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자리_서울대교구 청담동성당 전중정 마리아
레지오로 이룬 ‘성가정’
박대옥 야고보 동서울 Re. 명예 기자

20250123164535_757759721.jpg현재 레지오 마리애 활동 배당 중에는 ‘가정 성화 활동과 기도’가 있다. 단원 개인의 성화도 중요하지만 ‘성가정’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활동 배당이기도 하다. 오늘 기자는 ‘성가정화’를 위하여 50대 초반에 의사 직업을 접고, 성가정과 레지오 마리애 활동에 전념하는 단원을 찾아 서울대교구 청담동성당에 들렀다. 
전중정 마리아 자매는 장미의 모후 Cu.(단장 김관호 이시돌) 소속 티없으신 모후 Pr.(단장 김문희 유스티나) 단원으로, 레지오는 물론 본당의 성체조배회장, 교육분과장, 구역장, ME 대표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그가 성가정을 이룬 역동적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진정한 가톨릭 신자로서의 삶은 그의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임을 절실히 느꼈다. 그의 어머니 정일례 이레나 여사는 30세인 1956년 8월에 세례받은 독실한 신자로 ‘레이의 사부곡(思夫曲)’ 저자이시기도 하면서, 마리아 자매에게 천주교를 온몸으로 물려준 스승이기도 하다. 친정어머니를 제외한 가족 9명을 가톨릭에 입교시켜 성가정을 이룬 그녀의 사연을 들어본다.
“저는 성업 중이던 의사였는데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 50대 초반에 폐업하고, 온전히 전업 주부가 되었습니다. 제 가족 6명 중에 저를 포함하여 남편과 시어머니는 행동단원이고, 아들, 딸, 친정어머니(2024년 선종)는 협조단원인 레지오 마리애 가정입니다. 아들은 고등학교 때 나름 소원이 하나 생겼는지 거의 매일 성당에 기도하러 다녔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보시기에 아직 때가 아니라서인지 바로 들어주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 일로 아들은 성당 생활에 시들해졌지만, 저는 레지오 활동을 하며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 성모님께 계속 기도하였습니다.”

레지오 활동으로 이루어진 온 가족의 ‘성화’
20250123164536_1181715117.gif시간이 흘러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할 때 그는 갑자기 아들의 신앙을 확인하고 싶어 “너 예수님 부활 믿지?”하고 대뜸 물었는데 순간 돌아오는 대답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게?”였다. 그 말에 그는 그동안 해온 신앙생활이 무너지는 것 같아 앉아있을 힘도 없어 방에 들어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기만 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아들이 들어오더니 그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생전 처음으로 등을 토닥토닥하면서 “엄마, 내가 첫영성체 할 때 다 배웠지. 다만 개인적인 체험이 없어서 그렇게 말했어.”라고 말했다. 그러던 아들이 지금은 교리교사를 아주 기쁘고 즐겁게 하면서 인생의 목표가 생겨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평소 아들이 대학생이 되면 교리교사를 시키고 싶었던 그의 소망이 딱 맞아떨어졌으니 이 은총이 레지오 마리애 활동으로 인한 ‘성화’의 선물이라 그는 확신한다.
그의 협조단원이었던 남편의 이야기도 들어본다.
법조 공무원인 남편은 9시에 출근해서 밤 10시, 11시, 일이 많을 때는 새벽 1시, 2시에 퇴근할 때도 있어서 성당 봉사활동은 엄두도 못 냈다. 그러던 중 대자가 점점 많아지니 남편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자들에게 성당 활동을 추천하고 싶은데 내가 못 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라고. 남편은 그의 레지오 생활에 대단한 응원군이었다. 
“어느날 저녁 갑자기 남편이 레지오에 입단했다고 꽃다발을 들고 들어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남편은 저의 걱정이 무색하게 봉사도 하고 회합에도 열심히 참석하며 레지오 활동에 열심이어서 성모님께서 얼마나 예뻐하실까 뿌듯했습니다.”
레지오 경력 20년째인 그의 가족 최고령 행동단원인 시어머니는 올해 92세로, 3차례 뇌출혈로 쓰러지셨지만 재활로 회복하신 후, 지금은 걸어서 레지오 회합에 열정적으로 참석하신다. 시어머니께서는 어느 하루도 묵주기도를 소홀히 하지 않으신 탓에 성모님께서 베풀어주신 은총이 건강이라 여기신다.20250123164536_766687406.jpg

‘성가정’을 이룬 것은 모두 성모님의 은총
“협조단원인 딸과 아들 외에 또 다른 협조단원인 제 삶의 스승이시고 은인이신 친정어머니께서는 2024년 6월에 97세의 나이로 선종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쓰신 ‘레이의 사부곡(思夫曲)’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평생을 천주교 교인임을 감사하며 아버님과 연인처럼 사시다가 저의 협조단원을 끝으로 선종하셨습니다. 어머니를 따라 천주교인이 되신 아버님, 임종 전에 대세를 받으신 시아버님 두 분 모두 선종하셨지만, 제게는 삶의 지표를 일러 주신, 그래서 성가정을 세우도록 이끌어 주신 하느님의 천사들이셨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시동생 부부 모두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이끄심에 따라 의롭게 살아가고 있으며, 시누이 부부도 가톨릭 신자입니다.”
나자렛의 가정을 일컫는 ‘성가정’은 가톨릭 신자들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가정일 것이다. 전 마리아 자매는 전문적인 직업보다 친정과 시부모님, 그리고 남편과 아들딸과 함께하는 성가정을 택했다. 감사하게도 어르신들이 모두 황혼의 연세에도 그가 바란 대로 세례를 받아 주신 것은 성모님의 은총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의 엄마로서,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하느님의 ‘끈’ 속에서, 모나지 않게 순종하며 살고자 합니다. 또한 성모님과 함께하는 레지오 마리애 생활은 언제나 제게 ‘성화’로 이어지는 삶에 활력을 줍니다. 오늘도 나를 거룩하게 하는 ‘성모송 세 번의 기도’ 속에서 저의 성가정과 이 글을 읽어 주신 레지오 단원 여러분께 감사와 평화를 빕니다.”
<사진 설명(위로부터)>
_ 전중정 마리아
_ 티없으신 모후 Pr. 단원들과
_ 92세 행동단원인 시어머니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