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구 천호성지(전담 박찬희 다니엘 신부)는 전주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전북 완주군 비봉면 천호성지길 124(전북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 905)에 자리 잡고 있다. 1839년 기해박해 전후로 충청도 지역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 천호산 골짜기로 숨어들어 교우촌을 이룬 곳이다.
숨어든 신자들은 함께 기도하며 간절한 외침으로 하느님을 불렀다. 하늘 천(天), 부를 호(呼), 마을을 ‘천호(天呼)’라고 했다.
천호성지에는 1866년 병인박해 때 전주 숲정이에서 순교한 성 정문호 바르톨로메오, 성 손선지 베드로, 성 한재권 요셉, 성 이명서 베드로 성인의 묘역이 있다.
또한 같은 해 충청도 공주에서 순교한 김영오 아우구스티노의 무덤과 그리고 1868년 무진박해 때 여산에서 순교한 열 명의 무덤이 있다.
완주군 소양면 대성동 신리골에 살던 성 손선지, 성 정문호, 성 한재권, 이들은 1866년 12월 5일 전주 포졸에게 체포되어 전주 감영으로 압송되어 그해 12월 13일 전주 숲정이 형장에서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처형되었다. 성 손선지가 처형되자 아들 손순화는 가족들을 이끌고 교우촌인 천호마을로 피신해 왔다. 손순화는 개울가에 가매장된 아버지가 마음에 걸려 성 정문호, 성 한재권의 가족들과 성인들의 유해를 수습해 1867년 음력 정월 천호산에 묻었다. 지금의 묘는 1983년 5월 유해 발굴 작업을 통해 모셨다. 그리고 성 이명서는 순교 후 1920년 진안 모시골에 이장됐다. 1968년 시복되어 절두산 순교자 기념관에 모셨다가 다시 1984년 전주교구로 모셔 1988년 10월 1일 천호성지에 안장되었다.
여산에서 순교한 순교자들은 처형 후 미나리꽝에 버려졌다. 이 시신들을 천호 신자들이 밤중에 목숨을 걸고 문드러미재를 넘어 천호산 기슭에 옮겨 묻었다. 이 묘역 옆에 빈 무덤이 한 기 있다. 많은 순교자들이 지금도 위치를 알 수 없는 천호산 곳곳에 묻혀있다. 빈 무덤은 언젠가 발굴될 순교자의 유해를 모셔 올 자리이다.
네 분의 성인과 공주, 여산에서 순교한 순교자 열한 분 안장
성지 인근에는 1845년 김대건 신부가 체포된 후 페레올 주교와 다블뤼 신부가 숨어서 미사를 드리던 미사굴과 1867년 블랑 신부가 처음으로 정주하여 사목한 전라도 최초의 사목지 어름골이 있다. 정착 후 리우빌 신부, 라푸르카드 신부 등 3명의 선교사가 12년 동안 이곳에 부임하여 사목했다. 또한 이웃사랑을 실천한 박준복의 삶을 생각할 수 있는 낙수골이 있다.
1889년 이 일대 교우촌을 방문한 프랑스 선교사 보드네 신부는 신자들의 공동체 생활에 감격해 동료에게 “지상에서 사라져 버린 것으로 생각했던 사도시대 신자들의 생활을 발견했다.”라고 편지를 보낸 바 있는데 “모두 함께하며 모든 것을 공동소유로 내어놓고, 서로 필요한 만큼 나누어 가지면서 기도한다.”라고 기록했다.
천호성당의 옛 모습이었던 박해시대의 다리실(용추네=천호)공소는 약 200년 전통을 가진 교우촌 성당이다. 50세대 신자는 145명이다. 2011년에 다리실에 성당을 신축했다. 순교성인을 모시고 선조들이 묻힌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교우촌 신자들은 신앙생활을 한다.
천호성지에는 피정의 집과 세상을 떠난 영혼을 모신 봉안경당, 그리고 성물박물관이 있다.
지금은 이렇게 아름답고 녹음이 우거진 천호성지이지만, 당시 사방이 캄캄한 숲으로 하늘도 안 보이던 산속에서 밭농사하며, 굶주림과 헐벗음에도 하느님께 맡기며 살다 간 순교자들의 삶을 묵상하면서 순례길을 걷는다.
천호성지 순례길
①순교자 묘역-병인박해 때 순교한 네 분 성인과 김영오 순교자, 여산에서 순교한 열 분의 순교자가 묻혀있다.
②피정의 집-1987년 전주 자치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으로 봉헌된 피정의 집.
③ 천호성당-다리실 교우촌 성당, 약 200년 전부터 신자들이 살았던 유서 깊은 교우촌으로, 신자들이 처음 교우촌을 이룬 곳은 성인 묘지 맞은편 무능골 계곡이었다.
④ 가상칠언(架上七言)길-예수님의 십자가상 일곱 말씀을 묵상하는 길.
⑤ 어름골-교우촌 1877년 블랑 신부 때부터 12년간 사제가 상주하여 사목하던 사목중심지로, 전라도 첫 본당 사목지라고 할 수 있고, 우물이 하나 남아 있다.
⑥낙수골-교우, 복자 박경진 프란치스코와 복자 오 말가라다가 순교한 후, 그의 아들 박준복 안토니오가 내려와 살았던 곳이며, 그는 애긍시사를 많이 베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⑦박준복 공덕비-박준복 안토니오의 이웃사랑 실천을 기리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세운 공덕비.
⑧부활성당-천호성지의 순교자 기념성당. 지하에는 세상을 떠난 이들을 모신 봉안경당이 있다.
※ ①,②,③.⑦ 은 차량으로 순례 가능. ⑤,⑥은 차량도 가능하나 길이 협소. ④도보로만 가능.<천호성지 순례길 호남교회사 연구소 자료제공>
①순교자 묘역→놋짐재(0.96Km)→④가상칠언길 끝(0.65Km)→⑤어름골(0.87Km)→⑥낙수골 안내판(0.53Km)→⑦박준복 공덕비(1.11Km)
①순교자 묘역→⑤어름골(2.48Km, 왕복 2시간)
①순교자 묘역→⑦박준복 공덕비(4.12Km, 왕복 3시간)
<사진설명(위로부터)>
- 천호성지 성인, 순교자 묘역
- 부활성당과 제대
- 103계단(103위 순교 성인 상징)
- 천호성당과 제대
- 박준복 안토니오 공덕비, 가상칠언길, 얼음골 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