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훈화
연중 8주간-사순 4주간
주용민 리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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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민 리노 신부는 1999년 1월에 사제품을 받았으며, 2023년 1월부터 마산교구 사무처장으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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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8주간(3월 2-8일)
묵주기도의 기억

신학생 때 우연한 기회에 매듭 실로 묵주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콩 매듭, 십자 매듭, 연봉 매듭으로 묵주를 만들었습니다. 묵주기도를 열심히 하던 때라 한 매듭 한 매듭을 기도하면서 묶었습니다. 제가 만든 첫 작품(?)을 드린 분은 45년간 공소회장을 하신 외조부님이었습니다. 외조부님은 저녁 식사 후 늘 묵주기도를 바치셨는데 힘든 농사일을 마치시고 꾸벅꾸벅 조시면서도 묵주기도를 꼭 바치셨습니다. 묵주를 만드는 것도 기쁨이었고, 다른 분들에게 직접 만든 묵주를 선물로 드리는 것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저는 신학교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이후 매주 본당 옆 꽃집에서 장미 한 송이를 사서 성모당에 봉헌하며 성모님께 간절히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아주 열심히 로사리오 기도를 드렸습니다. 사제가 되어 26년을 살아오면서도 아마 그때만큼 간절히 기도드린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간절함에 대한 기억은 신학교 생활이 힘들게 느껴질 때마다 마치 타임머신처럼 저를 그때의 성모당 앞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은총이 무엇인가”라고 물으시면 “감사의 기억”이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저에게 묵주기도는 늘 감사의 기도가 되었습니다.
또한 묵주기도를 드리며 성모님께 우리의 고통과 걱정을 맡길 때, 하느님께 대한 신뢰가 깊어지고 내면의 위로를 받게 됩니다.
감사에 대한 기억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도 하고,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감사는 단순한 감정 이상으로,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깊게 하고 영적인 성장을 돕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누구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기억은 과거를 품고 있고 그때를 그리워하게 합니다. 과거에 받았던 사랑과 은혜를 기억하면, 현재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힘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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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1주간(3월 9-15일)
사순을 잘 보내려면

은총의 사순시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사순시기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묵상하며, 우리 자신의 신앙을 성찰하고 깊이 있게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사순시기를 맞이하여 가져야 할 삶의 자세에 대해 몇 가지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기도하는 삶입니다. 사순시기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더 깊게 만드는 시간입니다. 기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 일정 시간을 정해 묵상 기도, 성경 읽기, 성체 조배 등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또한 십자가의 길을 통하여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그분의 희생과 사랑을 마음 깊이 새겨보고, 고해성사를 통해 내 죄를 하느님께 내어 맡기고, 영적인 정화를 추구합니다.
둘째, 사순시기는 단식과 절제된 생활을 하는 시기입니다. 단식은 단순히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불필요한 욕망과 집착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금육과 단식을 통해 우리 자신을 절제하고, 가난하고 굶주린 이들과 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소비, SNS나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을 줄이는 생활의 단식을 통하여 하느님께 집중할 시간을 만듭니다.
셋째, 사순시기의 핵심은 사랑의 실천입니다.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화해와 용서를 실천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넷째, 예수님의 고난은 우리의 죄를 위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자신의 삶과 행동을 돌아보며 하느님 뜻에 부합하지 않은 부분을 찾아 고쳐야 합니다. 또한 예수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다지고,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살려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사순시기는 고난을 단순히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신앙의 성숙을 위한 도구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르칩니다. 내 삶의 고난 속에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떠올리고, 고난을 통해 하느님께 더욱 의지하는 법을 배웁니다.
사순시기는 회개와 변화를 통해 부활의 기쁨에 이르기 위한 여정입니다. 이 시기를 통해 더욱 겸손하고 사랑으로 가득 찬 신앙의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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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간(3월 16-22일)
최고의 화두 - 생명

생명은 하느님의 가장 귀한 선물입니다. 창조의 첫 순간부터 하느님께서는 모든 생명에 당신의 사랑과 뜻을 담으셨습니다. 인간의 생명뿐 아니라 자연 안의 모든 생명은 하느님의 섭리와 계획 안에서 존재합니다.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시고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셨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창세기 2,7). 이는 생명이 단순히 육체적인 존재를 넘어,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생명은 단지 살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을 완수하며, 사랑과 은총 안에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십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 6) 예수님 안에서 우리는 생명의 본질을 깨닫고, 그것이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통로임을 알게 됩니다.
생명은 그 자체로 존엄합니다. 이는 우리 신앙의 핵심이며, 교회는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을 중요한 사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생명의 가치는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동일합니다. 이는 태아, 병자, 노인, 그리고 삶의 어려움 속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도 똑같이 해당됩니다.
현대 사회는 때로 생명의 가치를 물질적 성공이나 효율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모든 생명이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생명은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신성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은 생명을 위한 것입니다. 자연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소중한 생명의 터전입니다. 창조물에 대한 사랑과 존중은 곧 생명을 존중하는 행위입니다. 오늘날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도전 속에서도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 안에서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을 선택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자신의 생명을 사랑하고, 이웃의 생명을 돌보며, 영원한 생명을 향해 나아가는 은총의 삶을 살아가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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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간(3월 23-29일)
자발적인 희생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복사단을 시작하면서 레지오 단원이 되었습니다. 레지오가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묵주기도, 활동 보고, 교본연구와 발표, 까떼나를 바쳤습니다. 하지만 레지오 회합을 통해 활동하는 단체임을 몸으로 먼저 익혔던 것 같습니다.
여러 활동이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제일 강하게 기억나는 것은 ‘희생’이었습니다. 단장님께서 한 주간 복사 일정표를 짤 때면 “월요일 새벽 미사 복사할 사람?”이라고 하지 않으시고 “누가 ‘희생’하겠습니까?”라고 늘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월요일 새벽 미사는 복사 단원이 제일 기피하는 요일과 시간이었습니다. 서로 머뭇머뭇하다가 한 단원이 손을 들면 그 희생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 희생은 내가 해야 한다는 당연하고도 자발적인 마음을 서로 가졌습니다. 얼마 전 희생은 좋은 단어일까 그렇지 않은 단어일까를 묵상한 적이 있습니다. 먼저 신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예수님의 희생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인간을 구원하시려 외 아드님을 내어주신 사건이며 희생은 단순히 자신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표현이다. 미사는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현재화시키는 사건이며 신자들은 자신의 삶에서 고난과 고통을 그리스도의 희생과 결합하여 구원 계획에 동참하는 것이다. 희생은 고통으로 끝나지 않으며 부활과 영광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향한다.”
신학을 많이 배우고 교리를 많이 알고 있으면 무엇합니까? 말 그대로 이론과 실재가 다른 삶을 살 때가 많은 우리입니다. 머리는 알고 있으나 마음이 그렇게 따라 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자발적인 희생은 숭고하고 거룩합니다. 그렇게 희생의 시작은 좋은 의도로 합니다. 하지만 삶 안에서 서서히 희생되어 가는 듯한 나를 발견합니다. 그러면서 괜스레 억울해집니다. 나를 억울한 사람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다시 첫 마음으로 돌아가 자발적인 희생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억울해지지 않고 거룩하고 넘치는 사랑에서 비롯된 예수님의 희생과 조금이라도 결을 같이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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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간(3월 30일-4월 5일)
시간을 무엇과 바꾸며 사십니까?

우리에게 매일 반복되는 뉴스 중 제일 많이 접하는 것은, 오늘 하루에도 전 세계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의 생이 마감되었다는 것입니다. 생이 마감되었다는 것은 죽었다는 말입니다. 죽었다는 것은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모두 소진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지금 살아 있는 것은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주어진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인생은 생을 명하신 분이 우리 각자에게 주신 시간의 길이 만큼 사는 것을 말하지요. 다시 말해서 살아 있다는 것, 즉 생명은 시간이 주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생은 시간이기 때문에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주어진 시간을 무엇인가와 끊임없이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하루를 산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을 무엇인가와 바꾸는 것입니다. 평생을 학문과 자기 시간을 바꾼 사람은 학자가 되고, 어느 한 종목에 매달려 연습과 훈련으로 자기 시간을 바꾼 사람은 운동선수가 됩니다. 자기의 시간을 기도와 묵상으로 바꾼 사람은 영성가가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은 그냥 나이만 먹은 아이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무엇으로 바꾸어 왔습니까?
그 결과가 오늘 우리의 모습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 주어진 시간을 무엇과 바꾸어 왔습니까? 그 결과가 바로 우리의 내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매일 매일 무엇과 시간을 바꾸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언젠가 내 인생에서 시간이 소진되는 순간, 다시 말해 내 심장이 멈추고 내 호흡이 멈추는 순간 ‘후회’라는 안타까운 탄식을 하지 않겠습니까? 
아침에 동쪽에서 뜬 해는 질 때까지 그 빛을 세상에 밝히고 따뜻하게 합니다. 그 태양 빛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도 아름다워야겠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생이 끝나가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었던 존재로,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그 무엇과 바꿀 수 있는 시간을 주셨습니다. 그 소중한 시간을 값진 것으로 바꾸어가는 것이 시간을 주신 분에 대한 진정한 감사의 표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