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전례공간’
성체의 보존 장소, 감실
윤종식 티모테오 신부 가톨릭대학교 교수

여러분에게 퀴즈 하나를 내봅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를 모신 최초의 감실은 어디일까요? 예수님을 잉태한 동정녀 마리아시지요. 태중에 예수님을 모시고 아기 예수님을 키우고 소년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였으며, 또한 잃어버린 예수님을 성전에서 찾고, 공생활에 들어가신 예수님을 따라다닌 제자였고,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 승천이라는 파스카 사건에 함께 하신 동정녀 마리아는 성체 조배를 가장 잘하신 신앙의 모범이십니다. 그래서 성모님을 ‘새로운 계약 궤’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제 성당에서 성체를 모셔 놓는 장소인 감실(龕室)의 역사와 의미, 그리고 지침을 알아보겠습니다.

천막을 의미하는 라틴어 ‘타베르나쿨룸’(tabernaculum)!
감실은 라틴어로 ‘타베르나쿨룸(tabernaculum)’이라 하는데, 이 단어는 천막, 초막을 의미하며 탈출기에서는 계약 궤를 모셔 놓고 하느님이 머무르는 장막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합니다(탈출 26장, 40장 참조). 그리고 이제는 성체가 모셔져 있는 감실, 곧 ‘하느님의 현존’이 함께 하는 공간을 뜻하는 신학적 용어로 발전했습니다. “보라,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거처하시고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묵시 21,3)라는 성경 말씀을 생각하여 ‘tabernacolum’이라고 감실을 칭하였고, 1614년 ‘로마예식서(Rituale Romanum)’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원래 ‘감실(龕室)’은 불교의 용어로, 시신을 화장한 후 나오는 뼈나 사리를 보관하는 작은 공간이나 함을 말합니다. 이 용어의 적합성에 대해서 고려할 필요가 있어서, ‘로마 미사 경본 지침’(314-317항)에서는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의 보존 장소’라고 풀어서 제목을 붙여서 ‘감실’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성체를 모셔 놓은 장소의 역사적 변화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부터 미사를 거행한 후에 성체를 보존했는데, 그 이유는 감옥에 갇힌 이들이나 병에 걸려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에게 성체를 영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4세기 로마 제국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뒤에도 한동안 성체를 보관하는 장소는 여전히 성당 안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7~8세기의 문헌에는 성체가 제의방에 보관되어 있음이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카파(cappa)’ 또는 ‘피식시(pyxis)’라고 불리는 작은 함에 성체를 넣고 제의방의 장에 보관하였습니다. 그리고 10세기부터는 성체를 제대 위에 줄로 매단 둥글고 작은 용기에 보관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지역에서는 이 용기를 쇠로 만든 비둘기 형태로 만들어 ‘성체 비둘기’라고도 불렀습니다. 감실이 나타나 서서히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12세기부터였습니다. 
성체에 대한 경배는 교황 우르바노 4세가 1264년에 ‘성체 축일Corpus Domini’(현재의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제정하면서부터 본격화하였습니다. 이 축일에 성체를 모시고 행렬했던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성체현시와 성체강복으로 발전했습니다. 성체 행렬을 하기 전과 후에 제대 위에 성체를 현시할 성광이 생겨났고, 이때부터 성체 경배가 널리 퍼졌습니다. 
로마에서는 16세기에 주 제대 위에 감실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으며 감실이 성체성사의 중심처럼 여겨져서 더 정교하며 화려하게 장식되었고, 이로 인해서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의 장소인 제대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에 의해 제대 위에 있던 감실은 제대와 분리되어 제단의 다른 곳이나 별도의 경당에 두도록 규정했습니다.

제대와 감실의 싸움? 조화!
베네딕도회 김인영 신부님은 ‘제대와 감실의 싸움’(1996년)이라는 책을 출간하여 전례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화제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의 의도는 제대와 감실의 본래 의미와 위치를 분명히 이해하고 조화를 찾아서 참된 신앙으로 이끌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감실이 제대보다 성당에서 중심에 있게 된 원인을 “영성체하기보다는 성체 공경을 더 좋아하던, 신앙생활의 실천보다는 미사의 의무를 더 강조하던, 말씀에 따라 사는 삶보다는 정적인 성체 조배를 더 강조하던 당시 신앙인의 모습이 이렇듯 감실이 주가 되는 성당 구조를 만들어 내었던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감실은 성체를 모셔두는 자리이고, 성체를 따로 모시는 까닭은 기본적으로 병자를 위해서, 어떤 사정으로 인해 미사에 참여하지 못한 신자에게 성체를 영해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미사 때 신자들을 위해 충분한 제병을 준비하지 못한 경우를 대비하여, 또한 미사 때 남은 성체를 보관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반면에 제대는 파스카 신비의 절정인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거행하는 곳으로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곧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1,24)라는 예수님의 명을 따르는 곳이지요.

감실에 대한 현재의 규정!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의 쇄신된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에서는 지극히 거룩한 성체 보존 장소인 감실은 “참으로 고상하고, 잘 드러나고, 잘 보이면서도 아름답게 꾸민 곳에, 또한 기도하기에 알맞은 곳에 마련”하며 “보통 하나이고 붙박이로 만들어야 하고 단단하고 깨지지 않는 불투명 재질”(314항)로 만들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성체가 모독 될 위험이 결코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표지라는 의미에서 볼 때, 미사가 거행되는 제대에는 거룩하신 성체가 보존되는 감실을 두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315항)라고 합니다. 
감실은 제단 안에 적절한 곳에 알맞은 형태로 설치하거나, 개인적으로 조배하고 기도하기에 알맞은 다른 경당에도 설치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현존을 나타내고 경의를 표하는 감실 등불은 성당에 그분이 늘 함께하신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감실에 인사해야 하는지, 그리스도를 상징하고 성당의 중심이라고 배운 제대에 인사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합니다. 제대에도, 감실에도 인사를 하면서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라고 약속하신 예수 그리스도께 감사드리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