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4월, 첫영성체를 받는 딸아이가 쓴 손편지를 읽고 외짝 교우 단기 코스에 들어가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 편지에 이렇게 쓰여 있었거든요.
“아빠와 손잡고 성당 미사에 가는 게 소원이에요.”
저의 신앙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세례를 받은 뒤 바로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하여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가 의욕만 앞서 시행착오도 겪으며 힘든 과정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야 믿음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가는 신앙인의 일원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성서 100주간을 공부하며 주님을 알아 모시게 되었고, 레지오를 통하여 기도와 봉사와 신앙 실천을 알게 되었습니다.
레지오 활동은 단원들의 성화를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데 그 목적이 있고, 아울러 성모님의 깊은 겸손과 온전한 순명의 정신을 따르는데 그 미덕이 있다고 느껴 그에 따라 활동하는 단원이 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신자가 되기 전, 아는 천주교인이라고는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밖에 없어 그분의 세례명을 따라 ‘스테파노’라는 세례명을 받은 뒤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17)’, ‘사람은 믿음만으로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의롭게 됩니다(야고 2,24)’라는 말씀을 깊이 따르며 살았습니다.
쁘레시디움․꾸리아․꼬미씨움 간부를 맡아 26년 동안 봉사해 왔으며, 본당에서 사목위원도 15년간 하였는데 ‘자리’라는 것을 맡으니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소외된 분들과 노인분들, 장애인분들께 친절하게 대하며 활동하면 “구의원에 출마하려고 하느냐?”라는 가시 박힌 말을 들었던 웃픈 기억도 있네요. 그럼에도 항상 마음속에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1요한 4,16)’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그 안에서 살아왔습니다.
‘실천으로 의롭게 됩니다’ 말씀 따라 살아와
본당에서 꾸리아 단장 시절, 연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연도가 발생되면 꾸리아 간부들과 솔선수범하여 시간대별로 연도를 이끌어 갔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하루에 2~3회 연도를 드릴 때도 있었고, 연령회와 함께 교구 연도 대회에 참가하여 우승한 적도 있습니다. 또 신앙생활을 하면서 뿌듯했던 것은 대부로서의 역할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 것입니다. 대자 9명 중의 6명을 레지오 단원으로 입단시켜 각자 소속 본당에서 사목위원 및 레지오 단원 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이끌었습니다. 대자들과 신앙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도움을 주고받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썼으며, 여전히 각자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 정말 흐뭇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성당 활동을 하다 보니 주말은 거의 회합과 교육, 연수로 이어져 가족과 친구들과의 친교에 소홀함이 많아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그 시간들은 모두 주님과 성모님과 함께한 행복한 세월이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제가 속한 강남지구 정의의 거울 Co.(지도신부 홍성학 아우구스티노)은 강남 동남지구 10개 본당 12개 Cu.로 구성되어 약 900명의 단원이 활동합니다. 서울 무염시태 세나뚜스 직속 Co.으로 매월 마지막 주일 2시부터 명동 가톨릭 회관 3층 강당에서 월례회의를 하며 지방 교구 레지아와 서울대교구 동․중․서 레지아 직속 8개 꼬미씨움이 함께 활동합니다. 이곳에서의 오랜 간부 활동을 마치고 이제는 수서동성당 순교자들의 모후 Cu.(지도신부 장희동 베드로) 평화의 모후 Pr. 평단원으로 열심히 활동하고자 합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라는 구절을 좋아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바로 지금의 삶에서 실천하며 살려고 노력합니다. 주님께 감사하며 나의 현재를 인정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겠지요. 앞으로도 불평불만은 적게, 감사와 노력은 최대한으로 표현하고 행동하는 레지오 단원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또, 몇 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단원 감소와 단원 고령화의 악재를 맞아 어려움이 있지만 심기일전하여 하느님 나라 건설에 앞장서며 기도하고 선교, 봉사하는 레지오 단원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기도하고 선교, 봉사하는 레지오 단원 되기를 소망
모든 선택의 순간에서 우리는 늘 나의 입장에서 편하고 쉬운 것만을 얻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비록 어렵고 힘든 것이라도 주님의 뜻이라면 용기 있게 실천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 모습이 충실한 주님의 백성이자 성모님의 군사인 레지오 마리에의 단원이기 때문입니다. 30년 동안 한결같이 신앙생활을 유지한 것은 성모님의 전구와 이끄심으로,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은총 속에 살아온 덕분이라 여겨집니다.
마지막으로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이 하셨던 말씀이자 제가 늘 마음속에 담고 실천하고자 하는 말씀을 소개합니다.
“사랑이란,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 둘을 주고 하나를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아홉을 주고도 미처 주지 못한 하나를 안타까워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사랑을 실천하다가 균형을 잃어 흔들릴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야 더 큰 사랑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