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혼인 생활의 위기와 파국에 관한
교회의 사목적 배려와 태도
정희완 사도요한 신부 안동교구

파경과 이혼 이후의 사목적 동행
가톨릭교회는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강조합니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9)라는 성경 말씀을 혼인성사에서 우리는 자주 듣습니다. 가톨릭 신앙인들에게 ‘이혼’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금기어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역시 단호하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혼은 나쁜 일이며, 이혼의 증가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사랑의 기쁨’, 246항). 교회는 분명 이혼을 반대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결혼 생활의 위기와 파국을 쉽게 목격합니다. 이러한 이혼의 현실에 대해서 오늘날 교회는 단순히 단죄하는 방식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사목적 관심과 배려의 태도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혼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혼인 생활이 절박한 위기에 처했을 때 일종의 최후 수단으로 별거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혼인 생활에서 “배우자의 지나친 요구”, “심각한 불의나 폭력”, “만성화된 무례함”이 발생한다면 별거가 필요합니다(241항). 하지만 “별거는 화해를 위한 모든 타당한 시도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확인된 연후에 최후의 수단으로만 고려될”(241항)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교회는 자발적 이혼은 단호하게 반대하지만 “부당한 별거나 이혼을 당하거나 버림을 받은 이들, 또는 배우자의 학대로 함께 살 수 없게 된 이들의 고통”(242항)에 대한 사목적 식별과 이해와 배려의 태도를 강조합니다.

혼인 위기 당사자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들
혼인의 위기와 파국을 맞이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사목적 배려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① 교구 차원의 특별 상담 센터를 세워 혼인 생활의 화해와 중재를 위한 사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242항). “별거한 이들이나 위기에 처한 부부들에게 가정 사목과 관련된 정보와 상담과 중재의 봉사를 제공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244항). ② “이혼하고 나서 재혼하지 않은 이들은 성찬례 때에 그들의 삶의 형태를 지탱해 주는 양식을 찾도록 격려받아야 됩니다”(242항). 이들은 “혼인의 신의를 증언하는”(242항)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③ “이혼하고 새로운 결합을 맺은 이들이 여전히 교회에 속해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들을 파문당한 것처럼 대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언제나 교회 공동체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 그들을 돌본다고 해서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신앙과 혼인의 불가해소성에 대한 증언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사랑이 드러나게 됩니다”(243항). ④ “혼인 무효 선언 소송이 더 편리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가능하다면 무료로 진행될 필요성”(244항)이 있습니다.

파경과 이혼 가정의 자녀 문제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관심과 배려
부부의 위기와 파경은 자녀들의 정서와 교육에 심각한 영향을 끼칩니다. “교회는 부부가 겪어야만 하는 갈등의 상황을 이해는 하지만, 가장 취약한 이들, 곧 종종 침묵 속에서 고통받는 자녀들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일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246항). “교회는 이러한 비극적인 경험을 겪고 있는 자녀들을 환대하는 친절한 얼굴을 그 자녀들에게 보여 주어야 합니다”(246항). 교회는 위기의 부부들에게 호소합니다. “다른 모든 고려에 앞서 자녀의 행복이 여러분의 주된 관심사가 되어야”(245항) 한다고 말입니다. 더 나아가 “자녀들은 부모가 함께 살지는 않을지라도, 그들의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하여 좋게 말하고 아버지가 어머니에 대하여 좋게 말하는 것을 들으며 자라야”(245항)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혼종혼, 동성애 성향의 자녀 문제
가톨릭 신자와 다른 교단의 세례 신자와의 혼인은 특별한 관심을 필요로 합니다. 교회는 먼저 모든 이의 종교의 자유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강조합니다(248항). 혼종혼은 그리스도인 정체성과 자녀의 신앙 교육과 관련하여 특별한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교회는 솔직하게 시인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과 도전에도 불구하고 “타종교 혼인은 일상의 삶에서 종교간 대화가 이루어지는 특별한 자리가”(248항) 될 수 있습니다. 
가족들 가운데 동성애 성향을 지닌 이가 있는 가정은 많은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부모에게나 자녀에게나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원칙적으로 교회는 “동성애자들의 결합을 어떤 식으로든 혼인과 가정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과 유사하거나 조금이라도 비슷하다고 여길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251항)라고 천명합니다. 하지만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이들을 향한 부당한 차별과 모든 형태의 공격과 폭력에 대해 교회는 단호하게 반대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모든 이가 자신의 성적 성향에 관계없이 그 존엄을 존중받고 사려 깊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250항) 교회는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모든 사람을 예외 없이 사랑하시는 주 예수님께 맞갖은 자세”를 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250항).

가족 구성원의 죽음 문제
“때때로 가정의 삶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도전을 받습니다”(253항). 배우자를 잃어버린 이들의 고통과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이 있는 가정에 대해 교회는 특별한 사목적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야 합니다(254항).
죽은 이에 대한 애도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애도가 집착으로 나아가서는 안 됩니다. “죽은 이를 늘 생각하고 언급하는 것이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지금 저세상에 있는 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거에 집착하는 것입니다”(255항). 우리는 부활의 신앙을 고백합니다. “죽은 이들이 완전히 사라져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면 위안이 되고, 신앙은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절대로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신다는 확신을 줍니다”(256항). “세상을 떠난,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입니다”(257항).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이 지상에서 더욱 잘 살수록 하늘나라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행복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258항). 결국,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앞에서 신앙인이 가져야 할 태도는 건강한 애도와 기도, 지상의 삶을 더욱 성실하게 살아내는 일일 것입니다.

혼인과 가정의 위기와 파국의 상황에서 교회가 수행하는 모든 사목적 배려와 태도는 “사랑을 강화하고 상처의 치유를 도와주는”(246항)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