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느님의 지금
전환의 때
조경자 마리가르멜 수녀 노틀담수녀회

지난여름은 정말 습하고 뜨거웠다. 무더위 경고 문자가 9월 중순까지 매일 떴으니 정말 실감 나는 더위였다. 수녀님들과 함께 새만금 수라 갯벌을 찾아가려고 준비하였으나, 너무 더워서 위험하다는 활동가의 말에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활동가에게 “선생님, 이번 여름이 너무 심각하게 더운 거죠?”라고 인사차 이야기했더니, “수녀님,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인 거죠.”라고 답을 했다. 그렇다. 지난해를 생각해 보면 지난해가 올해에 비해 시원했다. 우리가 예상했던 기후변화는 이렇게 오고 있는 것이고, 이미 온 것이다. 
지난 8월부터 밭을 일구고 김장을 준비했다. 배추 모종을 내고, 심고, 물을 주며 돌보는 동안 우리는 호시탐탐 여린 배춧잎을 먹기 위해 노리는 배추벌레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화학약품 없이 농사지으려니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혹여나 배춧잎이 미어질까 봐서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배추벌레를 잡아서 바가지에 담았다. 이렇게 잡은 애벌레들은 모아서 닭장에 넣어주면 닭들이 웬 횡재냐 하면서 달려와 맛나게 먹는다. 
배추 애벌레가 뜯어 먹어 너덜너덜한 배춧잎을 보니, 너무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과 비슷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자그마하게 세 가닥 새잎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우리에게도 아직 이 희망이 있어!’라고 되뇌었다. 그러니 우리 공동체 수녀님들은 나비를 보며 마냥 좋아하지 않는다. 혹여 나비가 배추밭 근처를 날아다닐 양이면, 새 쫓듯이 “훠이 훠이!” 하며 쫓아내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초보 농부 지혜 수녀님이 애벌레 한 마리를 잡아 와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녀님들, 이 애벌레는 너무 예뻐서 도저히 닭장에 넣어줄 수 없었어요. 얘는 산호랑나비 애벌레인데, 어떻게 할까요?” 수녀님들은 “우리가 키워요.”라고 입을 모았다. 집 안에서 애벌레를 키우기 시작하니 먹을 것과 잠자리까지 챙기며, 공동체가 함께 관심을 가졌다. 애벌레는 집에 넣어주는 잎사귀를 계속 먹어 치우더니 몸이 새끼손가락 마디만 해졌다. 그런데 녀석이 더 이상 먹기를 그만두고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우리 중에 누군가가 나뭇가지 하나를 넣어주니, 애벌레는 그 가지에 몸을 붙이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 만에 몸에 변태가 일어나고 있었고, 거의 스무날 동안 나뭇가지에 죽은 듯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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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꼬박 스무날이 지난 후, 우리는 한 마리의 아름다운 나비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애벌레가 이런 모습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번데기에서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없었었지만, 나비가 나온 흔적은 볼 수 있었다. 그 큰 나비가 고작 1센티도 안 되는 번데기의 표피를 찢고 나왔다니, 믿을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산호랑나비야, 잘 살아!”라고 축복까지 하면서 날려 보내주었다. 내가 외쳤다. “산호랑나비야, 우리 배추밭에 와도 돼!” 수녀님들이 넉넉한 마음으로 깔깔 웃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듯 적극적인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배추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 제법 큰 포기가 되었다. 그야말로 김장배추의 꼴을 이루었다. 배추벌레로 구멍 났던 잎은 여전히 붙어서 배추의 겉을 두르고 있는데, 마치 파란만장한 자신의 역사를 기억하는 듯해 보인다. 정말 기특하다. 
구멍 난 배추가 김장배추의 꼴로 변화되고,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변화를 보면서 나는 ‘이건, 그냥 변화가 아니라, 전환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저 계절이 바뀌듯이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도전을 극복하는 변화, 이전의 모습에서 완전히 변모하는 전환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작은 생명들의 전환을 통해, 오늘 우리가 이 전환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지금 우리는 계절 변화에 옷 바꿔입는 차원의 변화를 넘어서서 보다 적극적인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4년 COP29*에서는 이런 전환을 꿈꾸는 우리나라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야 한다. 특별히 아주 구체적으로 화석연료비확산조약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동의 집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든 이들이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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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9차 유엔기후변화 당사자국총회(UNFCCC COP29)가 11월 11~22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되며, 기후금융과 2035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새로운 목표 등이 핵심 의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