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 발현과 레지오
포르투갈 파티마(1917년)③
최하경 대건안드레아 서울대교구 도곡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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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티마 성모님이 레지오 마리애에게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
성모님은 1917년 10월 13일 파티마에서의 마지막 발현에서 “나는 묵주기도의 모후이다”라고 당신의 신분을 밝히신 다음에 거룩한 묵주기도를 매일 열심히 바치라고 하셨다. 성모님의 말씀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묵주기도를 바치는 가톨릭 신자들이 이전보다 휠씬 많아졌다. 4년 후 1921년 9월 7일 레지오 마리애의 첫 주회합에서 시작기도 후에 묵주기도를 바치게 되었다. 첫 주회합은 빈첸시오회의 월례회의 진행과 거의 유사했지만 묵주기도를 바치는 것이 새로이 포함된 것이다. 이후 묵주기도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신심행위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지금도 레지오 단원들이 주회합때는 물론이고 거의 날마다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이는 파티마 묵주기도 성모님의 메시지가 그대로 레지오 마리애 단원의 신앙생활에 반영된 영적인 결실로 볼 수 있다.
성모님은 1917년 6월 13일 파티마에서의 두 번째 발현에서도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셨는데 바로 “이 세상 사람들이 나를 알고 나를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라는 주체는 성모님이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다시 한번 성모님이 말씀하신 내용 전체를 그대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세상 사람들이 나를 알고 나를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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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레지오 마리애 단원은 주님이 원하시는 일, 더군다나 그 일이 성모님과 관련된 일이라면 마땅히 그대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성모님을 제대로 알고 또한 다른 사람에게 성모님을 알리는 일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성모님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성모 신심이란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신심을 다른 쉬운 말로 풀어본다면 바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성모 신심을 성모 사랑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역으로 성모님에 대한 사랑을 성모 신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성모님을 사랑하기 위해서 우리는 성모 신심을 실천하면 된다. 그리고 성모님을 알고 알리는 일, 성모 신심을 실천하는 일은 이미 우리 레지오 마리애 교본 43쪽의 6. ‘성모님을 알리자’와 교본 63쪽의 5.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을 실천해야 한다.’에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파티마 성모님의 메시지가 그대로 우리 레지오 마리애의 교본에 반영되어 있는 것은 이 메시지가 우리 레지오 단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2) 성모님을 알리자(교본 43쪽)
20240821141518_321440882.jpg교본 제5장 레지오 신심의 개요 중 제6절 ‘성모님을 알리자’에 대해서는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1월호 ‘성모님 발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에서도 설명이 되었기에 여기서는 중요한 부분만을 다시 확인한다.
영국인 프레드릭 윌리엄 페이버 신부는 선종하기 1년 전 1862년에 몽포르의 루도비코 마리아 성인이 저술한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을 영어로 번역하였고, 머리말에서 ‘오! 성모님을 알기만 한다면’(Oh, if Mary were but known)을 여러 번 사용하면서 성모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성모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에 결국 그 영혼들에게 슬픈 결과를 낳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성모님을 알기만 한다면 우리의 신앙은 더 훌륭해지며, 우리는 더 행복해지고, 우리는 더 거룩해져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기술하였다. 페이버 신부는 성모님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우리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는지를 아주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프랭크 더프는 레지오 교본을 만들면서 페이버 신부가 사용하였던 ‘Oh, if Mary were but known’을 제5장 6절의 제목으로 가져왔는데 한국에서는 ‘성모님을 알리자’로 번역되었다.

3) 레지오 단원들은 루도비코 마리아 성인의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을 실천해야 한다.(교본 63쪽)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6년 9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프랑스로 사도적 순방을 떠났고, 순방 첫날 교황은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생로랑 쉬르 세브르라는 마을을 먼저 찾았다. 교황은 76세로 몸이 노쇠하여 헬리콥터까지 동원하면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을 순방한 것이다. 생로랑 쉬르 세브르에는 마을 규모에 맞지 않게 매우 큰 대성당이 있다. 이 대성당에는 1716년 43세에 선종한 몽포르의 루도비코 마리아 성인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그는 성모님에 대한 설교가로서 명성을 떨쳤으며, 교황 클레멘스 11세에 의해 교황 파견 선교사로 임명되어 활동했고, 선종하기 직전에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The True Devotion to The Blessed Virgin)’이라는 책자를 저술하였다. 신심으로 번역된 Devotion은 자기 자신을 헌신, 봉헌한다는 뜻으로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이란 성모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며 성모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책에서 성모 신심을 실천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우리가 성모님을 공경하는 것은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예수 그리스도께로 더욱 온전히 나아가기 위함이라고 하면서 성 보나벤투라의 “그리스도께로 가는 길은 성모님께 가까이 가는 것이다”를 인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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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비오 11세, 비오 12세, 요한 23세는 이 책에 나오는 성모 신심을 직접 실천했으며, 특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신학생 시절부터 이 책을 지니고 다니면서 애독하였고, 몸소 성모 신심을 실천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는 몽포르의 루도비코 성인의 교리를 오랫동안 공부하였고 매우 좋아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성인의 가르침을 따라 나의 사목 모토를 그의 책에서 찾아내 Totus Tuus(나의 모든 것이 당신의 것)로 정하였다.” 교황은 자신을 상징하는 교황 문장에도 Totus tuus를 새겨 넣고 평생을 성모님께 의탁하였다. 이런 이유로 교황은 루도비코 마리아 성인의 유해가 있는 작은 마을을 최우선으로 찾아가게 된 것이다. 교황은 그의 석관 앞에서 오랫동안 기도하였고 자신의 교황 문장을 남겨 놓았다.

4) 푸른 군대(Blue Army)
1946년 미국의 존 해퍼트 기자는 포르투갈 포르토의 도로테아 수녀원에 있는 파티마 성모님의 시현자인 루치아 수녀를 찾아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공산주의가 회개하고 세계 평화를 가져오기20240821141612_160652157.jpg 위하여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며, 성모님은 무엇을 원하십니까”라고 물었고, 루치아 수녀는 “매일 자신의 모든 의무를 성모님께 봉헌하고 그 봉헌을 생활화하는 것입니다”라고 답하였다. 존은 즉시 루치아 수녀의 도움과 스페인 레이리아 주교의 승낙을 얻어 푸른 군대(Blue Army)를 창설하였다. 푸른 군대는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이라고도 불리며 파티마 성모님의 메시지에 따라 매일 성모님께 모든 의무를 봉헌하며, 세상에 성모님을 알리고 세상 사람들이 성모님을 사랑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푸른 군대의 한국 본부에서는 1967년 12월에 몽포르의 루도비코 마리아 성인의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출간했다.

<사진 설명(위로부터)>
- 프랑스의 생로랑 쉬르 세브르에 있는 몽포르의 루도비코 마리아 대성당
- 대성당 내 경당에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순방과 관련한 성물. 하단에 교황의 얼굴 사진, 그 위에 교황 문장, 좌측에 교황이 앉았던 의자, 우측에 교황의 성상이 있다.(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황 문장. 상단에 Totus tuus(나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중),
   대성당 내부의 루도비코 마리아 성인의 석관 앞에서 기도하시는 교황(우)
- 몽포르의 루도비코 마리아 성인의 생가
- 생가 마당에는 야외 미사를 할 수 있는 제대와 성인의 성상이 있다.(좌) 생가의 내부(과거의 거실). 제대가 설치되어 미사를 집전할 수 있다.(우)
- 푸른 군대의 한국 본부에서 한국어로 번역한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