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재 미카엘 신부는 부산교구 소속으로 1998년 사제 서품을 받고 범일성당에서 보좌 신부를 지낸 후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교의 신학을 전공했으며, 2010년부터 부산가톨릭대학교에서 교의 신학을 가르쳤고, 2018년 이후 수정성당, 서동성당에서 주임 신부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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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8주간(8월 4-10일)
성령 하느님과 성모님
본당에서 2주간의 성령 묵상회를 개최했습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날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이 첫날이었습니다. 본당 공동체는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 깊은 곳을 가득히 채우소서.”하고 성령 송가를 바치며 묵상회를 준비했지만, 성령 하느님을 어떻게 깨어 기다리고 맞이해야 하는지 막연했습니다.
그때 사도행전 1장 12-14절, 기도하는 사도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며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기다려라.”(사도 1,4)라고 말씀하셨는데, 제자들도 사실 막막하기만 했을 겁니다. 그들은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주님을 온전히 믿지 못했고, 유다인들과 로마 군인들이 두려워 불안에 떨고 있었습니다.
그때 성모님께서 제자들의 손을 잡아 주셨습니다. “그들은 모두, 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사도 1,14) 성모님께서 과연 어머니로서 제자들과 함께 머물며 그들의 마음을 북돋아 주셨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던 그들을 어루만지시고, 어떻게 성령 하느님을 맞이해야 하는지 인도해 주셨던 겁니다. 제자들은 성모님의 영적 돌봄을 받으며 비로소 기도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성모님은 당신 위로 내려오신 성령 하느님을 이미 맞이하신 분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5)하고 기도하며 성령의 능력 안에서 하느님의 아드님을 잉태하고 낳으셨습니다. 이제 성모님은 교회가 탄생하는 자리, 교회의 어머니로서 제자들과 함께 계십니다. 제자들은 어머니 마리아의 도움으로 성령 하느님을 깨어 기다렸고,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며 성령 하느님을 맞이했습니다.
본당 성령 묵상회를 시작하며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모든 것을 맡겨 드렸습니다. 과연 어머니께서 우리 모두의 마음을 북돋우시어 성령 하느님을 깨어 기다리며 기도에 전념하도록 인도해 주셨습니다. 우리 본당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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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승천 대축일, 연중 제19주간(8월 11-17일)
하늘에 오르신 성모님은 늘 우리와 함께 계셔
성모님께서 하늘에 오르셨습니다. 주님께서 당신 어머니를 하늘에 불러올리셨습니다. 온 교회가 성모님의 승천을 경축하고 기뻐합니다.
성모님은 은총의 힘을 믿으며 한 생을 사셨습니다. 동정녀로서 아드님을 잉태해야 한다는 말씀을 들을 때 신앙으로 순종했고, 아드님을 출산할 자리를 찾지 못할 때 하느님의 섭리를 믿었고,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내려갈 때 천사의 인도를 따랐습니다. 여인으로서 감당하지 못할 어려움을 끊임없이 겪었지만, 성모님은 자신의 힘이 아니라 은총의 힘을 믿으며 주님과 일치하셨습니다. 시메온은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라고 성모님께 말하며,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릴 [것입니다].”(루카 2,34-35)라고 예언했습니다. 과연 그 예언대로 성모님은 십자가 아래에 묵묵히 서서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셨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견디기 힘든 그 큰 고통을 은총의 힘으로 받아내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 제사에 온전히 참여하셨습니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당신 어머니를 잠시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수난과 죽음에서 당신과 온전히 일치한 성모님을 부활의 은총으로 가득 채우셨습니다. 그렇기에 죽음의 세력도 성모님을 이겨낼 수 없었습니다. 승천하신 주님은 당신 어머니를 천상 영광으로 부르셨습니다. 은총의 힘으로 한 생을 사신 성모님은 은총의 힘으로 주님 곁에 영원히 머무르십니다.
주님께서는 승천하시며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승천하신 주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시듯, 하늘에 오르신 성모님 또한 늘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를 돌보아 주십니다. 당신의 어머니를 우리의 어머니로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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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0주간(8월 18-24일)
천상 모후의 관을 받으신 성모님
주님께서 당신 어머니께 “천상 모후의 관을 씌우”셨습니다. 온 교회는 “모후이시며 사랑이 넘친 어머니, 우리의 생명, 기쁨, 희망이시여” 기도하며 성모님을 찬송합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며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마태 28,18)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과연 그분은 십자가의 죽음으로 아버지께 사랑의 순종을 드리며 만물을 다스릴 권한을 받으셨습니다. 주님은 굶주린 이들, 목마른 이들, 나그네, 헐벗은 이들, 병든 이들, 감옥에 갇힌 이들을 돌보고 일으켜 세우며 세상을 다스리십니다(마태 25,34-46 참조).
성모님께서 천상 모후의 관을 받으신 신비는 성모님께서 주님의 자애로운 다스림에 참여하심을 알려줍니다. 저는 특별히 병자 방문을 하면서 성모님의 현존을 깊이 느낍니다. 코로나 기간 출입할 수 없었던 요양 병원을 최근 방문하여 몇몇 어르신들께 성체를 영해 드리고 병자성사를 집전했습니다. 수년간 사목적 돌봄을 받지 못한 분들이 비로소 성체를 모셨습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하며 성체를 보여드리는데, 야윌 대로 야윈 어르신들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성체를 바라보셨습니다. 이토록 경건히 성체를 영하는 분들이 또 어디 계실까요? 병자성사를 받으신 분은 호흡도 힘든 위중한 상태였습니다. 성유를 발라 드리고 선종의 은혜를 청하며 기도했습니다. 강복을 드리고 봉사자들과 함께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하며 성모송을 바쳤습니다.
과연 성모님께서 함께 계셨습니다. 성모님께서 우리와 함께 기도하셨고, 자애로운 손길로 병자를 어루만져 주셨고, 주님의 은총으로 죽음의 고통을 이겨내게 하셨습니다. 하늘의 모후이신 성모님은 생명이신 주님을 향해 우리를 인도하는 분이십니다.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시어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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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1주간(8월 25-31일)
묵주기도와 성체성사
우리 본당은 미사 전에 항상 묵주기도를 바칩니다. 성전에서 교우들과 함께 묵주기도를 드리면 성모님의 자애로운 손길이 금새 느껴집니다. “교황님의 지향에 따라 묵주 기도를 바치겠습니다.”라는 선창자의 안내를 들으면 보편 교회와 일치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교우들과 한마음이 되어 교회와 인류의 영적 선익을 위해 날마다 기도하니 참으로 복되다 싶습니다. 저는 개인 지향도 슬쩍 올려, 이 미사를 저의 첫 미사, 유일한 미사, 마지막 미사처럼 거행하게 해주소서, 청합니다.
성모님은 과연 우리 모두의 지향을 담아 기도해 주십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하고 성모님께 인사했습니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루카 1,42)하고 인사했습니다. 성모님은 가브리엘과 엘리사벳의 찬송을 받으셨습니다. 그들의 찬송을 떠올리며 성모송을 바치면 그들과 함께 성모님을 찬송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은 우리의 찬송을 담아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루카 1,46)하며 다시 주님께 기도 하십니다. ‘찬송하며’라고 번역한 마니피캇은 ‘크게 하다’는 뜻입니다. 무한히 위대하신 주님을 어떻게 크게 한다는 걸까요? 마음속에 근심, 걱정, 원망이 있으면 주님께서 머무실 자리가 그만큼 적어집니다만,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님은 주님을 당신 안에 온전히 받아들이며 주님의 자리를 크게 하셨습니다. 성모님은 주님께 믿음과 사랑을 드렸고, 주님께서는 성모님 안에 온전히 머무셨습니다.
성체성사는 주님께서 당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시는 사랑의 성사입니다. 우리들 편에서 사랑의 응답을 드리면 성체성사 안에서 하느님과 인간의 사랑이 이루어집니다. 성모님은 오롯한 사랑으로 주님께 응답하신 분,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면 더 큰 사랑의 마음으로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성체성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묵주기도는 사랑의 신비로 인도하는 사랑의 기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