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침한 시야와 더불어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기억들도 늙어 가는 나이가 되었다. 진실만 있을 뿐, 답은 찾지 못한 채 성모님께 봉헌된 기억들이 있다.
내가 한 살이 지났을 때 일이었다고 한다. 면도날을 씹어서 입안에서 구긴 적이 있었다. 친정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놀란 어머니께서 손가락을 내 입안에 넣어 구겨진 면도날을 꺼냈는데 입안은 깨끗하고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나는 뛰어놀더라고 하셨다. 그 사건을 모르는 일가친척이 없을 정도로 집안에 소문이 다 퍼졌었다.
모두들 단순한 신앙심으로 그 일을 받아들였고, 95세 어머니께서는 아직도 그 사건을 성모님의 은총으로 여기시며 성경을 쓰고 계신다. 레지오를 열심히 하신 까닭에 평생 수술 한 번도 안 받으셨고 태어나신 몸 그대로 흉터 하나 없이, 6남매를 낳고 키우신 체력으로 건강하게 생활하신다.
갑상선 암에 걸려서 수술받은 40살 때의 일이다. 첫째 언니가 갑상선 질환이 있어 나더러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병원에 갔더니 혹이 있다며 약을 권유했는데, 두 아들을 키우느라 내 건강을 잊고 생활하며 병원도 가질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밤에 잠결에 문득 깨어나니 손을 잡고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머릿속에는 강박적으로 병원이 떠올랐고, 손등에 체온과 힘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상한 예감이 들어 병원에 갔는데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대구가톨릭병원에서 수술받고 암이 완쾌되어 지금은 정상인으로 생활하고 있다.
주위의 권유로 레지오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성모님께서 덮어둔 진실에 대한 답을 내려주셨다. 그건 보잘것없는 흙과 먼지에 불과한 나에 대한 주님의 ‘불쌍히 여기심’이었다.
레지오 활동 중에 성전 내부를 걸레질하면서 막달레나가 주님의 발을 눈물로 씻고 난 다음에 한 송이 꽃이(?) 된 구절을 묵상했었다. 주님의 옷자락에 손을 대듯이 깨끗하게 성전 내부를 청소했었다.
세상은 금․은수저로 등급을 매기지만 나는 성모님의 사랑을 전하면서, 성모님의 사랑 수저가 되는 세상을 기도하면서 레지오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