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교육에서 배워야 할 덕목들
어느 신학자는 습관이 영성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면의 영성은 결국 몸의 행동과 태도와 습관으로 드러납니다. 좋은 습관은 일찍부터 몸에 배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정 환경과 가정 교육은 한 사람의 가치관과 습관과 삶의 태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가정은 인간적 가치관을 배우는 첫 학교”이며 “어린 시절에 생겨난 성향이 그 사람의 내면 깊숙이 스며들어 평생 이어”집니다(‘사랑의 기쁨’, 274항).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치관과 덕목의 배움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덕목은 기다림과 인내의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와 빠른 기술 발전에 지배당하는 우리 시대에, 가정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다리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입니다”(275항). 욕망이 지배하는 시대, 빠른 욕망의 충족이 미덕이 되는 시대에 기다림과 인내와 자제의 힘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어떤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지 못하면 분별없는 사람이 되고, 자신들의 욕구를 즉각적으로 충족시키는 데에 집착하게 되며,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이루어야한다’는 악을 키워 나가게 됩니다”(275항). 인내와 “자제는 욕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의 충족을 늦추는 것입니다”(275항). “어떤 것을 뒤로 미루고 적절한 때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법을 배우면, 충동이 일어날 때에 자제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275항).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만연입니다. 자기 생각과 감정과 욕망을 중시하는 시대여서 우리는 다른 사람과 서로의 생각과 감정과 욕망을 조율하는 데에 서툽니다. 관계 맺기가 어려워지고 타자와의 유대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웃에 대한 친밀함과 배려와 환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방식, 타자와 세상과 연대하는 법을 가정에서 배워야 합니다. “가정은 으뜸가는 사회화의 자리입니다. 가정은 우리가 처음으로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다른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함께 나누고, 견디어 내고, 존중하고,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가정] 교육의 과제는 우리가 세상과 사회도 하나의 ‘가정’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하는 것입니다. 교육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집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276항). 이러한 가정 교육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에게 감사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날마다 생각해 내야 합니다”(276항). 무엇보다 남편이든 아내이든 부모이든 자녀이든 가족 구성원 모두는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을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현대 사회의 또 다른 큰 특징의 하나는 소비주의 성향입니다. 사람들은 소비의 방식을 통해 자신의 존재와 지위를 드러내고 확인합니다. 현대인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산다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특히 사회적 명사들이 사는 것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사는 건강한 소비가 아니라, 편리한 소비, 모방적 소비, 충동적 소비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양산하기도 합니다. 소비주의의 성행은 “우리의 집인 지구가 점점 더 엄청난 쓰레기 더미처럼”(‘찬미받으소서’, 21항) 보이게 합니다. 이러한 소비주의 성향을 넘어서 가정에서 “우리는 소비 습관을 고쳐서 우리 공동의 집인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사랑의 기쁨’, 276항) 참여해야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소비 충동을 자제할 줄 알게 하고, 건강한 소비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은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할 중요한 일입니다.
가족 구성원 가운데 누군가 병에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의 질병은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고통과 힘듦의 시간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정생활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는 중요한 교훈을 줄 수 있습니다”(277항). 이 고통의 시기는 사람들의 질병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자녀들이 인간 질병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지 못하면 마음을 메말라 다른 이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자신 또한 고통의 한계에 맞서는 힘을 갖지 못할 것입니다(277항 참조).
휴대폰과 전자 통신 기술의 발달은 떨어져 사는 가족들과 연락하며 지내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사소통 도구들은 서로 마주 보며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는 더 개인적이고 속 깊은 대화의 필요성을 대체할 수”(278항) 없습니다. 전자 소통 기구들이 사람들을 가까이 있게 하기보다는 서로를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온라인 소통 기술에만 익숙하다 보면 정작 오프라인의 대화와 소통이 부족하게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 단절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가정에서 대화와 진정한 소통의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입니다.
성교육
성이 상품화되고 성적 욕망과 성적 충동을 무분별하게 부추기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사랑과 상호 증여로서의 성에 대한 올바른 교육은 중요합니다. 자녀들에게 “그들의 삶에 단계에 맞갖은 방법으로 적절한 때에 정보를 전해주어야 합니다”(281항).
“성교육에는 남녀가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포함되어야 합니다”(285항).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존재 방식은 단지 생물학적 또는 유전자적 요소들의 결과가 아니라 성격, 가족력, 문화, 과거의 체험, 받은 교육, 친구와 가족과 존경하는 이의 영향, 적응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 다른 구체적인 상황들과 관련된다는 사실”(286항) 역시 교육되어야 합니다. 오늘날 성에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는 성에 대한 전통적 언어들로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많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청소년에 대한 성교육은 “새롭고 더욱 적절한 언어”(281항)를 필요로 합니다.
신앙 전수
신앙 역시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배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 양육에는 신앙 전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287항). “가정은 신앙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우리 이웃을 위하여 기도하고, 그들을 도와주도록 가르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287항).
신앙 전수는 일방적 가르침과 강요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신앙은 말보다는 행동과 태도와 삶으로 전수됩니다. “신앙 전수는 부모 자신이 참으로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287항). 부모는 자신의 신앙과 신앙적 모범과 표양을 통해 자녀에게 신앙을 전수해야 합니다. 기도가 중요하다고 아무리 말로 가르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모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기도의 중요성을 모범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가정에서 기도하는 때와 대중 신심의 표현은 그 어떤 교리 교육 수업이나 강론보다 더 큰 복음화의 힘을 지닐 수 있습니다”(288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