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무염시태 세나뚜스와 동서울․중서울․서서울 레지아 사도직 교육에서 ‘신약 외경에 나타난 성모 마리아’를 강의하는 한님성서연구소 송혜경 비아 박사를 만났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보고야 믿는’ 토마 성인을 좋아하는데, 그냥 공부가 하고 싶었어요.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성서학을 하다 보니 자연히 고대 언어들을 익히고,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외경을 많이 접하게 됐죠. 정경과 달리 외경에서는 공생활 이전 예수님의 나자렛 생활이나 성모님의 가계와 생애를 폭넓게 다루니 성모님을 좀 더 깊이 알게 되었을 뿐인데 이런 자리에 초대되었네요.”
2024년 서서울 그리스도의 어머니 레지아가 주관하는 사도직 교육에서 ‘신약 외경에 나타난 성모 마리아’에 대한 강의를 두 차례 진행한 송 비아 박사는 아직도 강의장에서 만난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열기를 잊지 못한다.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강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터라 100명이 넘는 인원을 한 자리에 만난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단다.
“강의를 듣는 태도가 정말 열정이 넘쳤죠. 진지하게 열심히 듣는 레지오 단원들을 보면서 ‘강의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사실 저는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단지 제가 공부한 내용을 이야기하면 자기에게 꼭 필요한 것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그것이 하느님께서 원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제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성모님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제대로 알고 싶어 하는 그분들의 열망 자체가 절로 힘이 나게 하더군요. 그것이 보람이 아닐까 싶어요.”
그는 동서울·중서울 레지아 사도직 교육에서도 같은 강의를 했다. 처음엔 한 번 강의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흔쾌히 응했다. 하지만 여러 번 반복하는 교육이라는 말을 듣고 아찔했다. 과연 똑같은 강의를 반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나름대로 기도를 하면서 준비했다. 횟수를 거듭하면서 괜한 우려였음을 실감했다. 같은 내용이었지만 듣는 교육생에 따라 강조하는 지점이 달라지고, 그 역동으로 교육생들의 관심도 달라졌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하는 교육이 아닌 상호작용을 끌어내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는 것을 강의를 거듭할수록 실감할 수 있었다.
‘보고야 믿는’ 토마처럼 시작한 신학 공부
‘신약 외경 입문’에서 시작해 ‘구약 외경’ 1·2권, ‘신약 외경’ 1권, ‘영지주의자들의 성서’, ‘예수님 성경 바깥의 기억’, ‘네 복음서 대조’(공저) 등 외경 학자로서 매년 한 권 정도 전문종교 서적을 발간해 온 송 비아 박사. 그녀가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레지오 단원들을 만나 성모 마리아의 전승을 전하게 된 과정을 듣다 보면 새삼 주님의 ‘빅 피처’가 이런 걸까 싶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던 그는 연구원으로 3년 동안 약학 전문가로서의 과정을 차근차근 밟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성경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그냥 제대로 알고 싶었다. 어머니를 따라 어릴 때부터 다녔던 성당이고, 생활처럼 종교를 받아들였던 그녀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들, 수많은 의구심이 들었다. 역시 토마처럼 ‘보고야 믿는’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고 과감하게 신학교에 입학원서를 제출했다.
“저는 의지가 투철한 사람도 아니고, 별로 계획도 없는 사람인데 지금 돌아보면 무슨 계획을 세운 사람처럼 이렇게 흘러왔어요. 학교 다닐 때 레지오 활동을 4~5년가량 했었죠. 출석을 열심히 했어요. 봉사가 어렵기는 했지만 선택한 일이니 충실하게 임했죠. 어느 해인가 교본경시대회가 있었어요. 시험은 잘 쳐야 하는 것이니 교본을 읽고 열심히 공부하고 외웠어요. 그 시간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때가 28세, 넓은 길을 벗어나 좁은 길을 선택한 그녀의 행보는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서울가톨릭대학교 신학과 1학년 생활을 시작했다. 완전 기초부터 다지기 시작해 올곧게 4년을 공부했다. 개념과 원리를 알아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답답한 성격이 연구에는 좋았던 것인지 모른다.
마침 1998년 설립한 한님성서연구소에서 재원을 뽑고 있었다. 이듬해 연구원 자격으로 로마 성서대학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성서학 석사학위와 고대 근동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시나이의 아나스타시우스의 작품 ‘시편 6편에 관한 강론’의 콥트어 필사본을 번역하고 주석하여 고대 근동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교육 현장으로 찾아온 외경 학자
“로마에서 공부할 때 고고학, 지리 수업에서 이스라엘을 탐험하는 기회가 있었죠. 지도교수님께서 전승에 대해 자주 언급하시면서 성모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일이 외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2세기 때부터 성모님에 대한 책이 많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성모님에 대한 자료를 모으는 것이 의미 있겠다 싶었습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성모님은 예수님과 하느님, 우리 인간을 이어주는 존재이지 그 위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성모님은 우리가 공경해야 하는 대상이지 예배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외경은 어떤 식으로 성모님을 공경해야 하는지, 성모님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형식으로 잘 알려준답니다.”
그러는 가운데 구약, 신약 외경들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몇 해 전 성지순례를 갔을 때 자연스럽게 외경에 담긴 성모 마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평신도들에게 전하는 기회가 생겼다. “성지순례를 주관하시던 신부님께서 버스로 이동 중에 지루한 시간을 제게 맡기신 거예요. 강의라기보다 편하게 성모님 이야기를 풀어냈죠. 재미가 있었나 봐요. 가이드가 예정에 없던 이스탄불 코라성당으로 저희를 데리고 가더라고요. 그곳에 성모님의 영면 장면이 그려져 있는데, 승천하시는 성모님 그림과 달리 신선하게 느껴지는 거죠. 더 인간답게, 가깝게 다가왔어요.”
그것이 인연이었을까. 박준양 서울 세나뚜스 전담사제와 함께 신앙교리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레지오 단원을 대상으로 준비한 사도직 교육 강사로 초대된 것이었다.
‘진인사대천명’과 달란트의 비유를 삶의 지표로 삼고 있다는 송 비아 박사.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일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달란트를 활용하고 있다. 그분의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그분의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설명- 위로부터>
- 송혜경 비아 박사
- 사도직 교육 강의
- 송혜경 박사가 저술한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