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 드리는 편지
연경덕 다니엘 청주교구 성화동성당 하늘의 문 Pr.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들을 낳고 사랑으로 키우고, 그 아들이 세상을 구하고 만인의 죄를 씻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할 때도 말없이 속으로만 울었을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저 역시 자식을 낳고 키우고 믿고 사랑합니다. 하지만 당신과 달리 그 사랑의 대가로 내가 원하는 길만을 걷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소리도 지르고, 매를 들었습니다. 모든 것은 사랑이라는 나만의 위안을 앞세워 폭언과 폭력은 미화되었고, 나 자신에게 한없이 정당했습니다.
결국, 그런 나의 행동은 자식에게 상상의 날개를 스스로 잘라내는 고통을 주었고, 자식의 눈을 가린 채 끌고 가 두려움과 절망만이 가득한 길 위에 우두커니 서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 자식은 얼마나 상처를 입었을까요. 결국 저와 자식은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 위에 서서 서로를 향한 들리지도 않는 외침과 손사래로 허공을 채웠습니다.
당신이 아들에게 주었던 믿음과 사랑을 알기 전에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당신은 자식에게 물질의 부족함에도 작은 것으로 기뻐할 수 있는 편안함을 만들어 주었고, 마음의 여유와 위안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 여유와 편안함은 자식이 타인에게 아낌없이 베풀 수 있는 사랑을 만들어 주셨고, 결국 당신의 아들은 그 큰 사랑의 구심점이 되어 세상을 구하시는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배웁니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기도를 담아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항상 믿음이 부족하여 당신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믿음을 지탱할 용기를 달라고 부탁의 기도를 올리길 무한 반복합니다.
그럴 때면 가만히 흔들리는 나의 머리 위에 온기 가득한 작은 손을 얻어 주실 때가 있습니다. 전 그것이면 됩니다. 어디에 당신이 있든 그 온기 가득한 손이 절 어루만져 주시면 됩니다. 
겨울이면 햇살과 함께 온기로 어루만져 주시고, 봄이면 꽃향기와 함께 숨이 되어 어루만져 주시고, 여름이면 바람으로 살며시 머릿결 올려주시고, 가을이면 낙엽으로 살포시 땅에 내려앉으며 어루만져 주십니다. 당신이 늘 곁에 있음을 느끼고 봅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기도하고 편지를 쓰고 사계절 내내 당신에게 기대려 합니다. 
기도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닮기 위한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지탱할 용기를 달라고 편지를 씁니다. 이 편지가 감히 하늘에 닿을 편지임을 믿고 씁니다. 
당신이 주신 작은 깨달음에 주저앉아 고개를 들 수 없는 미약한 제가 어찌 당신의 더 큰 사랑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주시는 대로 받으려 합니다. 주시는 은총을 받아 그렇게 살아가렵니다.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없고, 제가 받을 사랑 역시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기에 이렇게 기도의 편지를 올립니다.
당신이 있어 난 더 깨닫고, 좀 더 하늘에 가까이 닿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