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이어의 기적’ 같은 성경 말씀을 두고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종교 시간이면 나는 수녀님과 많은 설전을 벌였었다. 그때 수녀님은 온화한 미소로 말씀하셨다.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하시는 분이시고, 그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랍니다.”라고 하시면, 나는 “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라고 응수했다.
세월이 흘러 직장인으로 퇴근길에 성당에서 내건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내 눈에 들어왔다. 등촌1동성당에 전화를 걸어 자세히 물었다. 입교하고 오병이어의 기적을 교리로 배우게 되었다. 세례와 견진을 거치고, 수녀님의 주선으로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하였다. 그렇게 나의 본격적인 종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약 1년이 지난 뒤 Pr. 서기로 간부가 되어 꾸리아 월례회의에 참석하고 본격적인 활동이 이어졌다. 월례회의를 통하여 종교적 인맥이 형성되어 갔다.
믿음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아 가니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이 즐겁고, 그 보람이 온몸에 전율처럼 느껴져 왔다. 매월 한 번씩 작은 예수회라는 곳에 봉사를 갔다. 장애우들을 목욕시켜 주고, 우양의 집이라는 곳에서는 농사일을 도와주고,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잔주강이라는 곳에서는 청소와 주변 정리를, 그리고 어르신과 가끔은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며 봉사활동은 점차 성숙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때는 그 일련의 과정이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인 개인의 ‘성화’로 내가 성장하는 것임을 몰랐다. 가양동에 있는 독거노인 방문 때는 외로이 지내시는 노인께 말동무도 해 드리며 자식과 같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또한 스스로 자청하고 보람을 느꼈으니 분명 성화의 연속이었다.
하느님 사랑을 깨달아 가니 봉사가 즐거워
이런 경우도 있었다. 먼 길 새벽 시간을 뚫고 달려간 곳은 광주 도척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머무시는 요양원이다. 언젠가 이런저런 잡일과 할아버지 목욕 등을 시켜드리고 나니 하루가 저물면서 온몸이 파김치가 되었다. 감기는 눈과 잠을 깨우며 올라오는데 그 할아버지께서 방금 선종하셨다는 수녀님의 전화가 왔다. 선종 소식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흐르던 봉사자들의 뜨거운 눈물은 지금도 내 무릎 위에 고스란히 식지 않고 있다.
때로는 저녁이면 연도에 참석해서 구성진 연도 가락으로 가족을 떠나보내는 유족들의 슬픔을 달래주기도 하였다.
본당 바자회 행사 때면 이런저런 봉사활동으로 나는 성당에서 살다시피 하였다. 꾸리아 단장 시절 야외 행사 때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초빙하여 푸짐한 선물과 함께 어르신들을 위한 잔치를 하였다. 흥겨운 노래 춤사위와 우리 단원들의 노고가 어울린 야외 행사는 잊을 수 없는 레지오의 추억 중 하나이다. “단장님 고마워, 이렇게 즐겁게 보낸 야외 행사는 처음인 것 같아. 선물도 고맙고!”라고 하시던 어르신들의 치하 말씀은 지금도 뿌듯한 레지오의 은총이었다.
나는 틈틈이 교본과 관리운영지침서를 탐독하고 꼭 알아야 할 지식을 습득하여 레지오 운영에 활용한다. 부족한 성경 지식은 성경 서적과 굿뉴스의 성경 쓰기 등을 통해 지적 성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느덧 내 목표인 성경 쓰기 33번은 이제 5번이 남았다. 성경 쓰기와 종교 서적을 통해 많은 지식을 얻게 되었고, 그 결과 레지아 단장으로 봉사하는 지금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쁘레시디움 4간부 교육, 꾸리아 4간부 교육 등 내용 면에서 소홀함이 없는 것은 모두 지식을 쌓은 결과라고 본다. 교육을 마치고 격려와 칭찬, 그리고 몰랐던 많은 내용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 때는, 큰 기쁨과 더불어 레지오가 나를 성화로 이끌고 있음을 몇 번이고 실감하게 된다.
어려움이 핑계가 되지 않고, 오히려 기쁨으로 승화시켜 주소서
봉사는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기쁨을 주고, 환한 미소를 선물로 준다.
독거노인 방문을 마치고 나올 때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나 하지 않던 전화도 하게 되니 이 얼마나 큰 은총인가! ‘언제 내가 스스로 살갑게 아버지 어머니께 전화했던가’ 싶은 반성도 레지오 덕분이다.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나를 되돌아보게 되고,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남을 돕는지도 깨닫게 된다. 레지오 단원의 목적은 ‘기도’와 ‘활동’으로 개인의 성화를 이루는 것이다. 봉사의 어려움 앞에서 심적인 내적 갈등을 이겨내면 성화를 이루는 것이고, 갈등을 견뎌내지 못하면 성화에 미치지 못함을 나는 어느날 알게 되었다.
봉사는 사랑이란 자기희생 아래 대가 없이 나누는 선행이다. 또한 봉사는 평화의 인사를 실천하는 것이다. 마태오 복음 6장 4절의 말씀은 봉사든 활동이든 내 레지오 생활의 등불이기도 하다.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주님, 제가 건강히 허락되는 날까지 이웃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어려움이 핑계가 되지 않고, 오히려 기쁨으로 승화시켜 주소서. 레지아 단장으로 합당한 마음가짐 몸가짐으로 레지오 단원들의 만남을 허락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