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우리 - 서울 한남동성당 동정녀들의 모후 Pr.
기도와 특별한 봉사로
열매 맺어
하상희 제르트루다 중서울 Re.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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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성인의 모후 꼬미씨움 유기열 라파엘 단장의 추천으로 한남동성당(주임신부 김종호 야고보) 동정녀들의 모후 Pr.(단장 김계순 마리아)을 찾았다. 매주 목요일 11시에 열리는 주회합을 이날만은 주일 3시에 갖는다고 했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 기자가 주회실로 갔을 때, ‘자비의 기도’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예정된 주회합 시간이 되자, 자비의 기도를 마치신 자매님들께서 바로 주회합을 시작하셨다. 동정녀들의 모후 Pr. 모든 단원들은 매일 모여 자비의 기도를 10년 넘게 바쳐 오신 분들로, 기도와 활동을 함께 하는 아주 탄탄한 쁘레시디움이다.

노숙인 밥 봉사, 선종 봉사, 반찬 봉사 등 다양한 봉사 이어가
20250123165924_2098324820.jpg지난 코로나 팬데믹 때 모든 공동체가 큰 어려움을 겪은 것과는 달리 동정녀들의 모후 Pr.은 매년 한 명씩 꾸준히 단원을 늘려왔다. 길순자 소피아 부단장은 이춘자 카타리나 서기의 권유로 입단한 후 비로소 신앙이 성장했고, 묵주기도가 일상의 중심이 되면서 기쁨을 얻었다. 서기는 30년 가까이 꾸준히 봉사해 온 단원으로 삼각지의 노숙인을 위한 밥 봉사를 10년간, 쪽방촌 아이들을 위한 밥 봉사를 20년간 했다. 봉사 활동에 나설 때 누구든지 함께 가자고 이끌면서 새 단원을 늘릴 수 있었다. 
단원들의 활동 보고는 연도와 장례미사, 장지 동반, 독거노인 반찬 봉사 활동들이 거의 다 같이 보고되는 것이 특징이다. 단원 중 네 명은 본당 선종회(연령회) 회원, 단원 중 세 명은 본당 사회사목분과 위원들인 까닭이다. 반찬 봉사는 정부에서 지원되는 도시락에 반찬 세 가지를 더하는 활동으로, 매주 화요일 오전 7시 성당 주방에 모여 3시간 동안 반찬을 만든다. 식재료 손질이 많을 때는 자비의 기도를 마친 후 모든 단원들이 대파를 다듬고, 양파를 깐다. 또한 아프신 분들의 명단을 만들고 기도문을 작성하여 본당 신부님 허락을 받아 꾸준히 환자들을 위한 기도를 바친다. 모든 활동은 코로나 때도 중단이 없었다.

난민 가정 아이들을 돌보는 특별한 활동
정혜란 카타리나 회계는 3년 전 종파를 넘어선 사회단체를 통해 꾸준히 열국아이학교 아이들을 돌본다. 열국아이학교는 제도권 밖에 있어 도움을 받기 어려운 난민 가정의 아이들을 돕는 기관이다. 주 1회 만나는 열국 아이들은 신분이 불안정해 지내기가 매우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로서, 교육은 물론 일상생활의 기본 환경조차 갖추지 못한 채 지내는 아이들이다. 돌봄 장소에 아이들은 방과 후 교실처럼 모이는데, 많이 모일 때는 열 명 정도 모인다.
정 카타리나 회계는 밥 외에 아무도 과일을 주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주시하고 노숙자들에게 과일을 드리는 활동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열국 아이들에게도 주 1회 과일을 준비해서 씻고 깎아 먹도록 돌보는 활동을 3년째 해오고 있다. 그러는 동안 본당과도 지원활동의 인연이 이어져 부활절, 대림절, 어린이날 같은 특별한 때에 과일을 보낸다. 
늘 신선한 제철 과일을 준비하지만, 특별히 아이들이 꺼리는 과일들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이슬람 가정이나 이국의 아이들이고, 각자의 취향도 다 다르기 때문이며, 매주 같은 과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신경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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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서로 언어가 달라 처음에는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교재로 한국어 공부를 가르치는 일은 정말 즐거운 시간이다. 이렇게 난민 아이들을 돌보는 활동은 분야를 가리지 않기에, 봉사자들은 봉사자 이상의 모습이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단원들을 엄마처럼 따라준다. 이제는 서로 너무너무 좋다고 말하며 감격스러워하는 정 카타리나 회계는 “내가 힘닿는 데까지 최대한 길게 봉사하는 일이 중요합니다.”라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다가, 꾸준한 방문이 이어지자 이제는 정말 반갑게 맞아준다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아이들이 직접 만든 연극 초대장을 주면서 자신들이 준비한 연극을 꼭 보러 오라고 초대한 일과 자신들의 한글 이름 사인을 선물로 받은 일, 그리고 함께 영화 보러 간 일이다.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서울 투어를 준비 중이다. 아이들을 이층 버스 위에 태우고 싶다고 말하는 목소리에는 강렬한 행복의 의지가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