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는 하루가 천년 같고
서정기 바오로 의정부교구 마두동성당 그리스도의 어머니 Pr.

최근 바티칸의 성 베드로성당에 대한 유튜브를 보고 성 베드로성당의 돔 천장 바로 아래 지하에 베드로 성인의 시신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던 어부였던 시몬이 예수님으로부터 베드로라는 이름을 받으시고, 예수님과 공생활을 함께하시고,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전도 여행을 하다 로마의 한 언덕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셨습니다. 그 베드로 성인의 무덤에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부터 성 베드로성당이 세워지게 되었고, 당시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에 의해 수많이 명작이 성당에 만들어졌습니다. 베드로 성인의 시신이 근대에 와서야 발굴되었고 증명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조금 깊게 생각해 보면 어부에서 예수님의 수석 사도로 천국의 열쇠까지 주님으로부터 받고, 그 멀고 먼 전도 여행과 로마제국의 극심한 탄압을 견디어 내며 로마에서 순교하신 것이 과연 성령의 도움이 없이 가능했겠나 생각해 봅니다. 성 베드로성당의 건축 과정에서 종교개혁과 같은 부작용도 있었지만, 주님 승천 이후 1400여 년이 지나 성당이 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성탄 수요특강에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성상의 제작과정과 성 베드로성당에 안치되는 과정을 한진섭 조각가에게서 직접 듣게 되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일생을 인간적인 잣대로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10대에 고향을 떠나 멀고 먼 마카오에 유학 가서 신품성사를 받고 귀국하여 채 1년도 안 되어 순교하셨습니다. 그러한 김대건 신부님의 성상이 200여 년이 지난 후에 만들어져 성 베드로성당의 좋은 위치에 마치 여기는 ‘내 자리이다’ 라듯이 스르륵 뒷걸음치듯 단번에 들어갔다 합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우디가 세우기 시작한 성가정성당의 한쪽 면 스테인드글라스 제일 하단에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이름이 새겨있는 것을 보고 감동한 적이 있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옥중 서간을 보면 20대 청년의 글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이가 있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보면서 주님 눈에는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과 같다는 성경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면서 사도신경의 기도문이 떠오릅니다.
성령을 믿으며, 거룩하고 공번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