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의 신심 단체 활동에서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형식적인 활동, 배타적인 태도, 회원의 영적 성장에 기여 부족, 실천의 부족 또는 결여 등입니다.”
대전교구는 시노드 중에 하느님 백성인 사제, 수도자, 평신도에게 본당 신심 단체 활동의 개선점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하였습니다. 위의 답 중에 ‘형식적인 활동’과 ‘배타적인 활동’은 사제, 수도자, 평신도 모두에게서 50% 이상의 응답이 나올 정도로 가장 중요한 개선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본당은 우선적으로 신앙 중심의 공동체가 되어야 하고, 신심 단체는 인간 중심의 친목 단체에서 주님 중심의 친교 단체가 되어야 함을 깨닫게 되었는데, 지금 우리는 얼마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까?
영적 세속성의 위험과 경계 – 신앙과 신심의 조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복음의 기쁨’에서 ‘영적 세속성은 안 된다’(93~97항)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영적 세속성은 외적으로는 신앙적이고 교회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인간적인 이익과 영광, 개인과 집단의 안녕만을 추구하는 교묘한 모습을 보이며, 영지주의로 유혹하고, 자기 우월성의 사고로 흘러가면서 더욱 강화된다고 하셨습니다. 교황님의 가장 큰 우려는 영적 세속성이 주님과 이웃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과 참다운 복음화의 힘을 잃게 만들어, 그리스도인의 사명과 실천을 잊게 하고 하느님이 없는 종교적 겉치레만 남게 하여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시간은 교회 안에 스며들어 있던 영적 세속성의 위험에 경종을 울려주었습니다. 하느님이 없거나 신앙이 가려져 있는 껍데기뿐인 영성과 사목의 현실에서 성령의 도우심으로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사명 실천을 우선시해야 함을 일깨워 주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신심’(devotio, 信心)이란 하느님 신앙으로 향하고 일치하기 위한 인간의 마음 자세와 표현을 의미합니다. 올바른 신심은 하느님의 자녀가 세속에 물들지 않고 하느님을 경외하며 이웃과 세상을 돌보고 복음적인 사랑을 나누는 보편 사제직의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신심
한국 천주교회는 사제가 아닌 평신도와 서적으로 하느님 신앙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제가 없거나 박해를 받던 시절의 교우들은 교리서와 성인전을 읽고 성모님과 성인들께 전구하며, 성모 신심, 순교 신심, 성물 신심 등을 확산시켜 나갔습니다. 사제들이 입국하면서부터는 전례와 성사의 은총을 체험하며 신심생활도 사목적인 지도와 배려 속에 체계화되고 발전하였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미사가 보편화되면서 성체 신심이 활성화되고 선교와 애덕을 실천하기 위해 사회복지와 위령회 등의 비중도 증가하였습니다. 특히 1950년대에 한국 천주교회에 들어온 레지오 마리애 신심과 사도직 활동은 본당 안에서 선교, 사회복지, 그 밖의 사목 등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레지오 마리애 신심 - 신앙생활 쇄신의 모범이 되길!
요한 23세 교황님은 레지오 마리애가 가톨릭교회의 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레지오 마리애는 성삼위의 구원 사업에 겸손과 순명으로 협력하신 성모님을 본받는 가톨릭교회의 대표적인 성모 신심 단체입니다. 그래서 레지오 마리애 단원은 우선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은총이 전달되는 전례와 성사 생활에 충실해야 하고, 신심과 기도의 원천인 주님 말씀도 꾸준히 읽고 되새기며 기도 생활에도 성실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신심에 형제애를, 형제애에 사랑을 더하십시오”(2베드 1,7)라는 말씀대로, 주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사도직 활동으로 잘 실천해야 합니다.
“평신도의 신앙생활에서 쇄신이 필요한 측면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교회 생활에 소극적인 참여, 낮은 공동체 의식, 신앙과 사회생활의 불일치, 수동적인 신앙생활 등입니다.”
대전교구 시노드의 설문 조사를 볼 때, 하느님의 자녀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해 나갈 때 신앙적인 성숙과 성화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보편 교회 안에서 레지오 마리애는 신앙과 신심의 균형 속에 기도와 활동이 조화된 신심 단체라고 평가받아 왔습니다. 신심의 토대 위에 형성되고 발전한 한국 교회 안에서도 레지오 마리애는 열심한 신앙생활과 적극적인 봉사로 교회의 구원 사업에 협조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어 왔습니다.
앞으로도 레지오 마리애가 신앙생활의 쇄신에 있어 모범적인 신심 단체가 되길 바라며, 성모님의 전구 안에서 단원들의 각성과 노력을 위해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