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서대문성당 샛별 Pr.은 1965년 6월 6일에 설립되어 올해 6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지난 4월에는 3,000차 주회합을 맞았고, 그 순간은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마음을 모아 3000차 회합을 준비한 단원들, 기도해 주신 꾸리아․꼬미씨움 간부님들, 60년 동안 주회합의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 올리신 선배 단원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매주 회합에 오셔서 살과 피가 되는 영혼의 양식(훈화)을 주신 신부님들과 수녀님들께도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변함없이 샛별 Pr.을 지키고 보호해 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사령관이신 성모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1998년 3월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당시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괴로워하던 저에게 마음의 평화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작은어머니께서 저에게 예비자 교리반을 소개해 주셨고, 저는 주저함 없이 입교했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찾아 예비자 교리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과제로 내주신 마르코 복음 필사도 완료하면서 가톨릭 신자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예비자 과정 말미에 신앙생활을 지속적으로 잘하기 위해 단체 가입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세례받은 후 1개월이 지난 어느 날 ‘마리아’라는 자매님의 초대로 ‘레지오 마리애’에 대해 소개를 받고, 샛별 Pr. 회합에 처음으로 참관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회합에 참석했을 때 다소 딱딱한 분위기에 긴장했지만 이후 바로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을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샛별 Pr.이 서대문성당에서 가장 오래된 Pr.이면서 청년 Pr.임을 알게 되었고, 단원들도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1988년에 샛별 Pr.에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 Pr.이 분단되어, 2개의 청년 Pr.이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2개의 청년 Pr.에 대한 어르신들의 애정 어린 눈빛을 받으며 활동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3000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샛별 Pr. 출신의 네 분 수녀님이 계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활동과 활동 통한 단원들 간의 형제애로 기쁨 배가
레지오에 입단 후, 활동으로 나간 곳이 안국동에 있는 중복 장애 아동 시설인 ‘라파엘의 집’이었습니다. 아이들을 휠체어에 태우거나 부축하여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그 일대를 산책시킬 때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지고 이와 같은 봉사를 해본 적이 없기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 선배 단원들과 조를 이루어 성당 근처의 재개발되기 전 오래된 아파트에 사시는 독거노인들을 방문하면서 어르신들을 방문할 때 어떻게 생활 대화를 나누고, 어떻게 기도하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같이 활동을 나간 단원들과 활동 안에서 형제자매 애가 더욱 돈독해지면서 레지오 활동의 기쁨은 배가 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 Pr.으로 옮겨 레지오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2006년에 ‘함께하는 여정’의 봉사자 교육을 이수하고 예비자 교리반 봉사를 시작하였고, 예비신자들이 성당에서 처음 마주하는 신자들이 교리반 봉사자였기에 언행을 많이 조심했습니다. 예비자들이 무사히 교리 과정을 마치고, 세례식을 통해 새 신자가 되어 성당을 나설 때,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 그동안의 수고가 큰 보람으로 다가왔습니다. 교리반 봉사자로서의 활동은 2019년까지 이어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샛별 Pr.의 기존 단원들이 하나, 둘 결혼 등으로 퇴단하고, 신입 단원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Pr.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2006년 8월에 영원한 도움의 성모 Pr. 3명의 단원들과 함께 다시 샛별 Pr.으로 전입했습니다. 청년 단원 모집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2014년에 기존 ‘청년’ Pr.에서 ‘중장년’ Pr.으로 특성을 변경하고 연령대와 무관하게, 기혼, 미혼과 관계없이 단원을 모집하면서 새 단원들이 입단하여 다시 활력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하늘의 문 꾸리아 내 Pr.들도 해체되는 과정을 겪었고, 2021년 4월 아치에스를 시작으로 오프라인 회합이 재개될 때 기존 10개에서 5개의 Pr.만 남게 되었습니다. 저희 샛별 Pr.은 4명의 단원만 남아 4간부를 구성하고 회합을 진행하였습니다. 성당 내 유일한 청년 Pr.이었던 영원한 도움의 성모 Pr.도 코로나 시기 동안 해체되었습니다. 저희는 4명 중 2명이 교대 근무자여서 저녁에 출근하는 경우 한 달에 한두 차례는 2명이 주회합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가장 큰 부담은 서대문성당의 첫 번째 Pr.이 해체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러한 부담감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교본에 더욱 충실히 주회합을 하였고, 성모님께 새로운 단원을 보내주십사고 열심히 기도도 하고, 단원 모집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2022년 10월에 한 형제님이, 1개월 뒤에 2명의 자매님이, 또 몇 개월 단위로 3명의 단원들이 입단해 현재 10명의 단원들이 샛별 Pr. 안에서 신앙의 여정을 함께 걷고 있습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고사성어처럼 사람의 할 도리를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과 성모님께서 저희 레지오에 필요한 사람들을 채워주심을 경험하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새로 입단하신 분들 중에는 소속 Pr.이 코로나 기간 중 해체되면서 오신 분들도 있었고, 대다수가 성당 내에서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하셨던 분들이기에 배당된 활동의 결과들이 훨씬 더 풍성해지고 다양해져서 그분들을 통해서 저의 신앙을 돌아보고 좀 더 분발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레지오 단원으로 신앙생활 시작과 마칠 것
가끔 “레지오 활동을 얼마나 하였는지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올해로 27년째입니다”라고 대답하면 질문하신 분들 대부분이 놀라며 그 비결을 묻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그저 꾸준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솔직히 삶의 우선 순위가 신앙생활이나 레지오 활동보다는 사회생활이었기에 모범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고, 부끄러운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꾸리아 간부의 책무가 주어지면 마다하지 않았고, 또 꼬미씨움 간부 역시 마다하지 않고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랜 신앙 세월에도 여전히 저는 부족하고, 여전히 모난 부분들이 많아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내기도 하고, 또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부족한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시는 예수님과 성모님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는 시간, 예수님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성모님에 대해 특히 ‘겸손’에 대해 더욱 알아갈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주심에 감사합니다.
레지오 단원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하여, 레지오 단원으로서 그 여정을 마감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저희 샛별 Pr. 단원들과 모든 레지오 단원들이 있어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오늘도 멈추지 않고, 이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습니다.
<사진 설명(위로부터)>
- 샛별 Pr. 3000차 주회합
- 서소문성지 예비자 성지순례(2019.10.13)
- 꾸리아 야외행사중 쁘레시디움 단원들과(2023.6.6)(좌) 아치에스 후 하늘의 문 꾸리아 간부들과(202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