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훈화
주님 공현 대축일 -
연중 제3주간
정홍 요한 사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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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 요한 사도 신부는 춘천교구 소속으로 2010년 사제 서품을 받았고, 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사제 양성 소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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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11일(주님 공현 대축일)
주님 공현 때의 성모님

베들레헴에 도착한 동방의 박사들이 성모님과 함께 계신 예수님을 찾아내고 경배합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 복음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라고 선포합니다. 아기 예수님과 함께 계시며 동방박사들을 맞이하는 성모님의 모습을 조명해 봅니다. 
성모님은 아기 예수님께 안정감을 주는 평온한 어머니이며, 동시에 넓은 망토로 아기 예수님을 보호하는 보호자이십니다. 여기서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시며, 구세주의 어머니이심이 드러납니다. 
튀르키예 카파도키아의 괴레메 동굴에는 9세기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방박사의 경배 성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 성화는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신 성모님의 모습을 조명합니다.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신 성모님께서는 자연스럽게 예수님과 함께 동방박사들의 경배도 받으셨을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먼 길을 마다하고 와서 이스라엘의 임금이신 아드님께 경배한 동방박사들을 격려하고 축복하셨을 겁니다. 이 모습을 통해 이방인과 이주민의 위로이신 성모님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마지막으로 성모님께서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셨음은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어머니이심을 아주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성 치릴로 주교 학자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이시라면 왜 그분을 낳아주신 거룩한 동정녀를 천주의 모친이라 할 수 없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 에페소 공의회는 성모님을 참으로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선포하고 고백합니다. 
성모님의 군단 여러분, 주님 공현 때의 성모님께서는 구세주의 어머니이시며, 이방인과 이주민의 위로, 그리고 하느님의 어머니로 드러나셨습니다. 우리의 위로자시며 모후이신 성모님께 의탁하며 살아가는 성모님의 군단이 됩시다.
구세주의 어머니시며 이주민의 위로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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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18일(주님 세례 축일)
지극히 깨끗하시고 티 없으신 성모님

우리는 성모님의 4대 교리 가운데 하나인 무염시태(無染始胎), 곧 성모님께서 원죄에 물들지 않고 잉태되심을 믿습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성모님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일생 동안 어떤 죄도 범하지 않은 분”이라고 가르치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헌장은 성모님을 “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분”이라고 표현합니다. 교회는 이런 성모님을, 성모 호칭 기도를 통해 ‘지극히 깨끗하신 어머니’, ‘티 없으신 어머니’로 고백합니다.
우리는 주님 세례 축일에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없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요한에게 세례받으심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세례받으실 때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성모님께서도 예수님께서 세례받는 모습을 보시며, 하느님 아버지의 음성을 함께 들으셨고,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예수님께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이때 성모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전해진,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라는 말씀을 다시 떠올리시며 가슴에 새기셨을 겁니다. 성령께서 성모님께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성모님을 덮는다는 말씀은, 성모님이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 이시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성모님의 군단 여러분, 주님의 두 번째 공현인 세례 때의 성모님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모후이시며, 지극히 깨끗하신 어머니, 티 없으신 어머니, 그리고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로 드러나십니다. 우리의 영혼을 더럽힐 죄의 유혹이 다가올 때, 지극히 깨끗하시고 티 없으신 어머니께 의탁하며 우리 영혼을 깨끗하게 지키는 성모님의 군단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지극히 깨끗하시고 티 없으신 어머니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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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9-25일(연중 제2주간)
은총의 중개자이신 성모님

호수와 논을 연결해 주는 수로가 있어야 논에 물을 댈 수 있습니다. 탯줄이 있어야 엄마가 섭취한 영양분이 태아에게 전달됩니다.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은총이 아무리 풍성해도, 그 은총을 전달해 주는 전달자가 있어야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에 기록된 카나에서의 혼인 잔치 때의 성모님은 당신께서 은총의 어머니이시며 중개자이심을 알려주십니다. 혼인 잔치에서 흥을 돋울 술이 떨어진 것을 파악하신 성모님께서는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라고 말씀하시죠.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아직 당신의 때가 오지 않았다고 답하십니다. 그럼에도 성모님께서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고 말씀하시며, 떨어진 포도주를 채울 수 있는 예수님의 능력에 희망을 지니십니다.
성모님의 간청과 믿음을 아신 예수님께서는 원래 계획에 없으셨던 기적의 때를 앞당기십니다.
성모님의 군단 여러분, 우리는 연중 시기 둘째 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주님 공현 대축일 성무일도 아침기도 즈카리야의 노래 후렴에서는 물이 술로 변하여 잔치 손님들이 기뻐하였다고 노래하고, 성무일도 제2저녁기도 성모의 노래 후렴에서는 혼인 잔치에서 물이 술로 변함을 거듭 찬미합니다.
우리 교회는 예수님께서 이루신 카나에서의 첫 기적을 주님 공현 사건의 하나로 믿으며, 이때 함께 계신 성모님을 은총의 어머니요 중개자로 고백합니다. 성모님께서는 은총의 어머니이시며 중개자이시고, 은총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시는 은총의 수로입니다.
성모님의 군단 여러분, 세상이 주는 위험과 어려움을 맞이할 때마다 카나에서의 주님 공현 때 함께 계셨던 은총의 분배자 성모님께 의탁하며 살아가시길 소망합니다. 
천상 은총의 모후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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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일-2월 1일(연중 제3주간)
새로운 계약의 궤이신 성모님

구약 시대에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아카시아 나무로 궤를 만들어 순금을 입히고 그 둘레에는 금테를 두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궤 안에 증언판을 넣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탈출 25,10-16). 이렇게 만들어진 구약 시대 계약의 궤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만나시는 만남의 공간이었습니다(탈출 25,22).
구약의 계약의 궤를 만든 아카시아 나무는 썩지 않음을 상징합니다. 나무에 두른 금은 영광을 뜻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성모님을 불러올리시어 성모님의 육신이 죽음의 부패에 물들지 않는 영광을 주셨습니다. 구약의 계약의 궤 안에 담긴 증언판은 하느님의 말씀을 뜻합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을 잉태하리라는 가브리엘 천사의 말씀에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하셨습니다. 이 순종의 응답으로 하느님의 말씀이신 예수님을 당신의 태 안에 잉태하신 성모님은 새로운 계약의 궤이십니다. 
구약의 계약의 궤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만나시는 장이었습니다. 엘리사벳을 찾아가신 성모님의 발걸음을 통해 예수님과 인간(세례자 요한)의 첫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아인카렘(성모님과엘리사벳이 만난 곳)에서의 성모님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만나시는 새로운 계약의 궤가 되신 것입니다.
성모님의 군단 여러분, 연중 3주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서에 기록된, 희년 선포에 관한 말씀을 읽으시고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라고 선포하셨습니다. 우리가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하신, 새로운 계약의 궤이신 성모님 손을 꼭 잡고 신앙 여정을 걸으면 사탄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구원의 말씀이 우리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성모님의 군단 여러분, 구원의 말씀이 우리 가운데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새로운 계약의 궤이신 성모님 곁에 머물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계약의 궤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