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영성 살기
노래하며 함께 걸어갑시다
이진영 세실리아 수녀 사랑의씨튼수녀회

원고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저의 기억은 수녀회 입회 전 레지오 단원일 때로 소환되었습니다. 쁘레시디움 단원들과 기도하며 봉사활동으로 정을 나누었던 기억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기후 위기 시대, 생태 위기의 시대라고 인식하는 때입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의 역사는 어떻게 흘러왔는가 생각해 봅니다. 나의 인식이 확장되고 변화되었는지 돌아보니 인생의 변곡점마다 만남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사람들과의 만남, 대자연과의 만남, 무엇보다 하느님과의 만남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게 되고 새롭게 보게 되고 인식하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90년대 말 수도회에서 수도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전 회원에게 적어내도록 했습니다. 그때 저는 누군가 환경(당시에는 ‘생태’라는 단어보다 ‘환경’이란 단어가 보편적으로 쓰였다.)에 대해 공부하고, 수도회와 교회를 위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 누군가가 제가 되리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당시 관구장 수녀님은 저를 환경을 공부하면서 농민 사목 소임을 하도록 파견하셨습니다. 농민 사목 담당 수녀로 가톨릭농민회원들을 만나고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합류하였습니다. 그야말로 하나씩 하나씩 배우며 새로운 지평을 열고, 생명의 소중함을 깊이 알아차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손으로 모를 심고, 양파를 캐고 나눔을 하며 지냈던 그 만남은 저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생태 감수성이 자라남을 느꼈습니다. 진정으로 땅을 살리며 어렵고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그 모든 것을 견디며 농사짓는 이들! 그분들을 만나는 일은 참으로 거룩함과 마주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거룩함을 알아보고 함께하는 도시 생활공동체 활동가들을 활성화하고, 함께하는 일 또한 축복된 일이었습니다. 시련 속에도 담담하게 큰 사랑과 용기로 살아가는 사람들.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생명을 구할 힘이 있어
최근 꾸리아 교육에 초대받아 몇 본당에서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을 뵈었습니다. 기도하며 꾸준히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아가는 단원들과의 만남도 제게는 거룩함을 느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분주함 속에서도 기도와 하느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고민하며 활동하는 단원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회칙 ‘찬미 받으소서’에서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하셨는데, 단원들은 하느님의 지체로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이미 의식하며 살고 계심이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가끔 수많은 노력에도, 안간힘을 다했어도 어쩔 수 없는 듯, 응답 없는 무한 되풀이로 맘과 몸이 소진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한 명이 겪는 어려움을 공동체의 문제로 받아들이며, 동료의 아픔을 기꺼이 함께 기도하며 나누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버티고, 견디는 힘을 낼 수 있습니다. 함께하는 이들이 가까이 있기에 우리는 때로 생명을 구할 힘이 있습니다. 함께여서 가능한 일입니다. 마리아의 깃발 아래 모인 우리는 함께 가는 이들입니다. 한숨 대신 미소가, 걱정 대신 희망이길 바라며 길을 내며 걸어갑시다. 우리 마음 안에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을 항구하게 하여 하느님의 영이 숨을 쉴 수 있도록 노래하며 걸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