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의 삶-서울 방배4동성당 최창근 베드로
가난한 마음이 선물하는
참 행복
최정은 헬레나 서서울 Re. 명예기자

20241121144929_281536842.jpg“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수훈 진복팔단(팔복) 중 처음으로 등장하는 참 행복, ‘가난한 마음’을 신앙의 푯대로 삼고 있다는 최창근 베드로 방배4동성당 성인들의 모후 Pr. 단장. 조용한 목소리, 차분한 눈빛, 찬찬한 손놀림, 잔잔한 웃음, 그런데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마음이 가난해져야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젊었을 때는 직장생활이 바쁘고, 분주해 주일 미사만 참례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언젠가부터 이렇게 신앙생활을 하면 안 되겠다 싶어 레지오를 찾았습니다. 더 잘하려니 본당 사목 일도 하게 되더군요. 레지오의 삶은 제도 안에서 체계적인 선교활동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최 단장이 처음 입단한 곳은 동작동성당 바다의 별 Pr.이었다. 6개월쯤 지나자 활동단원이 16명으로 늘어나 분단했다. 그때 죄인들의 피난처 Pr.를 설립하고 창단 멤버가 되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단장의 소임을 맡을 때였다.
“주임 신부님께서 레지오 조직을 구역 단위로 재편성하게 했죠. 때마침 방배4동성당이 설립되었을 때였어요. 꽤 많은 인원이 활동했는데, 재편성하고 나니 구역장과 저, 딱 2명이 남았어요. 사실 저도 주소지는 교적을 옮겨야 했지만 단장을 맡고 있었던 터라 남을 수밖에 없었어요. 저희 Pr. 구역과 반에 교적을 둔 교우 한 사람 한 사람 방문하면서 설득을 시작했습니다. 장기간 냉담 중이던 형제님까지 합세하면서 다시 조직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레지오 확장을 위해 선택한 본당 사목 활동
당시 최 단장에게는 레지오 확장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기적 같은 일을 경험하면서 ‘어떻게 하면 교우들이 레지오 입단을 결심하는가’ 궁리했다. 여러 교우에게 물어보자, 입단 권유를 받으면 가장 먼저 ‘단장이 누구냐’고 묻는다고 했다. 최 단장이 본당 사목활동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한 동기였다. 존재감이 필요했다. 전례분과에서 활동하며 분과장 소임을 맡아 적극 활동했다. 20241121144929_117411449.jpg그 덕분인지 활동단원도 증가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맡은 소임이 주님 보시기에 흡족하셨던 것인지, 더 가난해져야 한다고 판단하셨던 것인지 최 단장은 방배4동성당으로 교적을 옮겼다. 마치 하느님께서 바람을 시켜 자리를 옮기게 하신 것처럼.
“방배4동성당에 먼저 와 계시던 형님들이 성인들의 모후 Pr.으로 초대하셨죠. 어느 Pr.이든 엎치락뒤치락하며 활동하지만 코로나19는 더욱 치명적이었어요.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서 단원들이 의기투합했습니다. 김갑중 이시돌 회계님이 큰 역할을 했죠. 새벽 미사에 나오는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지속적으로 입단을 권유했습니다.” 
한 번 맛 들인 것은 평생 잊지 못하는 법. 동작동성당에서의 선교 열정이 최 단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를 강조하며 단원들의 연도 참여를 독려하고, 독거노인 밑반찬 배달 봉사와 중증장애인복지시설 라파엘의 집에서 식사 도움 및 청소 봉사를 공동 배당 함으로써 단원들에게 이웃사랑 실천의 장을 제공했다. 어느 순간 소속된 무염시태 Cu.에서 가장 많은 행동단원을 자랑하는 Pr.이 되었다.
최 단장은 2018년 산티아고 성지순례에 이어 지난 9월 9일부터 10월 21일까지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왔다.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고, 순례길을 내내 매일미사를 봉헌했다. 단원들을 위해 기도하며, 중요한 시점에 단원들 단톡방에 소식 공유도 잊지 않았다.
“처음 산티아고 순례는 배낭의 무게와 신체의 고통으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고행길이라고 생각하고 떠났기에 견딜 수 있었죠. 그럼에도 치유의 하느님, 함께 걷고 계시는 주님을 만났죠. 두 번째 순례길을 결심한 건 제대로 깊이 느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 산티아고 순례는 가난한 마음을 온전히 체화하는 시간
두 번의 산티아고 순례는 최 단장이 가난한 마음을 온전히 체화하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불혹의 나이에 시작한 레지오 활동이 40년에 가까이 왔다는 최창근 베드로 단장. 가난한 마음으로 선택한20241121144929_1479056554.jpg 레지오 입단은 집안 환경의 영향이 컸다. 신심 깊은 집안에서 태어나, 주변 어른이 모두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 으레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라 여겼다. 배우자의 역할도 컸다. 부부 레지오 활동 경험도 가진 이은향 세실리아 역시 같은 Cu.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또 하나 최 단장의 레지오 신심의 근원은 소년 레지오 활동이다. 청소년 시절, 학교 가는 일만큼 중요한 교회 생활이었다. 주일학교는 물론 소년 레지오 단원으로 2년 동안 활동했던 경험이 있었다, 
“중학생 때 소년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했었죠. 당시 도림동성당에서 주일학교만 다니던 친구들을 설득해서 입단시키고 함께 재미나게 활동했었습니다. 단장님을 따라 환자를 방문했던 봉사활동과 가끔 어려운 상황의 친구들을 돕는 것도 좋았습니다.”
냉담 중이던 형제들이 다시 주님 곁으로 돌아오고, 소극적이던 행동단원이 성모님의 은총으로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기쁨이 레지오 활동의 큰 동력이 된다는 최 단장. 예나 지금이나 사람과 함께 성장하면서 품는 가난한 마음이 선물하는 참 행복을 알고 있기에 그는 레지오의 삶을 멈추지 않는다.
<사진설명>
- 라파엘의 집에서 봉사하는 단원들
-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