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가을이었다. 그 당시 나는 큰 수술 후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으면 투병 중이었다. 가을은 너무 아름다웠고, 신랑이 기분 전환해준다고 횡성 풍수원성당에 가자고 해서 나들이 삼아 갔다. 큰 느티나무 아래서 성당을 보다가 갑자기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성당 문이 열려있었다.
어떻게 기도하는지, 어디서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캄캄한 성당의 십자가 아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하느님!! 저를 살려주세요. 너무 아프고 두렵고 힘들어요.’ 그냥 살려달라고 울면서 매달렸던 것 같다. 성당 밖으로 나와 성물방에 갔는데, 옆에 수녀님께서 “자매님! 마당에 지금 신부님이 계세요. 얼른 축복을 받아 가세요.” 하셨다. 축복이 무언지도 모르던 나는 마당의 신부님께 축복을 부탁했다.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고, 축복을 받아야 성물이 된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2019년 서울 S병원에서 로사 자매님을 만났다. 무실동성당의 예비자교리가 4월에 시작된다고 했는데 무슨 연유인지 7월로 연기되었고, 5월에 병원에 검사받으러 오신 로사 자매님을 만난 것이다. 병원 의자에 앉아있던 나에게 말을 거셨는데, 우리 성당 자매님이셨고, 7월 예비자교리 수업 때 찾아보겠다고 약속하셨다.
알고 보니, 로사 자매님은 우리 성당, 내가 사는 아파트 구역장이셨고, 원래 병원에서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데 그날따라 나에게 말을 걸고 싶으셨다며, 신기하다고 놀라워하셨다. 그해 12월에 세례받을 때까지, 로사 자매님을 통해서 신심이 높으신 자매님들이 성지 순례, 구역 미사, 십자가의 길 등 신앙으로 가는 길에 두터운 버팀목들이 되어 주셨고, 무사히 나는 주님의 자녀가 되었다.
항상 겸손하시고, 늘 빛처럼 환했던 그분을 통해, 나는 하느님의 은총을 알게 되었고, 주님 안에서의 기쁨과 평화를 배워갈 수 있었다. 그 당시, 암으로 고단한 투병 생활을 하시던 로사 자매님은 항상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신앙 속에서 사셨고, 그 와중에도 자신을 위해 기도하지 않으시고, 늘 기도가 필요한 세상의 형제자매를 위해 기도하고, 따듯한 마음을 펼쳐주시던 분이셨다.
2021년 하늘의 별이 되시기 전 삶을 정리하시면서, 묵주 목걸이와 책을 남겨주시고, 견진성사 대모님을 해주라고 다른 자매님에게 부탁하고 가셨다고 하니, 로사 자매님은 하느님께서 나의 눈물의 기도를 들으시고 아녜스를 위해 보내주신 믿음의 인도자이셨고, 주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신 작은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지금도 신앙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여전히 삶의 폭풍과 고통 속에서 주님께 기도하고, 늘 고해하면서 살아가지만, 폭풍 속에 평온을 유지하셨던 예수님을 생각하고, 기도한다. “주님!! 아녜스의 죄를 용서하시고, 치유의 기적을 주소서.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온전히 주님께 바치오니, 모든 것은 당신 뜻대로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