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를 세 번 받다
김상종 안드레아 대구대교구 김천 평화성당 정의의 거울 Pr.

천주교로 입문하기 전 저는 개신교의 4대 교과를 전전하며 많은 세월을 보냈습니다. 교과마다 가르치는 것이 다르고, 진리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참된 것을 찾으려고 방황은 했지만 하느님을 믿는 마음은 결코 변하지 않았기에 좌절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기에 맡은 소임을 게을리하지 않고 열심히 전도하고 기도하고, 성경 공부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쩐지 날이 갈수록 마음에 평화가 없고 압박감만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느날인가 성경을 읽는데 마치 마태오 복음에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마태 16,18)라는 말씀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성경 구절은 한두 번 읽어 본 것이 아니지만 그날은 어쩐지 마음이 거기에 멈추었습니다. 아하! 맞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세우신 유일한 교회다. 개신교네 무엇이니 하는 것은 사람이 세운 것이며, 천주교가 생긴 지 오랜 후에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느님께서 저에게 신앙의 전환기를 주셨습니다. 이제는 발길을 돌리자. 과거 세월을 미련 없이, 장로라는 직분도 미련 없이 버리자. 이렇게 해서 오늘의 천주교 신자가 된 것입니다. 하느님께 영광 돌립니다. 
20년 전, 우스갯소리로 성모님의 신용딸이란 별명이 붙여진 요세피나 자매의 도움으로 예비신자 교리 반에서 공부했습니다. 이 자매는 지극정성 성모님을 섬기기에 붙여진 별명이지요. 교리 반 교육 기간에 천주교에 대한 역사를 알고 싶어 어려운 중에도 다행히 ‘한국천주교회사’(유홍열 저) 상․하권을 구해 공부하였습니다.
초대 교회 때도 피의 박해가 있었지만 종교 자유화 후에도 이어졌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더욱 심해 100여 년간 형용할 수 없는 피의 박해를 받아왔습니다. 신앙 선조들의 그 숭고한 믿음에 그저 고개가 숙어질 뿐입니다.
제 나이 73세 때, 2005년 12월 24일 밤 세례를 받았습니다. 신앙생활 반 백년에 세 번째의 세례입니다. 지난날의 세례는 허무한 것이었고 저 자신이 인정하는 세례를 받고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 만큼 기뻤습니다.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났고 하느님을 아버지로, 하느님의 아들로 거듭났으니 얼마나 기쁩니까?
교회 분위기도 좋고, 성스럽고 평화롭고, 사생활 간섭 하지 않고, 빈부 귀천 차별 없고, 자기의 임무에 충실하고, 열성적이며 게으르지 않은 것이 좋았습니다. 저 역시 나름대로 열심한 마음으로 추우나 더우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신앙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어떤 분과 대화 중에 “하느님이 계신다면 왜 이 지구상에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감정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예 당신의 말씀은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가진자는 없는 자와 나누라고 하셨습니다. 인간의 탐욕이 심해서 그렇습니다. 우리 천주교회에서는 1년에 한 번씩 불우이웃돕기 성금 주간이 있습니다. 가령 신자 한 사람이 성금 천 원을 낸다고 가정했을 때 세계적으로 천주교 신자 수가 13억 명이라고 합니다. 13억의 천배가 되는데 돈이 얼마입니까?” 이분은 말이 없었습니다. 어렵지 않게 뿌린 씨앗이 싹이 나서 열매를 맺었습니다. 두 분의 입교자를 수확했습니다. 너무나 기뻤습니다.
나이는 많지만 성경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난날 왕성하게 전도 활동하던 때와같이 가가호호 방문하여 아파트 현관문을 두들기고,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대화하기는 어렵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레지오에도 입단하여 10년 차 활동하고 있으며 부족한 점이 많기에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사랑하는 우리 단장님, 단원 모두의 이해와 배려로 힘이 생깁니다. 성모님의 군단 군사로서 부여된 임무가 막중하다는 것을 항상 인식 합니다.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