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뭐라꼬예?
사무엘과 사울의 만남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 대구대교구

하느님 궤의 이전과 멈춘 재앙
필리스티아인들의 지역에서 재앙을 불러오던 하느님의 궤가 ‘벳 세메스’ 지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벳 세메스 사람들은 하느님의 궤를 환영했지만 그 궤를 직접 본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 또 재앙을 내리신 듯했습니다. 무려 5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던 것입니다. 애도하던 벳 세메스 사람들은 의논하였습니다. “이렇게 거룩하신 하느님이신 주님 앞에 누가 감히 나설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분을 어디로 보내어 우리에게서 떠나시게 할까?”(1사무 6,20) 
그들은 (베들레헴에서 북서쪽 10km쪽에 있는) ‘키르얏 여아림’ 주민들에게 심부름꾼을 보내어 ‘필리스티아인들이 주님의 궤를 돌려보냈으니 내려와 모시고 올라가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이에 하느님의 궤를 모시고 올라간 키르얏 여아림 사람들은 그 궤를 언덕에 있는 아비나답의 집에 옮기고서, 그의 아들 엘아자르를 성별하여 그 궤를 돌보게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궤는 그곳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회심
어느덧 2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스라엘 온 집안이 필리스티아인들의 위협 앞에서 하느님을 향해 탄식을 하자 판관으로 일하던 사무엘이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마음을 다하여 주님께 돌아오려거든, 여러분 가운데에서 낯선 신들과 아스타롯을 치워 버리시오. 여러분의 마음을 주님께만 두고 그분만을 섬기시오. 그러면 그분께서 여러분을 필리스티아인들의 손에서 빼내어 주실 것이오.”(1사무 7,3) 사무엘의 말을 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은 즉시 바알과 이스타리옷을 치워버리고 하느님만을 섬겼습니다. 그들의 회심을 본 사무엘은 백성을 미츠파로 모이게 했고 그들을 위해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들은 단식하며 자신들이 주님께 죄를 지었음을 고백했습니다. 

하느님께서 필리스티아인들을 치시다
필리스티아인들의 통치자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이 미츠파에 모였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을 치러 올라왔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은 두려움에 떨며 사무엘에게 말하였습니다. “필리스티아인들의 손에서 우리를 구해 주시도록, 주 우리 하느님께 쉬지 말고 부르짖어 주십시오.”(1사무 7,8) 그들의 청을 들은 사무엘은 어린 양 한 마리를 하느님께 번제물로 바치며 간절히 부르짖었고, 이러한 사무엘의 기도에 하느님께서 응답하셨습니다. 사무엘이 아직 번제물을 바치고 있을 때, 싸우러 올라온 필리스티아인들 위에 하느님께서 큰 천둥소리를 울리시어 혼란에 빠진 그들을 치신 것입니다.       
필리스티아인들이 물러가자 사무엘은 돌을 하나 가져다가 미츠파와 센 사이에 세우고 ‘주님께서 여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하며 그 돌의 이름을 ‘에벤 에제르’라 했습니다. 이렇게 패배한 필리스티아인들은 이제 이스라엘 영토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판관 사무엘이 살아 있는 동안에 하느님의 손이 그들을 억누르셨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일찍이 필리스티아인들에게 빼앗겼던 이스라엘의 많은 성읍들이 이스라엘에 되돌아왔고, 이스라엘은 아모리족과도 평화로운 시기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전쟁의 위험에서 하느님께 탄식을 올린 이스라엘 백성은 예언자의 말에 즉시 우상을 버렸습니다. 그들은 하느님 앞에서 자신들의 회심을 행동으로 드러내었던 것입니다. “네가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려거든 네 안에서 우상과 악습을 몰아내야 한다. 너의 마음을 나에게만 두고 나만을 섬겨라. 그러면 내가 너를 악의 힘에서 빼내어 줄 것이다.”라는 하느님의 말씀이 들리는 듯합니다. 회심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드러냅시다!

이스라엘 백성이 임금을 요구하다
나이가 많이 든 사무엘은 자신의 아들인 ‘요엘’과 ‘아비야’를 이스라엘의 판관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사무엘의 길을 따라 걷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뇌물을 받고 판결을 내리며 사리사욕을 채우기까지 하자 이스라엘 원로들이 사무엘을 찾아가 청하였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이미 나이가 많으시고 아드님들은 당신의 길을 따라 걷지 않고 있으니, 이제 다른 모든 민족들처럼 우리를 통치할 임금을 우리에게 세워 주십시오.”(1사무 8,5) 사무엘은 자신들을 통치할 임금을 정해달라는 그들의 말을 듣고 언짢아 하느님께 기도하였더니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백성이 너에게 하는 말을 다 들어 주어라. 그들은 사실 너를 배척한 것이 아니라 나를 배척하여, 더 이상 나를 자기네 임금으로 삼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들은 내가 이집트에서 데리고 온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를 저버리고 다른 신들을 섬기며 그런 짓을 저질러 왔는데, 그 모든 짓을 너한테도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들의 말을 들어 주어라. 그러나 엄히 경고하여 그들을 다스릴 임금의 권한이 어떠한 것인지 그들에게 알려 주어라.”(1사무 8,7-9)
하느님의 말씀을 들은 사무엘이 백성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이것이 여러분을 다스릴 임금의 권한이오. 그는 여러분의 아들들을 데려다가 자기 병거와 말 다루는 일을 시키고, 병거 앞에서 달리게 할 것이오. … 그는 여러분의 가장 좋은 밭과 포도원과 올리브 밭을 빼앗아 자기 신하들에게 주고 … 여러분의 남종과 여종과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 그리고 여러분의 나귀들을 끌어다가 자기 일을 시킬 것이오. 여러분의 양 떼에서도 십일조를 거두어 갈 것이며, 여러분마저 그들 종이 될 것이오. 그제야 여러분은 스스로 뽑은 임금 때문에 울부짖겠지만, 그때에 주님께서는 응답하지 않으실 것이오.”(1사무 8,11-18)
사무엘이 이렇게 왕정의 폐단에 대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백성은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임금이 꼭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우리도 다른 모든 민족들처럼, 임금이 우리를 통치하고 우리 앞에 나서서 전쟁을 이끌 수 있게 될 것입니다.”(1사무 8,19-20) 사무엘이 백성의 말을 듣고 하느님께 아뢰자, 하느님은 백성의 청을 들어주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임금을 모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무엘의 아들들은 아버지와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이에 백성들은 이제 자신을 통치할 왕을 세워 달라 요구하면서 그 왕이 자신들을 어떻게 취급해도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무조건 임금을 세워달라고 떼를 쓰는 이스라엘 백성의 요구는 전능하신 하느님을 제대로 믿지 못하는 공허한 외침으로 들립니다. 하느님을 모른척하고서는 우리가 하는 어떠한 일도 열매를 맺을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사울이 사무엘을 찾아오다
벤야민 지파에 ‘키스’라는 힘센 용사에게 ‘사울’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잘 생기고 키가 무척 큰 사나이였습니다. 아버지로부터 ‘종을 하나 데리고 나가 암나귀들을 찾아보라’라는 말을 들은 사울은 길을 나섰습니다. 여러 곳에서 암나귀를 찾아보았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던 사울이 이제 걱정하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사울의 종은 ‘이 성읍에 존경받는 하느님의 종이 한 분 계시니 그분에게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일러 달라고 하자’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사울이 선지자 사무엘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울이 자신을 찾아오리라는 것을 사무엘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들의 만남을 이끄신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