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 할 뻔했던 아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집사람을 만나 주님의 사랑 안에서 신평성당에서 혼례식을 올렸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두 사람이었지만 하나가 되어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자고 다짐했었습니다.
결혼하고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 집사람은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감기가 심해 며칠 동안 약을 먹었고, 한참이 지나 여성에게 나타나는 현상이 없자 그제야 임신 사실을 알았는데 그때는 벌써 5주가 지난 뒤였습니다.
부랴부랴 병원에 방문하여 감기약 성분을 말하니 의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약이 독해서 기형아가 출산할 확률이 높으니 낙태 수술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하더군요. 순간 눈앞이 깜깜하고 아득한 마음이었지만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당장 대답하지 못하고 의사더러 결정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만 나오더군요. 왜 주님께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 어떻게 할까. 만약 기형아를 낳게 된다면 우리가 그 아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주님은 기형아도 하느님 자식이라 했는데…. 며칠을 고민 끝에 집사람이 대구 친언니에게 사실을 말하니 “너도 적은 나이가 아닌데 수술하면 다시 아이를 갖기 힘들지도 모른다. 내가 잘 아는 병원이 있으니 한 번 더 검사해 보자.”라고 권유하기에 대구에 작고 오래된 병원에서 연세가 지긋한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습니다.
그 의사는 약은 독하지만 아직 초기이고, 걱정된다면 나중에 기형아 검사를 해보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소중한 생명인데 그래도 낳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고민이 많았지만 우리도 주님이 도와주시리라 믿고 아이가 배 속에 있는 8개월 동안 절실한 기도는 물론 집사람 역시 아파도 절대 약을 먹지 않았으며, 힘들었던 기형아 검사도 해냈습니다. 우리는 오직 한 가지! 건강하게만 태어나 달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아기가 태어난 날 간호사가 저에게 건넨 첫 마디… 그 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상입니다. 아들입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감사한지 몇 번이고 기도하며 되뇌었습니다. “주님,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남들에겐 평범하게 들릴 “정상입니다”라는 말이 그땐 얼마나 좋던지….
우리 두 사람의 기도 내용은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었고 주님께서는 부부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셨습니다. 지금은 남보다 더 잘되기를 바라는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인지라 가끔씩 욕심이 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그때 일을 생각하고 이야기하며, 건강한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사하며 살자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