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생장 피에드포르(Saint Jean Pied de Port 이하 생장) 마을산티아고 프랑스 길의 출발점은 프랑스 생장이다. 아름다운 유럽식 가옥, 노트르담 성당의 철탑, 작은 니베강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소읍이라고 할 수 있다. 생장은 프랑스 길의 첫 출발점으로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생장은 니베강과 어우러져 동화속 마을처럼 예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도시였다.
생장 순레자 사무실에 가서 순례자 여권(크리텐셜)을 발급받고 설명을 들었다. 순례자는 도착하는 마을에서 스템프를 찍고 알베르게(순례자 숙소) 투숙과 순례자 메뉴를 먹을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우리는 순례자의 상징인 가리비를 사서 배낭에 달았다. 그리고 노틀담 뒤퐁 성당에 가서 800km 순례길이 영성의 시간이 되도록 성모님께 간구를 청하는 순례자 기도를 드렸다. 노틀담은 프랑스어로 성모님을 뜻한다. 기도를 드리고 나니 마음이 든든하고 발걸음도 가벼웠다.
처음부터 피레네산맥을 넘기는 무리일 것 같아 출발 8km 지점인 오리손(Orisson)까지 가기로 했다. 피레네 중턱에 산장이 있고 60명 정도가 숙박할 수 있다. 생장과 오리손 산장 숙박은 한국에서 예약했다. 배낭 한 개는 동키(배낭 이동) 서비스를 이용하여 보냈다. 그래서 좀 여유롭게 걸으며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반갑게 ‘부엔까미노(Buen Camino)’ 인사를 나누었다. ‘Buen’은 ‘좋은’을 의미하고 ‘Camino’는 길을 나타낸다. “좋은 순례길 되세요” 하며 순례의 여정이 무사하길 기원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보편적인 인사이다.
피레네 중턱 오리손(Orisson) 산장과 나폴레옹 루트(Route Napoleon)
나폴레옹 루트는 1807년 이베리아반도를 침공할 당시에 나폴레옹이 이용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가파르고 험한데 피레네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기에 좋다. 그러나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눈이 오고 길도 미끄러워 통제된다. 피레네는 유럽 본토와 남서부 이베리아반도 사이를 가로지르는 산맥으로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 피레네에서 따 왔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럽의 대표 산맥이다. 알프스산맥과는 달리 호수가 드문데 모래와 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피레네는 두 지역 간의 문화권을 구분하는 국경 역할을 해왔다. 다채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피레네는 설산과 거대한 암봉, 아름다운 야생화와 초록으로 가득한 들판, 남쪽 끝은 지중해, 북쪽으로는 대서양과 접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고급 휴양지로 정평이 나 있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는 피레네산맥은 거칠고 야생적인 매력이 돋보이며, 유럽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야생의 고유한 풍광을 볼 수 있어 트레커들도 많이 찾는 장소이다.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인 거대한 피레네산맥이 눈 앞에 펼쳐진다.
오리손은 8km로 짧은 거리지만 첫날이라 상당히 힘들었다. 혹시나 길을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심과 마음이 갈팡질팡하여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서 보니 산비탈에 소 떼가 보이고 오른 방향으로 오리손 알베르게 건물이 보여 무척 반가웠다. 산장에 접수하면 주는 토큰은 샤워하는 데 필요하다. 이곳은 고지대라 물이 귀해서 5분 안에 샤워를 끝내기 때문에 재빠르게 씻어야 한다. 오리손 산장은 연중무휴로 전망이 근사한 바와 식당이 있다. 저녁에는 예약 순례객들과 함께 식사하고, 각자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이때 알게 된 분들과 순례길을 걸을 때 반갑게 인사도 하고 격려할 수 있어 좋다. 되도록 식사와 모임에 참여하길 권한다.
피레네 정상을 향하여
피레네를 넘어 론세스바에스(Roncevaux)를 가려면 나폴레옹 루트와 비교적 완만한 발카로스 루트로 나뉜다. 우리는 험하고 가파르지만 경치가 아름답다는 나폴레옹 루트를 선택했다. 처음부터 오르막이 시작되었고 다행히 지그재그로 길이 나 있다. 그래도 오르막은 피할 수 없어 걷다 보면 숨이 가쁘고 갈증이 심해지며 목이 타는 느낌이 든다. 올라갈수록 안개비가 거세지고 바람도 거칠다. 8월 여름인데도 손이 시리고 신발과 바지는 흠뻑 젖었다. 이른 봄이나 초겨울은 몹시 추울 것 같았다. 그리고 걷는 길 주변에는 소똥까지 즐비하다. 가파른 산비탈에 풀을 뜯고 있는 방목 소들이 미끄러질까 봐 걱정되고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피레네를 한참 오르니 푸드트럭(Food Truck)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따뜻한 커피와 간식으로 비에 젖은 몸을 녹이고, ‘세요’(순례 확인 도장)도 찍었다.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주인장을 보니 그동안 한국 사람들이 많이 다녀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드트럭을 지나면 바위산에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비아꼬리 성모상이 보인다. 목동과 순례자 사이에서 위대한 헌신을 상징하는 성모상이라고 한다. 힘든 피레네를 넘는 순례길을 성모님께서 돌보아 주신다는 생각에 발길이 가볍다. 피레네 정상에 오르면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이 있고 그 경계 지점에 유명한 프랑스의 대서사시 ‘롤랑의 노래’에 나오는 ‘롤랑의 샘물’이 있다. 전설을 담고 있는 롤랑의 샘은 이제 순례객들의 타는 목마름을 해소해 주는 고마운 샘물이 되었다.
론세스바에스(Roncevaux) 대성당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참례
피레네산맥을 넘으면 론세스바에스에 공립 알베르게가 있다. 필그림 호스텔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스페인어이기 때문에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예약할 수 있다. 이름(영어), 이메일, 연락처(82 꼭 넣기), 침대 개수를 입력한다. 론세스바에스는 지명인 동시에 알베르게 이름이기도 하다. 오래된 성당을 개조해서 만들었으며 80개가 넘는 2층 침대를 갖추고 있다. 알베르게 수용인원은 180명 정도로 넉넉하다. 숙박 비용에는 알베르게 저녁, 아침 식사가 포함되어 있으며, 접수부터 안내까지 자원봉사자 어르신들이 친절하게 봉사하신다.
우리 부부가 갔을 때는 성모 승천 대축일이어서 대성당에서 미사에 참례하였다. 앞으로 순례길에서 ‘성모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라는 강한 믿음을 주었다. 이튿날 알베르게 사무실로 가서 동키 서비스로 짐을 보내고, 숙박비에 포함된 식권을 받아 레스토랑으로 갔다. 이곳에서 우연히 순례길에 함께할 한국 순례자들을 만났다. 식사하고 나서 레스토랑 앞에서 “부엔까미노!”를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국인 순례자들과 응원과 격려의 마음을 담아 파이팅을 외쳤다.
<사진 설명(위로부터)>
_ 피레네산맥
_ 생장 니베강
_ 오리손 산장
_ 피레네 비아꼬리 성모상(좌) 피레네 롤랑의 샘물(우)
_ 론세스바에스 성당(좌) 론세스바에스 출발(한국인 순례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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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영 미카엘라는 2002년 세례받고, 2008년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하여 Pr. 단장, Cu. 단장, Co. 부단장으로 활동하였다. 2019년 8월 남편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를 38일간 다녀오고, 2021년 ‘사진으로 보는 우리 부부 산티아고 순례길’, 2024년 ‘열정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출간했다. 현재는 플렛폼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