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10시. 레지오 미사가 있는 날이다. 마음에 온기를 가득 채워주시는 참 고마운 분들이 항상 오르간 옆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계시기에 내 발걸음을 재촉하며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성당에 들어선다.
레지오 미사 반주를 한 지 벌써 2년이 넘어섰다. “반주자가 없어서 핸드폰 반주기를 틀어놓고 미사를 한다”라고 하시며 내 손을 잡고서 반주를 해달라고 부탁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작곡을 전공했지만 반주 봉사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이 그냥 주일미사만 지키다가 “반주자가 없어서 핸드폰 반주기를 틀어놓고 미사를 한다”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리고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구나’하는 생각에 평일 레지오 미사 반주를 시작하게 되었다.
반주와 노래의 퍼즐이 맞추어지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고 고민하다가 그 고민의 실마리를 풀어 주실 한 분, 한 분을 찾아가 부탁드렸는데 단 한 번의 거절도 없이 흔쾌히 나의 옆자리(오르간 옆자리)에 오셔서 지금껏 노래에 숨을 불어 넣어 주고 계신다.
한결같이 좋은 말씀을 해주시고 응원을 해주시는 류명숙 루시아님. 맨 앞자리에 앉으셔서 독특한 음색으로 항상 열심히 노래를 해주시는 변경희 요세피나님. “미사 반주를 해줘서 고맙다”라고 늘 말씀해 주시는 인자하신 성품의 안세덕 데레사님. 태화동성당에서 제일 멋쟁이이신 만큼 노래 부르시는 모습 또한 멋쟁이이신 이은희 안나님. 부지런하시고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시어 태화동성당을 지키시며, 세심하게 나의 부족함까지도 챙겨주시는 여성 부회장님이신 윤명화 글라라님. 어느 성가대원들보다 울림통이 훨씬 크시고 성가의 중심을 이끌어가시는 윤성희 비비안나님. 내가 더러운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손을 내밀어 주시며 등을 토닥거려주신 한영자 에밀리아님.성모님의 따뜻한 마음을 닮은 일곱 분이 성모님 가장 가까운 곳에 앉으셔서 노래와 반주가 울퉁불퉁 삐걱거림 없이 잘 맞추어지도록 질서정연하게 화음을 보태주시는 역할을 해주시니 태화동성당의 레지오 미사가 점점 더 풍성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부족한 나를 성모님처럼 곁에서 지켜주고 계시기에 든든한 마음으로 감사하게 열심히 반주하고 있다.
내 옆에 참 고마운 일곱 분이 계셔서 그만두고 싶은 잡념이 생길 때도 그 잡념을 추스를 수 있었고, 맑게 갠 내 울타리에 가치 없는 바람이 불어 탐탁지 않을 때도 아무렇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큰 수녀님께서 ‘평일 성가대원’이라고 지칭해 주시는 참 고마운 분들께 이 글을 빌려 감사함을 표하며, 모든 분이 지금처럼 늘 건강할 수 있도록 오늘도 오르간 의자에 올라앉기 전 하느님, 성모님께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