구 용암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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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리오하(La Rioja) 포도 산지, 이라체 수도원 와인 
라 리오하는 스페인의 북부 지방의 프랑스 국경 인근에 있다. 다양한 와인들이 각국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스페인의 최고 레드와인 생산지이다. 생산되는 와인의 약 3분의 2 이상이 레드와인이며 로제와인, 화이트와인이 나머지 일부분을 차지한다. 라 리오하주는 대서양 기후와 지중해 기후, 그리고 내륙의 메세타 지역이 만나는 접점이다. 스페인의 가장 작은 자치주이지만 대표적인 와인 양조장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길옆으로 포도밭이 많이 보이는데 특징은 작은 품종이 주류를 이룬다. 땅이 걸고 기름져서 좋은 품질의 포도가 생산되며 특히 적포도주는 세계 최고라는 호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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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사람들은 와인 양조에 관해 이야기할 때 ‘제조’나 ‘생산한다’라는 말 대신에 ‘만든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무언가를 공들여 만든다는 것은 스페인 사람들에게 신중함과 창조하고 돌보는 노동을 모두 포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토착 품종이 많은 와인 생산지로, 재배되는 포도는 600여 종이 넘으며 대부분이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품종이라고 한다.
에스떼야 시내를 벗어나 2km를 걷다 보면 아예기(Ayegui) 마을의 유명하다는 대장간이 나온다. 전통 방식으로 순례 기념품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곳이다. 손으로 만들었다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소품들이 많아 눈요기하는 것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곳을 둘러보고 구경하고 순례 스탬프를 찍고 나왔다. 사실 들러야 할 곳은 수도꼭지에서 와인이 나온다는 보데가(Bodega) 이라체 수도원이다. 이곳은 수도꼭지에서 와인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전부터 지친 순례자들에게 무료로 포도주와 빵을 무료로 나누어 주며 순례자들을 격려하는 전통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보데가스 이라체 와이너리 업체가 와인을 수도원에 제공하여 순례길의 고단함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가다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수도꼭지 두 개가 있었다. 이미 왼쪽 바닥엔 와인을 받다가 흘린 자국이 선명하다. 수도꼭지에서 받아 마시는 와인은 신기하고 맛도 좋았다. 가방에 매단 조가비에도 받아서 마셨다. 이곳까지 잘 걸어왔으니 더 힘을 내서 끝까지 순례를 잘하라는 까미노의 달콤한 선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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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마을 로스 아르코스(Los Arcos)
20250324154709_391635369.jpg로스 아르코스로 가는 길은 똑바르고 끝이 없다. 그래도 가끔 모퉁이를 돌 때 산딸기를 따 먹으며 지루함을 달랬다. 새콤달콤 산딸기는 맛이 좋은데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듯 산딸기들이 많다. 나무는 있으나 길가에 있지 않아 그늘이 없어 태양은 뜨겁기만 하다. 어쩌다 나무가 있으면 그곳은 작은 쉼터가 된다. 아르코스 입구 표지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걸어온 길이 멀어 상당히 피곤했다. 
마을로 들어서자 어떤 행사를 하는지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흰색 티와 바지 그리고 목에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전에 TV에서 본 모습이라 익숙하다. 많은 인원이 모여 바에서 식사하면서 이야기들을 나누며 즐거워한다. 우리는 숙소를 공립 알베르게로 정하였다. 늦은 시간까지 축제는 이어진다. 마을마다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 축제를 하는데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참가한다고 한다. 축제를 즐기는 스페인 사람들의 낭만과 열정이 대단하다. 스페인은 열정의 나라답게 정말 멋지게 사는 사람들이다. 
로스 아르코스에서 우리 부부는 아주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남편의 코코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나를 급히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우리 부부가 순례 중에 사용할 돈을 담아 두었던 전대가 없어졌다. 갑자기 머리가 멍하고 식은땀이 흘렀다. 휴대전화 불빛에 두 눈을 번쩍이며 살폈다. 남들은 다 잠들어 조용한데 우리는 경비가 들어 있는 전대를 찾느라 부스럭댔다. 위아래를 샅샅이 찾아보니 침대 사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이튿날 로스 아르코스를 벗어나면서 동터 오는 아침을 맞이했다. 우리가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아름답고 익숙한 풍경길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일출의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라 리오하의 길은 포도밭이 계속 이어진다. 산티아고 순례는 단조롭다. 자고 걷고 먹는 일이 전부이다. 가벼운 오르막을 걸어 자동차 전용 도로를 등지고 몇 킬로를 걸으면 이름만 들어도 예쁜 산솔(Sansol) 마을이 산들머리에서 얼굴을 내민다. 이곳에서 잠시 쉬며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로그로뇨 대성당 그리고 중국 뷔페 WOK 
외곽으로 나가 나무다리를 오르고 굴다리를 지나고 나서 한참을 걷다 보면 로그로뇨 도시 지명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미리 도시의 이름을 보여주는 건 지친 순례자들에게 위로와 힘을 준다.20250324154620_2109299783.jpg 로그로뇨는 로마 시대에 건설된 유서 깊은 도시로 중심 도시이자 주도이다. 특히 도로망이 발달하였고 스페인 전역을 연결하는 기찻길도 있다. 인구는 15만 명 정도가 살고 있고 에브로(Ebro)강 강가에 자리하며 해발고도 384m라고 한다. 중세에 양모의 생산지였을 뿐만 아니라 순례 행로에 있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고대 성곽도시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모두 도시 안에 있다. 농업과 포도 재배 지역에 있는 교역의 중심지로 라 리오하 포도주가 유명하다. 로그로뇨의 매력 중 하나는 어느 바에서든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매년 9월 3번째 주에는 로그로뇨시에서 포도 수확을 경축하는 라 리오하 축제가 열리는 데 이때 마차 시가행진과 투우 등의 행사가 열린다. 산업으로는 식료 가공품․제재업, 가구 섬유 제조업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로그로뇨 대성당은 산타 마리아 라 레돈다 대성당이다. 15세기에 지어진 성당은 르네상스 시대에 건축되었으며 바로크 양식이 주류를 이룬다. 성당 안에 있는 ‘십자가의 길’은 천재 미켈란젤로가 그린 작품이다. 그리고 19세기 총리직까지 올랐던 스페인 역사의 두드러진 인물인 에스빠르떼로 장군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 오래된 성벽 위에 세워진 성당은 로그로뇨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기도 하다. 화려하게 장식된 첨두아치의 정문은 13세기 후반에 만들어졌으며 산티아고 순례길의 랜드마크 건물로서 9번째로 손꼽히는 건물로 알려져 있다. 
로그로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중국 뷔페 WOK이다. 그곳에서 다양한 고기류와 해산물 요리, 디저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한국인 입맛에도 아주 잘 맞는다. 로그로뇨는 순례자들에게 역사와 문화,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사진설명(위로부터)>
- 로스 아르꼬스 일출
- 라 리오하의 광활한 포도밭(좌) 라 리오하 와인 양조장
- 아예기 소품 전통대장간(좌) 이라체 보데가스 수도원 와인 수도꼭지
- 로스 아르꼬스 마을 축제
- 로그로뇨 레돈나 대성당 내부(좌)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끝없는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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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영 미카엘라는 2002년 세례받고, 2008년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하여 Pr. 단장, Cu. 단장, Co. 부단장으로 활동하였다. 2019년 8월 남편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를 38일간 다녀오고, 2021년 ‘사진으로 보는 우리 부부 산티아고 순례길’, 2024년 ‘열정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출간했다. 현재는 플렛폼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