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10시부터 11시까지 요양병원 환자 봉사자날로 정하여 방문합니다. 방문하기 전 성당에 들어가 성체 앞에서 오늘 만나게 될 환자분들 얼굴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주님께 말씀드리고 활동 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들어갑니다.
화요일마다 손꼽아 기다리시는 118호 유 발바라 할머니는 항상 반가운 미소와 손을 흔들며 저를 반기십니다. 머리 위에는 묵주가 있고, 큰소리로 또박또박 주님의 기도를 큰소리로 외우시며 방문할 때마다 감동을 주는 분입니다.
수년 동안 하체는 침대에서 움직일 수 없지만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긍정적인 말씀이 존경스럽고, 나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미래의 나를 떠올립니다. 오랜 병원 생활에 계절의 변화도, 가족들의 이름도, 고향도 가물가물하십니다.
병실은 혼자 떠드는 TV 소리, 병실의 높은 천장, 고통 속에 신음하시는 환자분들, 방문할 때마다 한 분 한 분 하느님 앞으로 떠나시는 모습에 가슴이 멍해지며, 슬픈 마음으로 병원을 나옵니다. 112호에 입원하신 이 소화데레사는 30대에 병원에 들어와 현재 52세로, 온몸이 마비되어 꼼짝 못 하시는 자매인데 몸은 움직일 수 없지만 표정은 천사 같습니다. 말은 못하지만 눈짓으로 표현하며, 그 영혼은 맑고 정말 주님과 함께 꽃놀이하는 표정입니다.
3시 자비의 기도 시간에는 거동하실 수 있는 할머니들이 휠체어를 타고 간병인들의 도움을 받아 만남의 장으로 모이십니다. 학생 때에 노래를 잘 부르시던 할머니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고향 생각, 섬집 아기, 오빠 생각 등 많은 동요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젊었을 때 성가대, 학교 선생님 등을 하신 분들의 다양한 재주와 끼가 몸에서 드러납니다. 그 시간엔 저도 덩달아 즐겁고 행복합니다. 요양병원 원장 유 세례자 요한 신부님의 격려 말씀과 강복은 힘과 용기를 주십니다.
어느덧 가족을 떠나 미리내 실버타운에 들어온 지 2년이 됩니다. 때로는 공동체에서 상처도 받고 대수롭지 않은 것에 오해도 있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순례의 여정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성모님께 의지할 레지오가 있고, 답답할 때 큰 소리로 부를 수 있는 실버은빛성가대, 서툴지만 취미로 피아노도 칠 수 있고, 언제나 투정 부릴 수 있는 매일 미사, 성체 모심, 이 모든 것이 감사의 장이라 생각합니다. 남은 생애 하느님 안에서 삶을 이어 주님께 갈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