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의 ‘인연’이라는 책의 서문에 이런 글이 있다.
“우리 모두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다. 이 별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며 소멸하는 것은 신의 섭리에 의한 것이다. 이 섭리를 우리는 인연이라 부른다.”
우리 욱수성당 예언자들의 모후 Pr. 단원들은 1995년 창단 이래 현재까지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 당시에는 모두 현직에서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이제는 은퇴하여 백발이 성성한 노년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형제애는 날로 깊어져 혈육 못지않은 정을 나눈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작년 한 해에 3명의 단원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세 단원 모두 레지오 장으로, 장례미사 때는 단원들이 운구도 하고, 꽃도 바치며 예를 다했지만 우리의 마음 한편에는 큰 구멍이 뚫린 듯했다. 특히 주회합 때는 금방이라도 환하게 웃으며 들어올 것 같고, 회식이라도 할라치면 물을 따라주고 수저를 챙겨주며 면을 잘라주고, 언제나 앞장서서 단원들을 챙기던 모습이 떠올라 속으로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우리는 십여 년 전에도 한 단원을 떠나보냈다. 그 단원은 우리 중에서 가장 젊은 단원이었는데, 그때 우리는 ‘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일찍 죽는다’ 또는 ‘하느님께서는 회개할 것이 없는 사람부터 데려가신다’라는 말이 어찌 이리 맞냐 하며 가슴을 쳤다. 참으로 나무랄 데 없는 천사 같은 단원이었다.
단원들을 떠나보내고 나니 당장 Pr. 존폐를 걱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언제까지 우리 Pr.을 끌고 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 다른 Pr.에서 활동하던 단원 한 분이 우리 Pr.으로 옮겨왔고, 또 다른 한 분은 레지오를 쉬고 있다가 우리 Pr.을 찾아오셨다. 그런데 그 단원은 알짜 중의 알짜요, 빛나는 보석 같은 단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간 단원들이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다가 성모님 치맛자락을 붙들고 우리 Pr.을 도와주십사고 매달렸나보다 생각했다.
우리는 다시 새로운 힘을 얻고, 용기를 내어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이별이 이별이 아니라 또 다른 만남의 시작임을 절감하며.
오늘도 밤하늘을 쳐다보다가 어쩌면 먼저 간 우리 단원들도 밤하늘의 별이 되어 반짝반짝 우리에게 빛을 비추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아름답고 귀한 인연이 하늘나라에서도 이어지기를 소망하며, 먼저 간 단원들이 영복을 누리기를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