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와 마음읽기
이웃의 구원을 위해
(타임 푸어)
신경숙 데레사 독서치료전문가

같은 한 시간이라도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때론 길게, 때론 짧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간을 두 가지 개념으로 표현하였다. 바로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이다. 크로노스는 시계를 통해 알 수 있는 물리적 시간으로, 양의 개념이다. ‘하루는 24시간이다’라고 정의 내리고, 시간을 아껴 쓰라는 표현 등에 쓰인다. 
반면, 카이로스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순간의 시간으로, 질의 개념이다. 비록 찰나라 할지라도 깨달음을 얻거나 인생을 좌우할 선택이 이루어지며, 구체적인 사건 속에 놀라운 변화를 체험하는 시간이다. 하여 크로노스가 객관적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의미로 경험되는 주관적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왜 해도 해도 할 일이 줄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시간에 쫓기며 일하는 생활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질문일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유능한 기자이며 두 아이의 엄마로 육아와 직장생활을 함께 해야 했던 브리짓 슐트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그녀는 생활 속에서 이런 시간 쫓김 현상에 회의를 느꼈고, 여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탐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로 2014년에 ‘타임 푸어(Time Poor)’-부제;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 가사 휴식 균형잡기-를 출간하였다. 그리고 이 책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 아마존과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타임 푸어’는 시간에 쪼들리는 현상으로, 해야 할 일들에 쫓겨 자기를 위한 여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뜻한다. 시간이 부족하면 바쁜 생활로 이어지게 되고 뭔가를 충분히 음미하거나 몰입하는 것이 어려워지며, 불안과 긴장으로 일상의 만족도는 떨어지게 된다. 또한 이해나 배려를 하기보다 오히려 남들에게 그것을 바라게 되면서 대인 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연하게 삶은 척박해질 수밖에 없다.

주어진 시간의 한계 인식한다면 무엇이 중요한지 보일 것
브리짓 슐트가 타임 푸어에서 탈출하기 위해 시도한 방법은 다양했다. 시간 관리자에게 상담받기, 좋은 삶에 대한 고대인들의 성찰 살펴보기, 다방면의 학자 및 정치인과의 인터뷰 등이다. 이 외에도 파리에서 열린 ‘시간활용 학술대회’에 참가하기도 하고, 가장 여유롭게 사는 나라라고 알려진 덴마크를 찾아가 그곳의 삶을 알아보기도 한다. 결국 그녀가 발견한 타임 푸어 탈출을 위한 첫걸음은 ‘잘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의 변화’였다. 그녀는 “잘산다는 것은 보람찬 일을 하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영혼을 충전할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를 위해 완벽보다는 나쁘지 않을 정도면 되고, 좋은 엄마나 이상적인 노동자가 되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오히려 ‘놀기 위해 놀아본 적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부담으로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고 한다. 또한 ‘우리의 인생에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눈을 떠야 한다’라며 우리가 주어진 시간의 한계를 인식한다면, 비로소 무엇이 중요한지 보일 것이라 한다. 이 외에도 메모하는 습관을 지니라거나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멀티태스킹(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을 하지 말라는 등 균형 잡힌 삶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섬세하게 조언한다.
60대 B자매는 활달한 성격으로 대학생 때부터 다양한 단체에서 봉사를 해왔다. 그러나 결혼으로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봉사 시간을 내는 게 어려워졌고, 홀로 버티는 심정으로 간신히 이어가던 중 다소 큰 교통사고를 내게 되었다. 그로 인해 자신을 돌보지 않으시는 듯한 하느님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냉담하게 되었다. 그러다 친정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성당에 나가기를 부탁하셔서 그녀는 10년의 냉담을 풀고 지금은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제게 나쁜 일이 생기니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봉사했던 저의 희생이 물거품이 되는 듯하여 억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당시 저는 일에 치여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그날따라 너무 피곤하여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게 운영으로 바쁘셨지만 봉사는 신자의 의무라시며 즐겁게 활동하시는 엄마의 행복한 모습이 보기 좋아 봉사를 시작했었는데, 정작 제겐 기쁨은 없고 부담만 있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엄마가 즐겁게 봉사하신 비결을 압니다. 엄마는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처럼 신자로서 꼭 필요한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레지오를 선택하신 거였습니다. 레지오는 엄마에게 기도와 활동,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비법이었습니다. 저는 이제야 그것을 깨닫고 엄마의 뒤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먼저 하라
행동단원 권면 활동을 하다 보면 ‘시간이 없다’라는 거절 이유를 자주 듣는다. 실제로 현대인들에게 24시간은 너무 짧은지도 모르겠다. 해야 할 일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들의 거절은 ‘신앙생활 때문에 바쁜 것이 아니며, 정작 신앙과 관련된 일은 맨 마지막 순위에 들어 있’(교본 274쪽)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약 그러하다면 가치 순위에 대한 성찰과 현명한 시간 사용법에 대한 설명으로 그들을 도와 줄 수 있을 것이다. 효율적 시간 사용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것은 ‘자신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먼저 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마태 6,33)는 말씀으로 우리에게 가장 큰 가치를 알려주셨다.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 또한 “이웃의 구원을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영혼을 구할 수 있겠느냐?”(교본 279쪽)는 질문으로 우리에게 사도직 활동의 중요성을 일깨웠다.(교본 274쪽 참고) 그러니 사도직 활동이 생활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나아가 레지오 단원이 된다는 것은 영신적 승리를 보장받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레지오는 훌륭한 원리 위에 세워져 있으며, 그 원리를 효과적으로 응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교본 123쪽)기 때문이다.
삶을 잘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내가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된다.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겨우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지, 아니면 지금의 가치를 생각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하는지 말이다. 결국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의 사도직 단체에 몸을 담는 것은 시간에 쫓길수록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고자 하는 삶의 장치인 셈이다.

“레지오 마리애의 조직은 가장 훌륭한 것이다.”(교황 요한 23세, 교본 1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