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아버지께서 3년 전 돌아가시면서 큰 사랑의 선물을 주고 가셨습니다.
평생 비신자이셨던 친정아버지께서 혈액암으로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마지막이 될 줄 모른다는 생각으로 친정인 대구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가는 동안 이번 기회에 친정아버지께 대세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신앙생활 하면서 비신자인 친정 부모님께서 세례받고, 세례받기가 어려우면 돌아가시기 전에 대세라도 받기를 바라면서 한동안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열심한 불교 신자였던 친정엄마는 교리를 배우고 루시아라는 세례명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셨습니다. 친정아버지께서는 여전히 주님을 모르는 비신자이셨기에 이번 기회에 대세 받으시기를 간절히 원하며 레지오 수첩을 챙겨 기도하며 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실로 향하는데 순간 반짝하며 ‘여기는 대학병원이고 원목실도 있고, 담당 수녀님도 계시니까 수녀님께 도움을 청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원목실을 찾아갔습니다. 수녀님께 친정아버지의 지금 몸 상태(거동은 할 수 없으시고, 눈으로만 의사소통 가능)를 말씀드리고 짧게나마 아버지의 인생 여정을 말씀드렸더니 따뜻한 위로의 말씀과 대세를 줄 수 있다고 하셔서 수녀님과 함께 병실로 갔습니다.
아버지께 “아빠,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대세를 받으셨으면 좋겠어. 그러면 내가 더 행복하게 더 기쁘게, 더 감사하게 살 것 같아. 그러니 대세를 받아주세요. 아빠.”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빠의 손을 잡고 여러 번 말씀을 드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으셨습니다. 그때 수녀님께서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 너무나 사랑하시는 큰 따님께서 간절히 바라고 원하니 대세를 받으세요. 할아버지, 사랑은 흘러야 합니다. 여기서 따님의 사랑을 받지 않으시면 그 사랑은 여기서 할아버지 대에서 끊깁니다. 그러니 따님의 사랑을 받아주세요. 사랑은 흘러야 합니다.” 하며 계속 말씀을 드리니 그때야 눈을 깜빡깜빡하시며 대세를 받겠다고 표현하셨다.
그때부터 수녀님께서는 기본교리를 설명하시며 대세 준비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세례명을 정해놓은 게 있냐고 물으시길래 “예. 베드로입니다.” 하고 말씀드렸더니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베드로’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하셨다. 수녀님의 큰 도움으로 친정아버지께서는 대세를 받으셨고, 일주일 후에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평생 비신자인 친정아버지께서 마지막 가시는 길에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대세를 받으신 것은 하느님의 사랑이고, 자비라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친정아버지를 통해서 느낀 것은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도 소중하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의 자녀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크나큰 은총이며 축복이라는 것입니다. 수녀님의 “사랑은 흘러야 합니다”라는 말씀처럼 하느님의 사랑을 친정아버지께서 받아주셨고, 그 사랑이 흘러 나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에게 흘러 흘러가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베드로 아빠. 더 행복하게 더 기쁘게 더 감사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주님, 세상을 떠난 모든 이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