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전례공간’
하느님 백성의 자리, 회중석
윤종식 티모테오 신부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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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스크 양식’을 모티브로 하여 건축된 성당이 아파트와 얼마나 조화를 이룰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건축설계사 출신인 주임 신부님이 작은 터에 지은 의정부교구의 민락동성당은 아파트와 뒷산과 정말 잘 어울립니다. 무엇보다 신박한 것은 전례를 거행하는 공간에 개별 의자들을 배치하여 다양한 전례 거행에 맞추어 재배치를 용이하게 했습니다. 전례 공간에서 제일 넓은 신자들의 자리인 회중석의 의미와 변천을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산 이도 죽은 이도 들어가고 나가는 성당 문!
‘성당 문’하면 떠오르는 문이 있습니다. 432년에 제작된 로마의 아벤티노 언덕 위에 있는 성 사비나성당의 나무 문입니다. 이 문에는 구약과 신약의 28개 중요 장면이 새겨져 있어, 성당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성당에서 무엇을 고백하고, 어떤 예식을 거행하는지를 준비하도록 도와줍니다. 주님의 기념제인 성찬의 희생 제사를 거행하도록 함께 모이라고 부름을 받은 하느님 백성은 성당 문으로 들어옵니다. 그리스도인이 살아 있을 때 드나들던 성당 문은 죽은 후에도 남의 손에 의해 들어가고 나옵니다. 
회중이 모이면 제의를 입은 사제와 전례 봉사자들은 성당 입구로 들어와 회중 가운데를 통과해 제단으로 행렬을 지어 나아갑니다. 이 입당 행렬을 통해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말씀과 성찬으로 양육을 받아 “영혼의 구원”(1베드 1,9)을 향해 나아가는 하느님 백성임을 드러냅니다.      

성막의 ‘성소’와 ‘지성소’는 성당의 ‘회중석’과 ‘제단’의 예표!
“전례 회중(liturgica congregatio)은 인간적, 인종적, 문화적, 사회적 관계를 넘어”(가톨릭교회 교리서, 1097항) 그리스도와 교회의 만남인 모든 전례 행위에 참여하기 위해서 성당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그러면 크게 두 부분으로 된 공간을 만납니다.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의 성막에서 유래한 ‘성소’와 ‘지성소’는 휘장으로 구분되었지만(히브 9,2-3 참조), 성당에서 ‘성소’는 회중석, ‘지성소’는 제단이 되어 계단과 난간으로 구분됩니다.
회중석은 성당의 머리 부분인 제단과 입구 부분인 현관 사이에 신자들이 앉아서 주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며 예물을 봉헌하거나 그분의 몸을 모시기 위해 행렬을 하는 넓은 공간을 말합니다.

‘배’(navis)에서 기원한 회중석(nave)!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일곱 제자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는 장면은 매우 경이롭습니다. 예수님은 고기를 못 잡고 있던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라고 하시고, 제자들을 위해 물고기와 빵으로 아침을 준비하신 후 “와서 아침을 먹어라”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은 마치 성당에서 아침 미사를 연상시키며, 그분의 말씀은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에게 하시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히뽈리투스 교부는 그리스도와 교회를 배에 비유합니다. “바다는 세상이다. 교회는 배와 같고 물결에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가라앉지는 않는다. 사실 그 배에는 뛰어나신 선장 그리스도가 계시다”(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적, 59).
회중석의 본래 이름은 영어로 네이브(nave)로 ‘배’라는 뜻이지요.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는 이 부분을 배라는 뜻의 라틴어 ‘나비스’(navis)라고 불렀으며, 이 단어는 그리스어 나우스(naus)에서 유래했고, 고대 그리스 신전에서는 그 중심부를 누스(noos)라 했습니다. 
고대 로마의 바실리카를 활용한 초기 그리스도교 성당은 박공지붕이나 아치로 된 형상이 하늘나라를 향하는 선체나 배 바닥의 중앙을 버티는 길고 큰 용골의 모양을 생각나게 합니다.

회중석의 장의자는 언제부터?
김광현 교수는 ‘성당, 빛의 성작’에서 “회중의 ‘석’(席)은 등받이가 달린 고정식 긴 의자를 말하는데, 영어로 ‘pews’라고 한다. 이 의자에는 무릎틀(장궤틀)이 붙어 있다. 장궤(長跪)란 몸을 똑바로 세운 채 오른쪽 무릎 또는 두 무릎을 꿇는 자세로 존경을 나타내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중세 말기까지, 곧 15세기에 이르러 성당에 장의자들이 배치되기 시작했으며, 16세기 후반에서는 그것이 본격화됩니다. 전례역사가인 에드워드 폴리는 ‘From Age to Age’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행렬에서 강당 공간으로, 곧 움직임을 강조했던 장소로부터 듣는 것에 초점을 맞춘 장소로의 전환은 먼저 개신교회들, 그다음에는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이루어졌다. … 당시의 극장들처럼 교회들은 장의자로 채워졌다. 장의자는 참석자들의 부동성, 심지어는 수동성을 어느 정도 상징했다.”

능동적 참여를 위한 신자들의 자리!
회중석은 “신자들이 거룩한 전례에 몸과 마음으로 올바르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정성껏 마련해야 한다. 신자들의 자리에는 원칙적으로 장궤틀이나 의자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어느 특정인을 위한 지정석을 두지 말아야 한다.”(로마미사 경본 총지침, 311항). “특정인을 위한 지정석”에 대한 언급은 16세기 말부터 교회의 허락을 받거나 비용을 내면 특정한 자리를 빌려주었던 관습에서 유래합니다. 사회적인 지위나 교회에 물질적인 도움을 준 이와 그의 가족에게는 성당 안의 설교대(pulpitum)에 가까운 곳에 의자를 할당하고 칸막이를 쳐 주었습니다. 일부 신자들에 대한 특별 대우가 아닌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모인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의 모습이 드러나야 함을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전례에 대한 능동적 참여를 증진하기 위해 회중석은 전례 거행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며, 제단과 긴밀한 연관성을 드러내어 신자가 거행 주체 중의 하나임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또한 사회적 현상인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대비와 인구의 도시 집중화에 따른 성당 공간의 협소함 등을 고려한 회중석 구성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회중석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라고 하신 주님을 만나는 전례에서 경청, 묵상, 휴식에 적합한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사진> 의정부교구 민락동성당 성전 봉헌 미사(2023.6.24)