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엽 신부의 ‘나눔’
마음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
허영엽 마티아 신부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정진석 추기경 선교후원회 이사장

나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연령회, 작은누나가 레지오 활동을 열심히 하였기에 레지오 단원들의 열성적인 활동과 연령회의 봉사활동을 곁에서 보며 자랐다. 그분들의 공통점은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부지런히 찾아서 내 가족처럼 돌봐주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이었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작은 행동, 한마디 말들이다. 마음을 정말 감동시키는 것은 진정성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작년 가을 우연한 자리에서 MBN이 ‘한일 가왕전’을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일 감정도 좋지 않은데 두 나라에서 각각 예선을 거쳐 최종전을 벌인다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 같았고 인류애적인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다. 사실 나는 음악의 문외한이라 한국의 트로트와 일본의 엔카(演歌)의 경연이 정말 잘 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하지만 일본 가수 우타고코로 리에가 ‘어릿광대의 소네트’를 불렀을 때 난 그녀의 찐팬이 되었다. 배우다 중단한 일본어도 배우고 싶었고, 그가 정기적으로 공연한다는 도쿄의 식당에 가서 직접 노래를 듣고 싶어졌다. 이번 한일가왕전에서 예선전을 치른 가수들은 모두 엄청난 실력을 지녔다. 그런데 왜 리에의 노래는 달랐을까. 
그녀는 노래를 하기 전 인터뷰에서 “한국 여러분들에게 내 노래가 가슴안 쪽에 확실히 닿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는 수도 없이 많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가수는 드물다. 유튜브에 달린 댓글을 대충 보니 한 어르신은 자신이 죽었을 때 빈소에서 이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다. 또한 나이가 꽤 많다는 분은 평생 일본을 미워하면서 살았는데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며 가수에게 고맙다고 했다. 
내가 잘 아는 음악 관계자는 “그녀는 이미 노래에 필요한 가창력과 기교와 기술, 발성을 최고로 습득한 가수”라고 했다. 가수의 능력으로는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오히려 절제하면서 더욱더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고 마음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다. 일본어를 못하는 이들도 노래만으로 눈물을 흘리는 이유이다. 
한 전문가는 지금 저런 노래로 한국과 일본 팬들을 울리는 건 리에 씨가 일본에서 거의 30년간의 무명 생활 중에도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음악 활동을 했기 때문이라 한다. 식당을 하면서도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무대에서 정기적으로 노래하고, 계속 노력한 것이 지금의 우타고코로 리에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그녀에게 놀라운 것이 노래할 때 보여주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보는 이도 저절로 행복하게 만든다.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단어가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는 좋은 인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작은 행동, 한마디 말들
성경의 달란트의 비유에서 예수님에게 혼이 난 사람은 땅바닥에 묻었다가 그 달란트를 그대로 돌려준 사람이었다. 달란트는 하느님이 주시는 능력이다. 자신을 위해서 쓰라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쓰라는 것이다. 자신의 달란트를 잘 사용하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스스로 기쁘고 행복하다. 링컨은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했다. 전에는 편하고 정말 부드럽고 좋은 인상이었는데 어느 순간 불편하고 어색한 인상으로 변해버리는 정치인들을 볼 때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어린이에게 이다음에 크면 무엇이 되고 싶냐고 질문을 하자 “국회의원”이라 대답했다. 그 이유가 씁쓸했다. “먹고 노니까요.” 다른 아이는 한술 더 떴다. “욕도 막 하고 자기 마음대로 화도 잘 내요.”
언젠가 고 정진석 추기경님과 나누었던 엉뚱한(?) 대화가 생각난다. “추기경님도 화가 나거나 욕을 하고 싶을 때가 있으세요?” “그럼 나도 사람인데 없으려고, 일하다 보면 가끔 그런 경우가 생기지.” “그러면 어떻게 하세요?” “아주 어린 시절 철없이 친구에게 들은 욕을 집에서 했다가 어머니의 불호령을 듣고 그다음부터는 평생 욕을 하지 않았어. 노력했다는 말이 맞겠지. 선배 주교님이 가르쳐주신 것인데 화가 날 때는 일단 종이 위에다 ‘참을 인(忍)’ 자를 계속 써. 그래도 젊었을 때는 주변에 화를 낸 적이 많아.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겉으로 화를 내는 순간 상대뿐 아니라 결국 자신에게도 해를 끼치는 행동이라 느끼게 됐지. 그다음부터는 노력을 하니 조금은 줄게 되더라고.”

사랑은 시공을 초월해 인간에겐 가장 중요한 마음
평생 희망을 향해 계속 노력하는 사람,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처럼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못 믿을 직업, 욕 많이 먹는 직업을 조사하면 늘 정치인, 국회의원들이 늘 상위를 차지한다. 왜 그럴까? 단순하다. 민주주의 나라에서 정치인의 권력은 국민에 대해 봉사하라고 국민들이 일정 기간 위임한 것인데 자신의 권력처럼 사용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당리당략이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관심을 두게 되면 국민의 마음은 쏜살같이 떠나간다. 
정치에서 말은 가장 의미 있고 영향력 있는 도구이다. 솔선수범할 지도자가 아이들이 듣기도 민망한 막말이나 금방 탄로가 날 거짓말을 한다면 국민들은 실망하고 불신을 갖는다. 누구인들 그런 정치인에게 마음을 주려고 하겠는가. 격조 있고 인품이 있는 지도자들을 우리 사회가 많이 갖고 싶은 것은 나만의 소망이 아닐 것이다. 
데뷔 30년 대부분을 무명으로 보낸 ‘우타코고로 리에’의 무대는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어야 진정한 가수다’라는 당연한 상식을 깨닫게 해주었다. 사랑은 시공을 초월해 인간에겐 가장 중요한 마음이다. 레지오 단원은 특히 성모님의 자애로운 마음을 지니고 있어 행복하고 기쁘다. 그러나 어디 노래에만 한정되겠는가. 정치나 국제관계, 사업이나 군대, 방송이나 인간관계, 가정 등 모든 분야에서도 사실 마찬가지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사용했던 구호를 인용해 본다. 
“바보야, 문제는 마음을 얻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