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남편은 남의 편이고, 품 안을 떠난 자식은 완벽한 타인. 딸 같은 며느리, 아들 같은 사위는 드라마 속 얘기고, 따뜻한 얼굴 뒤에 흘깃 보이는 차가운 미소, 요지경 세상 한복판에 제가 있습니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설렜던 마음은 언제 없어졌는지 “당신, 일찍 좀 들어와요!” 날 선 목소리에 익숙하고, 결혼식 날 부모님 보며 눈물 흘리던 나는 어디 가고 “엄마, 정말 왜 그래?” 필연적 이별을 앞둔 엄마 앞에서 이마 주름은 치켜 올라갑니다.
첫아이 낳으면서 감사의 눈물을 흘렸던 그 첫 마음은 어디로 가버리고 “너, 정말 엄마 말 안 들을 거야?” 사랑이란 이름으로 목청 높이며 아이의 자유를 빼앗는 엄마, 제 안에 저로 꽉 찬 제가 여기 있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저의 첫 마음은 누렇게 퇴색해 버리고 찌든 때로 얼룩져 있습니다. 제 마음속 첫 자리에 주님도, 성모님도 안 계신 채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는 제가 여기 있습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저는 성모님 앞에 철딱서니 없는 아이입니다. 오만가지 생각 속에 묵주알을 돌리며 토로하는 저에게 자애로우신 어머니 당신은 토닥토닥 저를 보듬고 은총의 막대사탕을 쥐여주십니다. 성모님 앞에 언제나 어린 저는 그 사탕을 입에 물고, 선물 같은 오늘을 행복으로 채우고 마음속 미움과 욕심을 비워 냅니다.
어머니! 저의 어머니! 당신의 사랑으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꿉니다. 당신은 제가 주님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삶의 희망입니다. 성모님, 마음을 다하여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