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뭐라꼬예?
사울 왕을 대체할
다윗의 등장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 대구대교구

사울의 변명과 체면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계속 변명을 늘어놓는 사울에게 사무엘이 말하였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번제물이나 희생 제물 바치는 것을 주님께서 더 좋아하실 것 같습니까? 진정 말씀을 듣는 것이 제사드리는 것보다 낫고 말씀을 명심하는 것이 숫양의 굳기름보다 낫습니다. … 임금님이 주님의 말씀을 배척하셨기에 주님께서도 임금님을 왕위에서 배척하셨습니다.”(1사무 15,22-23) 이에 사울은 그제야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사무엘에게 간청합니다.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 군사들이 두려워서 주님의 분부와 어르신의 말씀을 어기고 그들의 말을 들어 주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저와 함께 돌아가시어, 제가 주님께 예배드리게 해 주십시오.”(1사무 15,24-25) 
하지만 사무엘은 사울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사울이 하느님의 말씀을 노골적으로 무시하였기에 이미 하느님께서도 그를 내치신 것임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가려고 하는 사무엘을 사울이 붙잡다가 공교롭게 사무엘의 겉옷 자락이 찢어지게 되었지요. 사무엘은 이 일을 상징적으로 언급하며 하느님의 결정을 전하였습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이스라엘 왕국을 임금님에게서 찢어 내시어, 임금님보다 훌륭한 이웃에게 주셨습니다. … 그분은 사람이 아니시기에 뜻을 바꾸지 않으십니다.”(1사무 15,28-29) 그럼에도 사울은 또 간청하였습니다.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만, 제 백성의 원로들과 이스라엘 앞에서 제발 체면을 세워 주십시오. 저와 함께 돌아가시어, 제가 주 어르신의 하느님께 예배드리게 해 주십시오.”(1사무 15,30) 
그리하여 사울이 사무엘과 동행하여 하느님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사무엘은 사울이 살려준 아말렉 임금 아각을 죽이게 하였고, 라마로 돌아가 죽는 날까지 사울을 다시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무엘은 사울을 두고 슬퍼하였고, 하느님께서는 그를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우신 일을 후회하였습니다. 
사울은 사제가 아니면서도 하느님께 번제물을 바쳤고 완전봉헌법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에 그는 사무엘로부터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였다는 책망을 듣고 자신이 죄를 지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사울은 임금으로서 백성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세워달라고 애원하였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겸손하게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그분의 용서를 받는 일이 사람들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을 앞설 수는 없습니다.

사무엘이 다윗에게 기름을 붓다
사무엘은 하느님의 명에 따라 새로운 왕에게 기름을 부으러 길을 떠나되, 이를 사울이 알지 못하도록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러 길을 나서는 체하며 ‘이사이’의 아들들과 베들레헴 성읍의 원로들을 제사에 초청하였습니다. 사무엘의 명에 따라 이사이가 일곱 아들을 보였지만, 하느님께서 뽑으신 이는 사무엘의 생각과는 다른 아이 다윗이었습니다. 사무엘이 형들 한 가운데서 다윗에게 기름을 부으니 하느님의 영이 내려와 머물렀습니다.
“겉모습이나 키 큰 것만 보아서는 안 된다. … 나는 사람들처럼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마음을 본다.”(1사무 16,7) 사람들처럼 보지 않으신다는 하느님의 말씀이 울림을 줍니다. 하느님의 판단은 우리의 생각과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겉모양만 보고 쉽게 판단하려는 자신을 자각하며, 사람의 마음을 보시는 하느님께 올바른 인식을 주십사 겸허한 청을 드렸으면 합니다.

소년 다윗이 사울 왕을 섬기다
하느님의 영이 사울을 떠났고 이제 악령이 그를 괴롭혔습니다. 사울의 신하들은 하느님이 보내신 악령을 달래기 위해 비파를 탈 사람을 구하자는 요청을 임금에게 드렸고, 이에 양을 치던 다윗 소년이 적임자로 불려 왔습니다. 신하들은 이때 다윗을 천거하며, 그를 비파를 잘 타는 재주가 있는 사람, 풍채가 좋은 힘센 장사이자 전사, 언변이 좋은 사람, 게다가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 하시는 사람으로 묘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다윗은 사울에게 불려 와 그의 시중을 들게 되었고 특별한 사랑을 받아 그의 무기병이 되었습니다. 악령이 사울을 괴롭힐 때면 다윗은 비파를 타 그를 편안하게 하였습니다.

골리앗을 눕혀버린 다윗
필리스티아인들이 군대를 소집하여 이스라엘군을 치러 올라왔고, 양쪽 군대는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높은 곳에 대열을 갖추었습니다. 필리스티아 진영에서 거인 골리앗이 나와서 이스라엘을 모욕하며 싸움을 걸어왔습니다. 그때 다윗이 아버지의 분부를 받고 전장에 나가 있던 형들을 위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을 모욕하는 골리앗을 보고 울분을 토했고, 그 소식을 들은 사울의 부름을 받게 되었습니다. 무모하게 골리앗과 싸우겠다고 나선 소년 다윗을 만류하는 사울에게 다윗이 말하였습니다. “그(골리앗)는 살아 계신 하느님의 전열을 모욕하였습니다. 사자의 발톱과 곰의 발톱에서 저를 빼내 주신 주님께서 저 필리스티아 사람의 손에서도 저를 빼내 주실 것입니다.”(1사무 17,36-37) 
확고한 자세로 사울의 허락을 받은 다윗은 사울이 하사하는 갑옷을 만류한 채 겨우 막대기 1개, 돌멩이 5개와 무릿매 끈만 지니고 골리앗과 싸우러 나갔습니다. 다윗은 자신을 우습게 보는 골리앗 장수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 너를 내 손에 넘겨주실 것이다. 나야말로 너를 쳐서 머리를 떨어뜨리고, 오늘 필리스티아인들 진영의 시체를 하늘의 새와 들짐승에게 넘겨주겠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 계시다는 사실을 온 세상이 알게 하겠다. 또한 주님께서는 칼이나 창 따위로 구원하시지 않는다는 사실도, 여기 모인 온 무리가 이제 알게 하겠다. 전쟁은 주님께 달린 것이다. 그분께서 너희를 우리 손에 넘겨주실 것이다.”(1사무 17,46-47) 
다윗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골리앗을 돌멩이 하나로 쓰러뜨리고 목을 치자 필리스티아인들은 겁에 질려 달아났고, 도망가는 그들을 이스라엘과 유다의 군사들이 뒤쫓아 가며 공격하였습니다. 다윗은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사울 앞에 나아가 말하였습니다. “저는 베들레헴 사람, 임금님의 종 이사이의 아들입니다.”(1사무 17,58)
소년 다윗은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신뢰하였습니다. 그는 ‘전쟁이란 하느님께 달린 일’이라는 깨달음으로 막대기와 돌멩이를 들고 용감하게 거인에게 맞섰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움에 나선 다윗의 믿음과 용맹을 보며 기도합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다윗처럼 하느님만을 의지하며 나아갈 용기를 주소서!”

다윗에 대한 사울의 질투
사울은 그날부터 다윗을 왕궁에 붙잡아 두었는데, 사울의 아들 요나탄이 다윗에게 마음이 끌리어 자기 목숨처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윗은 사울이 보내는 곳마다 출전하여 승리하였고, 사울은 그런 다윗에게 군인들을 통솔하는 직책을 맡겼습니다. “사울은 수천을 치시고 다윗은 수만을 치셨다네!”(1사무 18,7) 사울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런 말로 다윗을 자신과 비교하여 칭송하자 이제 자신의 왕위마저 뺏길 것을 염려하여 다윗을 시기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악령에게 사로잡힌 사울은 비파를 타는 다윗에게 창을 던지며 살의를 드러내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그의 시도가 실패하자, 사울은 하느님과 함께하는 다윗에게 두려움을 갖게 되었습니다. 온 이스라엘과 유다는 자신들의 앞에 나서서 출전하는 다윗을 좋아하였습니다.
사울은 적을 물리치고 나라를 구한 다윗을 질투하였습니다. 사울은 능력 충만한 신하를 시기하여 적으로 삼고 말았습니다. 혹시 지금 누군가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있는 나라면 그를 제대로 바라볼 은혜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 미움으로 눈이 멀게 된 나머지 자칫 나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을 잃고 말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