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터전-의정부교구 참회와 속죄의 성당 민족화해센터
민족 화해와 통일을
기도하는 공간
강기상 스테파노 의정부 Re.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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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최서북단 접경지역 임진강 하구 북한지역과 맞닿아 있는 곳에 이름도 독특한 ‘참회와 속죄의 성당 민족화해센터’가 있다. 의정부교구 소속 성당으로 ‘통일의 장’, ‘화합과 평화의 장’, ‘전통 계승의 장’이라는 목적을 갖고 설립되었다. 
참회와 속죄라는 명칭에서 느낄 수 있듯이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눴던 것을 참회하고 속죄하자는 의미로 고 김수환 추기경께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으로 2008년 성당이 완공되었고, 2014년 ‘민족화해센터’가 완공되었으며, 2018년 6월 25일 당시 의정부 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는 참회와 속죄의 성당을 ‘북한지역의 순교자 기념 순례지’로 선포했다. 
평화와 화합의 목적을 지닌 만큼 성당 곳곳엔 북한지역과 밀접한 흔적들이 많이 묻어있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 외형은 한식 기와와 나무 구조로 평안북도 신의주 진사동성당의 외형을, 성당 내부는 함경남도 덕원 성 베네딕도 수도원 대성전을 토대로 재현하였다. 민족화해센터는 평양 외곽 서포 메리놀선교회 본부건물의 형태를 본떠 설계되었다.
참고로 평안북도 신의주시 진사동성당은 지상 1층에 한식 기와와 나무 구조, 일부 서양식 벽돌 외장을 써서 지은 중층 구조의 교회 건축, 붉은 벽돌 구조 성당이면서 2층의 한옥 지붕을 둔 한․양 절충식 교회 건축으로도 유명했으며, 20세기 초 평양교구의 대표적 교회 건축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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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작가가 함께 작업한 유리 모자이크화
20240821144717_980879107.jpg성당에 들어서면 중앙 전면에 남한 성당에서는 보기 드문 화려한 유리 모자이크화가 펼쳐진다. 이 유리 모자이크화는 서울대교구 장긍선 예로니모 신부가 그린 밑그림으로 평양 만수대 창작사 작가 7명이 제작하였고, 북한의 원산 유리공장에서 제작한 재료를 갖고 중국 단둥에서 40일간 작업해 이곳으로 옮겨, 남한 미술가들이 5개월에 걸쳐 작업을 했다고 한다.
중앙에는 천사들에 둘러싸여 옥좌에 앉아계신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평화의 복음을 들고 계시며, 그 좌우에 103위 성인들을 배치하였다. 예수님 왼편에는 평양 출신 유정률 베드로 성인, 정하상 바오로 성인, 성 김대건 신부님과 유대철 베드로 성인을, 예수님 오른편에는 황해도 출신의 우세영 알렉시오 성인과 고순이 바르바라․김효주 아녜스․김효임 골롬바 성녀를 배치하였다. 
유대철 베드로 성인 발치에는 순교를 상징하는 빨마가지를, 효주 아녜스와 효임 골롬바 발치에는 동정을 의미하는 백합을 그렸다. 이렇듯 이 유리 모자이크화에는 남북한 예술가들이 화합과 통일을 염원하며 만든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성당 제대 한편에는 2021년 이기헌 베드로 주교에 의해 거행된 유해 안치식을 통해 평양교구 진남포성당 출신 고 양덕배 신부 지인의 가족이 모셔 왔던,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DMZ 평화의 길’ 개최해 평화와 통일 공감대 확산
성당 옆으로 내려가면 민족화해센터로 이어진다. 센터 2층은 평화 순례자 갤러리 공간으로 평화 통일 관련 주제의 다양한 형태20240821144747_454981491.jpg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민족화해센터는 ‘DMZ 평화의 길’을 운영하는데, 2013년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처음 개최된 후, 매년 열리는 순례 행사다. 현장 체험으로 평화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통일 역량을 기르고, 세계적 생태계 보물창고인 DMZ를 통해 평화·역사·생태적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이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은 2013년 3월 2일부터 ‘민족 화해 일치를 위한 토요기도회’를 시작했다. 토요기도회는 온갖 감시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1982년 9월부터 시작된 옛 동독의 라이프치히에서 진행된 ‘월요기도회’를 본보기로 마련되었는데, 지금도 매주 100명 넘는 이들이 꾸준히 모여 기도한다.
성미술을 통해서 남북통일과 민족 화해 일치를 지향하는 동시에 옛 북녘 교회의 순교자들까지 기억하는 의미 있는 장소인 ‘참회와 속죄의’성당 민족화해센터’를 둘러보면서 독특한 건축양식에 압도되고, 성당 내부의 남북한 예술인들의 예술품 전시회를 다녀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당 근처 통일동산 관광특구 내에는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와 예술가 300여 명이 공동체 마을을 이룬 ‘헤이리 마을’이 있다.
<사진설명(위로부터)>
- 참회와 속죄의 성당 민족화해센터
- 참회와 속죄의 성당(좌) 신의주 진사동성당(우)
   참회와 속죄의 성당 내부(좌) 덕원 성 베네딕도수도회 성당 내부(우)
   민족화해센터(좌) 평양 서포 메리놀회 본부(우)
- 유리 모자이크화
- 성 김대건 신부 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