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을 대어 수확을 시작하십시오. 땅의 곡식이 무르익어 수확할 때가 왔습니다.”(묵시 14,15)
단장님을 비롯하여 단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준비하고 마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예비 단원 3개월의 준비기간이 너무도 빠르게 지나고 선서식을 하게 되었네요. 아내 에스텔과 함께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교본을 읽고, 기도를 찾아 하면서 조금씩 더 깊어지는 신앙을 체험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에스텔과 저의 2024년은 정말 열심히 농사를 지은 해였던 것 같습니다. 1월에 독서단에 들어갔고, 3월에는 2년째 써오던 두 번째 성경 필사를 마쳤으며, 4월에는 세례받은 지 20년 만에 견진성사를 받았습니다. 6월에는 좀 더 잘살아 보자며 ME에 다녀왔고, 다리과정까지 잘 마친 지금은 본당 ME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같은 달 레지오에도 가입하였으며, 예비 단원 3개월을 거쳐 9월 10일 선서식까지 마쳤습니다. 이 정도면 누가 보더라도 풍작이라 하지 않을까요?
레지오에 처음 들어가 인사를 했을 때, 저는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주위의 몇몇 분들께서 레지오 가입을 권유했었습니다만 여유가 없었습니다. 독서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거든요. 그런 와중에 들었던 어느 신부님의 강론 말씀에, 신앙인들이 신앙의 여정으로 함께하고 있는 레지오, 그 교본에 “나는 능력이 없고 재주가 없어서 어떠한 활동과 봉사도 못하겠다고 뒤로 물러서는 일은 겸손이 아니라 교만입니다.” 하는 말이 있다 하시며, 겸손의 탈을 쓰고서 교만하기는 참으로 쉬움을 깨닫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저를 움직였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뒤로 물러서고 있는 내가 ‘겸손한 것일까? 아니면 교만한 것일까?’ 이 물음을 묵상하다가 결정했던 것입니다.
당시에 수녀 누님께도 레지오 입단을 상의드렸는데, 누님은 수도자이기 전에 형제로서 답을 주셨습니다. 예민한 성격과 지병이 있는 동생을 염려하여 가입을 정년 후로 미뤘으면 좋겠다 말씀하셨지요. 에스텔도 제가 가입을 미룰 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결정을 했습니다. 제가 한 것일까요? 그분께서 저를 그렇게 이끄신 것일까요? “사람의 발걸음은 주님께 달려있으니, 인간이 어찌 제 길을 깨닫겠는가?”(잠언 20,24)
성모님의 마음을 늘 기억하면서 저와 에스텔의 성화를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신앙인의 길을 걷도록 하겠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