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수행하시기 위해서 제자들을 부르셨고, 그중에 열두 명을 사도로 삼으셨다. 그리고 교회는 그 사도들 중 으뜸 사도로 성 베드로를 꼽는다. 그런 만큼 성 베드로 사도는 다른 사도에 비해 더 많은 이야기가 전해 온다. 따라서 성 베드로 사도를 표상하는 상징들도 다른 사도들보다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상징이 오직 성 베드로 사도에게만 단독으로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여러 상징이 사도단을 이루는 다른 사도들에게도 공통으로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물고기 잡는 그물
예수님은 본격적으로 당신의 일을 펼쳐 나가시던 공생활 초기에 함께할 제자들을 부르셨다. 그중에 가장 먼저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성 베드로와 성 안드레아 사도였다. 그분은 갈릴래아 호수에서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던 두 형제를 보시고는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마태 4,19)라고 이르셨다. 그러자 두 형제는 즉시 그물을 버리고 그분을 따라나섰다. 곧이어 역시 그물질을 하던 성 요한과 성 야고보 형제도 부르셨다(마태 4,21 참조). 그런 점에서 물고기를 잡는 그물은 예수님께서 어부 네 사람을 사람 낚는 어부로 발탁하신 의도와 의미를 충분히 말해주는 상징이다.
배교회는 예수님께서 부르신 ‘사람 낚는 어부’들이 낚아 올린 사람들로 이루어지는 공동체이다. 그리고 교회는 일찍부터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배로 상징되었다. 이 배가 항해하는 동안 때로는 풍랑이 일며 위기가 닥치기도 하겠지만, 예수님은 풍랑을 가라앉히시며 배가 위기에서 좌초되지 않게 해주신다(마태 8,26 참조). 그리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교회라는 배를 조종하는 베드로뿐 아니라 다른 사도들은 어부 출신으로, 배를 잘 알고 또한 호수(바다)도 잘 아는 이들이었다. 그러하기에 배는 사도단의 으뜸이자 교회의 수장이기도 한 전직 어부 성 베드로가 이 배를 안전하게 몰아 목적지에 이르게 하는 조타수의 역할을 예수님께로부터 위임받았음을 나타낸다(마태 14,32 참조).
바위
예수님은 세상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자들의 답변을 들으시고는 제자들은 어찌 생각하는지를 물으셨다. 이에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예수님은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마태 16,13-18 참조). 이에 바위는 성 베드로가 예수님의 교회를 떠받칠 든든한 반석임을 가리킨다.
열쇠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두고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베드로의 말을 들으신 후,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19)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열쇠는 으뜸 사도이자 교회의 수장으로서 초기 교회를 이끈 베드로의 권위를 상징한다. 흔히 열쇠는 금으로 만들어진 것과 은으로 만들어진 것 두 개인데, 하나는 하늘에서 매고 푸는 권능, 곧 영적 권위를 뜻하고, 다른 하나는 땅에서 매고 푸는 권능, 곧 현세적 권위를 뜻한다고 한다. 열쇠는 또한 죄를 용서하거나 용서되지 않는 죄에 대해서는 파문할 수도 있는 권능을 뜻한다고도 한다.
수탉예수님께서 수난을 앞두시고 제자들이 머지않아 당신에게서 모두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자신만은 결단코 그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는 베드로에게 “오늘 밤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얼마 뒤 예수님이 붙잡히시자, 그분의 뒤를 쫓아 대사제의 집까지 간 베드로는 자기는 예수님과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세 번씩이나 거듭 말했다. 그리고 이내 수탉이 울었다. 이에 수탉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한 사실을 상기시킨다(마태 26,31-35.69-75 참조).
목자의 지팡이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요한 10,11,14 참조)은 부활하신 뒤 제자들을 만나신 티베리아 호숫가에서 베드로에게 세 번에 걸쳐 “내 어린 양을 돌보아라.”(요한 21,15.16.17) 하고 이르셨다. 이로써 예수님은 당신이 승천하신 뒤 목자로서 당신의 양들을 돌보는 일을 베드로에게 맡기신 것이다. 그러기에 목자의 지팡이[牧杖]는 예수님의 양들을 돌보는 으뜸 목자로서 베드로의 역할을 나타낸다.
쇠사슬
부활하신 예수님이 승천하신 뒤 제자들은 세상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지내던 중에 성령을 받았다. 그러고는 담대하게 사람들에게 주님의 부활을 선포했다. 세상은 이러한 제자들을 못마땅히 여겨서 선교 활동을 금하고 감옥에 가두기까지 했다. 예수님의 으뜸 제자인 베드로도 붙잡혀서 쇠사슬에 묶인 채로 옥에 갇혔다. 그런데 천사가 나타나 묶인 쇠사슬을 풀어 자유롭게 해주었다(사도 12,6-7 참조). 이에 쇠사슬은 옥에 갇혀 죽음을 앞두었던 베드로가 하느님의 섭리로 풀려나 계속 복음을 선포할 수 있게 된 것을 상징한다.
<사진 설명(위로부터)>
_ 교회, 파도를 헤치며 항해하는 배
_ 교차된 두 개의 열쇠
_ 성 베드로 사도와 수탉
_ 예수님에게서 지팡이를 받는 성 베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