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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위험 중의 세례*
신성근 야고보 신부 청주교구, 교회법석사/법학박사

보편 교회법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그리스도교인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즉 교우들은 자신들의 영적 필요와 청원을 사목자들에게 청할 자유가 있으며(제212조 2항 참조), 하느님 말씀과 성사들에서 사목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213조 참조). 그리고 복음적 가르침에 맞는 교육을 받을 권리도 있음(제217조 참조)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성직자들은 평신도들의 사명을 인정하고 격려해야 하며(제275조 2항 참조), 하느님 백성을 위한 봉사자로서 사목 교역의 직무를 꾸준히 수행하여야 한다(제276조 참조). 또한 교우들이 합당하게 성사를 청하면 거절할 수 없으며, 복음화와 성사 받을 준비를 하도록 보살필 의무가 사목자들에게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제843조 참조). 이 규정에 따라서 사목자들은 레지오 단원들을 비롯한 신심이 깊은 신자들을 교육하여 바람직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다음에 제시하는 내용은 사목자들의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성사 집전이나 전례 행위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교회법과 전례 지침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영적 지도자인 본당 사목구 주임의 사목 지침에 따라서 ‘죽을 위험 중’에 있는 이들에게 세례 주는 방법을 정리하였다. 그러므로 레지오 단원의 모든 활동은 영적 지도자인 본당 사목구 주임의 사목 지침을 벗어나 행해서는 안 된다.

1) 교회법 규정
교회법 제850조에는 “세례는 승인된 전례서에 규정된 규칙대로 집전한다. 다만 긴급히 필요한 경우에는 성사의 유효 요건들만 지켜도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문에서 ‘긴급히 필요한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죽을 위험 중’에 있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죽을 위험 중’에 있는 사람이 신앙의 주요 진리에 대하여 믿음을 표시하고, 어떤 모양으로든지 세례를 받을 의사를 표시하면 세례를 줄 수 있다(교회법 제865조 2항 참조). 따라서 사목 지침서 제55조와 어른입교예식서 278~282항에 따라 죽을 위험 중에 있는 자의 상태에 따라 구분해서 세례를 주어야 한다. 

2) 세례의 집전자
세례의 정규 집전자는 성직자이며(제861조 1항 참조), 비정규집전자는 교리교사, 교구 직권자에게 위임받은 이와 합당한 의향을 가진 사람이다(2항 참조). 그러므로 “영혼의 목자들 특히 본당 사목구 주임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세례 주는 방식을 배우도록 애써야 한다.”(제861조 2항). 이 규정에 따라 사목구 주임은 신심이 두터운 이들, 특히 레지오 단원 같은 교우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죽을 위험 중의 세례’를 줄 수 있도록 비정규집전자로 양성해야 한다.

3) 비정규집전자가 세례 주는 방법
(1) 의식이 있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어른입교예식서 283~291항 참조)
가) 집전자는 병자의 가족들과 인사한 뒤, 병자의 청이 무엇인지 듣는다.
나) 먼저 세례받을 의사를 확인한다. 그리고 성체성사에 대한 교리를 포함한 기본교리(하느님 존재, 삼위일체, 강생구속, 상선벌악 등)를 설명한다. 이어서 믿음을 확인하고 지난날의 죄를 뉘우치도록 인도한다. 
다) 집전자는 병자의 가족이나 친지 그리고 교우 중에 대부모와 증인을 선택한다. 그리고 축복한 세례수가 아니라도 물(자연수)을 준비한다. 
라) 어른입교예식서 283~291항에 따라 세례를 준다. 본당에서는 레지오 단원들이 항상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예식의 순서를 ‘리플릿’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마)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앙 고백이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신앙을 고백하지 않으면 세례를 주어서는 안 된다. 신앙 고백 없는 세례는 있을 수 없다.

(2) 의식은 있으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 때
가) 집전자는 대부모와 증인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중요한 4대 교리를 간략하게 설명한 뒤 신앙 고백과 세례 수락 의사를 확인한다. 
나) 집전자는 “나는 성부와(물을 첫 번째 부으며) 성자와(물을 두 번째 부으며) 성령의 이름으로(물을 세 번째 부으며) (아무)에게 세례를 줍니다.”
다) 집전자는 감사 인사를 한 뒤, 기도나 기타 자유 기도로 예식을 마친다.

(3) 의식이 없을 때
가) 평소에 신앙생활을 하고자 하는 마음과 죄를 뉘우치는 마음을 추정할 수 있으면 조건부로 세례를 준다.
나) 조건부 세례는 “당신이 받을 만하면, 나는 성부와(물을 첫 번째 부으며) 성자와(물을 두 번째 부으며) 성령의 이름으로(물을 세 번째 부으며) (아무)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하면 된다. 
다) 집전자는 함께한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에 기도나 기타 자유 기도로 예식을 마친다.

4) 집전자인 레지오 단원이 유념해야 할 사항
(1) 집전자는 가족이 신자가 아닐 경우도 있으니, 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2) 장소가 병원일 경우에는 병원 지침에 따라야 한다.
(3) 집전자는 세례를 주고 난 뒤에 가족들을 위로한다.
(4) 세례에 관한 사실을 주어진 양식에 따라 기록하여 본당 사무실에 제출하고, 사목구 주임에게도 알린다.
(5) 세례받은 자가 위독하거나 사망하였으면, 본당 사무실로 연락하여 장례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한다.
(6) 레지오 단원은 단지 활동보고를 위해 세례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
(7) 레지오 단원들은 영적 지도자인 본당 사목구 주임의 사목 지침이 레지오 마리에 교본보다 우선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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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세(代洗)라는 용어의 잘못된 사용을 「임종 세례」라는 용어로 바로 잡았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교회법 위원회에서는 오랜 논의 끝에 교회법 조문에 따라 ‘죽을 위험 중의 세례’로 정리하였다. 주교회의에서는 2023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이 용어를 확정 승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