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세례를 받고, 짧은 신앙생활이지만 그동안 제 마음 안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기적이라 여기며 그것을 함께 나누고픈 마음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2020년 9월 12일 림프성 백혈병을 진단받았습니다. 당시 의사의 말이 저에게는 청천벽력 같았으며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담담하기도 했었고, ‘이제는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결혼 후까지 이어지는 가난은 벗어나기가 힘들었습니다. 잘사는 이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돈에 심하게 집착했으며, 돈만이 나를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그러한 저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고, 착하기만 할 뿐 생활력이 거의 없어 제가 돈을 벌지 않으면 우리 가족의 삶이 위태롭다는 두려움에 시달렸습니다.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현실은 불만투성이가 되었고, 욕망으로 가득 찼던 저는 끊임없이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열심히 일해도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어려워지는 가정 형편에 너무 지치고 마음은 절망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며 갈 길을 찾지 못해 허우적거리고, 오랫동안 정신과 치료도 받고 심리상담도 받았지만 급기야 혈액암이라는 병까지 얻었습니다.
처음 대모님으로부터 신앙생활을 권유받았을 때, 20년 전 친정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 성당에서 오신 분들의 기도가 큰 위로가 됐던 적이 있었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성당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그때가 기억나면서 별 거부감 없이 그냥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성당에 들어갔을 때 돌아가신 엄마와 여동생이 떠올랐습니다. 그 옛날에 엄마와 여동생도 이런 성당에 와서 기도하고 신앙생활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나도 엄마처럼 와야 할 장소에 온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리 전까지 몇 달을 기다리며 매 주일 미사에 참여하고, 유튜브를 통해 교리공부도 조금씩 접하며 기도 생활을 배워갔습니다.
마침내 세례성사와 견진성사까지 받고 대모님을 따라 레지오 단체에도 들어갔습니다. 레지오는 내 신앙이 자라는데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습니다. 거기서 사랑과 봉사를 조금씩 알게 되었고 매일미사 책을 통해 오늘의 독서와 복음 말씀과 해설을 읽으며 어렵던 성경 말씀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복음 말씀을 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미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제 마음은 하느님과 성모님을 향하게 되었고,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때마다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에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제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신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억척스럽던 과거의 제 모습에서, 지금은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사람으로 바뀌어 가는 저를 보며 이것이 기적의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덤으로 제 몸에서도 높아만 가던 백혈구의 수치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위 환경은 별 변화가 없지만 제 마음은 너무도 많이 변했고, 감사하고 행복한 이 마음들을 이웃과 나누며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주님 말씀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