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8월 13일, 세례와 함께 청년 레지오에 입단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하느님과 성모님께 인도한 바다의 별 Pr. 이날만큼은 날짜를 잊어버릴 수가 없는 하루였다. 세례식이 끝나자마자 나를 바로 데려갔으니 말입니다.
단원이 없다 보니 1000차 주회가 넘는 아주 오래된 쁘레시디움에서 회계부터 단장까지 하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여러 간부를 하며 2000차 주회합까지 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로 인해 쁘레시디움이 없어지고 자연스레 냉담하게 되면서 2008년 결혼할 때까지 심하게 방황하여 다시는 성당엘 다닐 수 없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07년 혼배성사를 준비하며 성당을 다시 찾게 되어, 자연스레 딸과 아들이 유아세례를 받고, 결혼 6년 만에 남편도 세례를 받고 견진성사도 받아 일사천리가 무슨 말인지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농사로 인하여 다시 찾아온 냉담! 그럴싸한 핑계지만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상태여서 막연하게 다시는 성당을 갈 수 없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기적처럼 우리 가정에도 다시금 신앙의 빛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이사할 때마다 꼬박꼬박 교적을 옮기곤 하였는데 2021년 8월 어느 주일날 부여 규암성당에서 아이들 첫영성체 교리교육을 받고 첫영성체를 하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하우스에서 일하다 말고 아이들을 준비시켜 부랴부랴 갔는데 우리 아이들 포함해서 너무나 예쁜 천사 6명이 함께했습니다. 한 달을 준비해서 아이들이 첫영성체를 할 때 그제야 저희 부부도 고해성사를 보고 함께 주일미사도 참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저의 기도가 모자란 듯 남편은 농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다시 냉담하고, 저와 아이들만 아빠를 위해서 열심히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농사일이 바쁘지 않을 때는 매일 미사에 참례하면서 아이들 아빠를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고 성가정을 이루도록 주님과 성모님께 항상 기도하며 매달렸습니다.
2021년 8월부터 3~4개월 미사 참례를 하다 보니 어느 예쁜 자매님께서 그 주 금요일 오전 미사 독서가 속된 말로 빵구가 났다며 저에게 한번 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은 전례 분과장님이셨습니다. 루카복음 1장 38절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 말씀대로 성모님처럼 순명하자 하고 바로 “네”라고 대답은 했지만 그 순간부터 떨리고, 사람들 앞에 잘 서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읽고 또 읽고, 얼마나 읽었던지 남편이 “그러다 외우겠다” 그러더군요. 아무런 경험도 없이 읽고 또 읽기만 하고 올라가서 하느님 말씀을 전달했으니 잘했을 리 만무하겠지요.
이날만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지만 땜빵 이후 매주 금요일 미사 독서 봉사를 하며 아이들 아빠가 냉담을 풀고 성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매일 기도하며 지냈습니다. 또다시 전례분과장님이 레지오에 들어오라고 하시고, 한 분 두 분 자매님들도 레지오에 들어오라고 자꾸 권하시는데 쉽게 대답을 못 했습니다.
첫째로 뼈아픈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들어가게 되면 교본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요. 농사일하면서 활동도 제대로 못 할 것이고, 낮에 회합은 안 될 것 같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제 가슴 깊숙이 끓어오르던 나의 신앙의 첫걸음 레지오 마리애! 항상 제 가슴에 돌덩어리처럼 응어리로 남아 있었던 레지오 마리애!
1년을 버티다 23년 11월에 입단하면서 아이들 아빠가 냉담을 풀고 성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더더욱 성모님께 매달렸더니 정말 기적적으로 그해 대림시기 마지막 주간 주일미사에서 신부님께서 그날은 성사를 주시는 날이 아닌데도 흔쾌히 성사를 주셔서 냉담을 풀고 성가정을 이룰 수 있게 됐습니다.
성모님의 신비를 생각하면 저 때문에 아이들 아빠의 냉담이 길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부터 레지오를 권면했을 때 바로 “네” 하고 순명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또한 주님과 성모님께서 다 계획하신 일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열심히 건강한 성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더더욱 열심히 봉사하고 기도하며 살겠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성모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